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뾰족한 수가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나도 미미하네요."
정부부처 한 장관이 정책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 이면에 담긴 고충 등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적잖이 놀랐다. 현실적 장벽에 대한 토로나 솔직한 고백보다 정책 의지 부족의 자백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가한 넋두리로 다가왔다. 생산·소비·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올라가만 간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중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6만1000명 증가한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건설업·제조업 등의 일자리는 1년 가까이 마이너스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처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누군가에는 '포기'의 의미로 들린다. '노력하고 있지만 방법이 없는데 어찌하란 것이냐'는 항변이 최소한의 정책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정치 사회적 혼란도 적잖은 상황에서 정부 부처를 책임지는 수장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엔진실을 담당하는 수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힘차게 돌아갈 수 있는 엔진 상태를 만들어 놔야 한다.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다. 각자 소임을 다해야 망망대해에서 떠도는 배가 키를 잡았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
미국발 관세·비관세 등의 파고 앞에서 안간힘을 쓰는 부처도 있다. 각자도생의 격전장에서 '한·미 실무 협의체'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고 한다. 관세 면제 조치 등의 가시적인 결과를 받아온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협상 채널이 생겼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어찌보면 '그래도 이 부처는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고는 있구나'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로 피해가거나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수장의 입에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말은 공무원에게도, 국민에게도 할 말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