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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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못하는 일을 기업인이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모두 놀랐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유창한 영어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여론은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최초의 한국 기업인이 됐다. 연출도 매끄러웠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의 투자계획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따금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와 추임새로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위대한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관세 전쟁,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강화. 글로벌 교역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는 계엄·탄핵 사태로 인해 반으로 찢어졌다. 광장은 진영논리로 갈렸다. 관계 부처가 동분서주했지만
"전략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어."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유불리를 떠나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됩니다." (민주당 재선 의원)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이어진 민주당 의원총회.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 여부를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최 부총리 탄핵에 반대하는 '전략파'는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폈다. 이들은 최 부총리를 탄핵하더라도 대통령 대행직을 이어받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줄탄핵'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의구현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헌재가 인용한 후에도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의구현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1일 188명 의원 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것이 맞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약 사흘 뒤 DOE가 실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감국가 지정보다 외교부의 안일함이 더 큰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 시절 DOE는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우리 정부는 약 두 달 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국내의 정치적 혼란기가 맞물리면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 현지에 있는 파견 공무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조 장관은 국회에서 "내부 비밀문서였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적인 검사와 조사에 착수했다. TF에는 불공정거래조사반·검사반·회계감리반·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에서 조사·법률·회계·IT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홈플러스 채권 사기발행부터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국민연금 등 LP(기관투자자) 이익침해,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까지 들여다본다. 위법행위를 모두 살펴본다는 의미로, 그야말로 전방위 조사다. 이미 TF를 구성하자마자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발행·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도 개시했다. 지난 20일에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회계심사에도 나섰다.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개사에 대한 검사는 지난 13일부터 진행 중이다. 전방위 조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부터 MBK파트너스는 요주의 대상이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슬라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반대 시위 표적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테슬라 전기차를 시승하고 구매에 나선 것. 자국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대통령과 정부는 상황에 따라 정책적 지원 의사를 내비칠 수 있다. 하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직접 기업 제품을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직접 구매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해당 기업과 대통령 간 친분 과시에 국민들이 비판을 가하고 이것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현지 언론 역시 "윤리적 제약 때문에 고위 공무원이,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 한 기업의 제품을 그렇게 명확하게 지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테슬라에 날을 세우는 국민들을 '테러범' 등으로 비판하고, 머스크와의 브로맨스를 더 강조하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는 테슬라 매
"사정은 알지만, 각자 힘들다 보니 복잡하죠." 최근 만난 한 철강업계 관계자가 정부의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둘러싼 업계 분위기에 대해 한 말이다. 일본·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열연강판에 생산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구매해 가공하는 제강사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남의 사정을 생각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서 열연강판 조사에 대한 철강업체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각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이어서다. 제소는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했다. 국산 대비 10~20% 저렴한 일본·중국산 제품에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열연강판 전체 수입량 중 일본·중국산은 무려 98%였다. 피해는 확실히 보이지만 제강사들이 관세 부과에 선뜻 찬성하기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려 그간 저렴한 일본·중국산을 써 와서다. 특히 중국은 열연강판에 단순 도금만 해 컬러강판으로 우회 수
최근 글로벌 이슈는 관세, 통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상당국은 쏟아지는 이슈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지난달말 미국을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이번주중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지난번 방미 때는 관세, 에너지 등 5개 주요 현안에 대해 미국과 소통할 수 있는 실무협의체를 개설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엔 에너지 분야 협력 논의와 함께 현안인 '민감국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통상 분야 책임자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3~14일 방미길에 올랐다. 정 본부장은 미국측에 우리나라를 상호관세 등 조치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한미간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에 대해 협의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다. 이와 별개로 미국 통상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간담회와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정부는 지난달 관
K뷰티가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해외 이커머스(전자 상거래)들도 앞다퉈 국내 화장품 브랜드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미국 아마존이, 올해는 일본 큐텐재팬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뷰티 박람회를 열었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첫 대규모 뷰티 행사를 기획한 건 국내 브랜드를 단순 유치하기 위한게 아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산 화장품 브랜드에 직접 투자해 함께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동안 이어질 K뷰티 열풍에 올라타야 플랫폼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우리나라가 최대 화장품 수입국에 등극하는 등 K뷰티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플랫폼들이 K뷰티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K뷰티의 선전은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1등 기술력을 갖춘 화장품 제조업체(ODM)들이 20여년 전부터 독자 기술을 개발
"뾰족한 수가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나도 미미하네요." 정부부처 한 장관이 정책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 이면에 담긴 고충 등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적잖이 놀랐다. 현실적 장벽에 대한 토로나 솔직한 고백보다 정책 의지 부족의 자백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가한 넋두리로 다가왔다. 생산·소비·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올라가만 간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중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6만1000명 증가한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건설업·제조업 등의 일자리는 1년 가까이 마이너스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처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누군가에는 '포기'의 의미로 들린다. '노력하고 있지만 방
"22대 국회 들어 지난 9개월 동안 정치의 민낯을 봤어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대표적인 예시로 '간첩법 개정안'을 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1월3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적국'인 북한뿐 아니라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간첩죄 조항은 외국으로부터 국가 기밀 유출 시도가 빈번해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입법이 추진됐다. 여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지원, 박선원, 장경태 의원 등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소위에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일부 이견을 냈으나 전반적으론 큰 진통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12월 초 간첩법 개정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면서다. 소위까지 통과한 법안, 그것도 제정안이나 전부개정안이 아닌 일부개정안에 공청회를 여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외상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은 죽음이 임박한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신의 손'으로 그려진다. 그와 갈등을 빚던 한 의사도 갑작스레 큰 사고를 당한 자신의 딸이 백강혁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나자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지난달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로 선정됐다. 첨예한 의정갈등에도 '환자를 살리는 의사'는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백강혁은 환자만을 생각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경영진에게 눈엣가시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민·형사 소송도 안중에 없는 듯, 하고 싶은 '사람 살리는 일'을 마음껏 해낸다. 누군가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다르다"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병원을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살려내는 의사는 분명히 있다. 꼭 외상외과나 응급의학과만이 아니다. 갓 전공의를 뗀 전임의부터 은퇴를 미루는 고령의 노(老)교수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며 병원
설립 3년 이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기투자 규모는 427억원으로 전년동기(883억원)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초기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4.6%에서 2024년 18.6%로 줄었는데 올해 1월엔 10.4%로 더 줄어들었다. 초기투자의 감소는 경기침체나 고금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지나쳐선 안 될 문제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미래 스타트업 생태계의 체질을 결정하는 일종의 '성장 잠재력'이어서다. 이에 정부도 올해 모태펀드 출자 시 초기투자 가산점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초기투자가 주력인 액셀러레이터(AC) 업계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VC도 초기투자를 하지만, 펀드 대형화가 수익의 한 요소인 VC 특성상 초기투자에만 주력하긴 어렵다. 40% 이상을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AC업계가 활성화되지 않고선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