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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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의 2배 이하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다.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이 없어도 최대 40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에 따른 부당이득 산정과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리니언시)을 신설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최초 법안이 발의된 지 3년 만에 이뤄졌다. 본회의 직전까지 법안 처리 여부가 불투명했다. 법원행정처가 주요 조항들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금전적 제재가 과도해 책임주의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불공정거래에 따른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산정하는 내용에는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재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을 '판도라의 상자법'이라 부른다. 노란봉투법이 인간세계에 질병과 증오·분노 등 온갖 재앙을 몰고 온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와 비슷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184명 중 178표 찬성으로 부의됐다. 투표에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이달 중이나 다음 달 열릴예정인 임시 국회에 상정돼 표결을 거치면 노란봉투법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정말 수없이 설명했었다"고 토로했다.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란봉투법을 판도라의 상자로 부르는 이유도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재계 관계자들은 노란봉투법이 국가 경쟁력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노동
최근 기획재정부가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사 NXC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별세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가족이 수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NXC 주식으로 물납한 결과다. 한국의 상속세는 K게임을 대표하는 대형 게임사의 지배구조를 바꿀 정도로 무겁다. 우리나라는 상속 최고세율이 50%(할증세율 적용시 최대 6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상속세 부담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한국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7일 오흥식 신임 코스닥협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 코스닥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세대 코스닥 CEO들이 세대 교체를 앞둔 지금 과도한 상속세가 경영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기업 CEO의 평균연령은 58.2세를 기록했고 60세 이상은 44.7%였다. 코스닥에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2차전지, 그린
"우주랑 공룡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인데…요즘 어린이에겐 우주가 공룡보다 인기가 없어요" 한 우주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같은 우주 벤처기업들의 활약에 전세계적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열기가 퍼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국가우주정책센터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주개발 인식조사에서 10대의 관심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우주개발이 중요하냐'는 질문과 '달·화성에서 연구를 해야하냐'는 질문에 각각 81.5%, 69.4%만 긍정적으로 응답해 평균(89.6%, 80.4%)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주에 대한 낮은 관심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우주정책센터 집계에 따르면 우주 스타트업 창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9개를 기록했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은 5개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물론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해 집
'일벌백계, 패가망신' 검찰총장 최초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언급한 키워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주가조작 엄벌에 진심인데 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여당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50억원 이하 과징금을 매기는 게 핵심이다. 현재는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불명확해 검사가 이를 입증해 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무죄로 판결하거나 범죄 수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이어 무더기 폭락 사태가 또 일어나자 개정안 입법에 속도가 나는 듯했다. 그런데 여당은 부당이득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환한 점은 부당한 측면이 있고, 최대 과징금 50억원 조항도
대한민국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찾아 볼 수 없는 나라였다. 불과 최근까지 화학의약품 복제약 생산에 주력하던 산업 경쟁력이 빛을 발할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로 인식되는 중이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 증명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부터 플랫폼, 의료AI 등의 바이오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한 다수의 기술수출과 잦아진 선진시장 신약 허가 도전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격인 바이오시밀러는 국산 바이오 기술력의 가치를 증명한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바이오시밀러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그 개념 자체가 익숙지 않았던 시기 과감하게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국 규제 가이드라인 구축에 일조하며 '시장을 함께 만들어 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그 결과는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서는 시장 점유율로 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방향까지 주문하는 게 맞나?" 지난 15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 나온 얘기다. 갑자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브리핑이 잡힌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장관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밝히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극도로 예민한 입시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읽혔다. 대통령 발언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물론 초반엔 혼란이 컸다. 이 부총리의 브리핑 착오도 혼선에 한몫했다.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대목이다.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통령 지시사항에 있던 '변별력 확보' 문구를 빠뜨린 결과 '물수능'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혼란이 지나가자 윤 대통령이 말한 '이권 카르텔'의 실체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위원들의 경력을 내세워 수
"본래 가고자 했던 사업의 방향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라면, 투자사들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장 돈을 벌 수 있게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서 팔라고 한다." 벤처투자 혹한기를 뚫고 수백억대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투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투자사들이 지나치게 엑싯(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면서 스타트업이 지향해온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있어 투자는 불가결한 요소다.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투자금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사업을 키우면서 고객 증대를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여러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받는다. 지분을 나눠 갖게 되면서 VC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시어머니' 같은 VC를 만났을 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투자유치 이후
"캐릭터 라이선스를 받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카피(복제)를 잘하다 보니까 일본 쪽까지 관심을 갖더라고요." 국산 복제품의 역사를 취재하던 중 이른바 '짝퉁'을 둘러싼 '한일 경제협력' 비화를 듣게 됐다. 1980년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의 조립식모형(프라모델)을 무단 복제해 국내에 판매하면서 사세를 키워 나갔던 국산 모형 업체 관계자가 알려준 과거사다. 모형업계에선 무단 카피를 당했던 일본 '원조' 프라모델 업체는 국산 카피판 프라모델 판매를 막지 않고 일본 내수 시장에 자사 제품으로 포장해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버블경제기였기에 가능한 수습법일 것이다. 일본의 거리마다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 아이들이 넘쳐나고 공장들은 폭발하는 내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요즘 같으면 국산 카피판이 발각되자마자 소셜미디어에 올라가고 곧장 '혐한'의 소재로 직행했을 것이다. 어쩌면 일본 초계기 사건 등 과거 한일 양국 간 빈번한 충돌의 원인이 버블 붕괴였던
최근 비어 있던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학재 전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에는 유병태 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가 임명됐다. 앞서 두 기관은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쫓겨나듯 물러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인천공항은 김경욱 전 사장이 올해 4월 사임한 뒤 두 달여간 공석이었다. HUG는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대표 자리가 비어있었다. 이들이 선임되자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학재 사장은 인천 서구청장과 제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며, 유병태 사장도 금융기관 출신이지만 주택 정책에 대한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정무특보로 일했다. 유 사장은 캠프 출신은 아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오랜 인연을 쌓았다. 앞서 올해 2월 임명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제19~20대 국
"거절했는데도 세 번이나 더 찾아왔다던데요. 금액도 계속 올려 부르고요." 최근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중국향(向) 기술유출에 대해 이야기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한 연구원은 지난해 거액을 줄 테니 중국에 생산 기술을 넘길 것을 종용받았다고 했다. 연구원의 거절에도 중국 기업 직원이 여러 차례 찾아와 돈가방을 내밀었다. 해당 연구원 외에도 다른 기업 관계자들이 수차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반도체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유출 시도는 끈질기고, 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에 대해 갖는 선입견인 '오만하고, 콧대가 높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찾아와 한국 임직원들을 구슬린다. 거액의 보상금은 물론 자녀, 배우자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십년·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반
"저도 '응급실 뺑뺑이' 경험했어요. 이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요." 중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수용 거부되고 다른 곳을 찾아 떠돌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의 절반가량은 전문의 부재 등으로 처치할 수 없어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가 응급실에 갔다가 전원 조치된 사례가 12만7355건이나 됐다. 그 중 48.8%인 6만2203건의 전원 사유가 '처치 불가'였다. 74.3%가 아예 관련 질환의 전문의가 없는 사례였고 나머지는 갑작스런 인력 부재, 다른 수술 등으로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 등을 볼 수 있는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의 전문의가 응급실과 연계해 상시 대기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