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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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구글과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에 비상장 기업 창업자에게 주식 하나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스타트업 대표의 탄식이다. 지난달 2일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문턱을 1년 만에 넘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미국으로 떠난 쿠팡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같은 날 법사위 여야 위원들은 별다른 이견이나 논의 없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즉각 찬성하면서 한 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표심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복수(차등)의결권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상임위원회(산자중기벤처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오기형 의원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초기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법안을 여당 의원들이 반대한 셈이다. 이들의 행동은 흡사 야당의 모습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차등) 의결권은 문재인 정부의 추진과제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계획을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 참석,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던 과제다. 여당도 힘을 냈다. 지난해 12월 국회 산자중기위에서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 어렵게 법안을 처리, 법사위로 넘겼다. 하지만 뒤늦게 여당 의원들이 발목을 걸었다. 물론 여당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
"저처럼 시한부 선고 받으신 분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터넷의 한 암 관련 커뮤니티에 최근 "갑자기 말기가 됐다"며 자신에게 얼마남지 않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특정 항암제가 비급여(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인 이유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와중에서도 몇 주 치료에 수백만원씩 든다는 치료비 걱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심경이 엿보였다. 항암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최근 화제가 된 키워드인 '탈모'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에 대한 세간의 '열광적 환호'는 암환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다. 한국암환자 권익협의회는 "수많은 암 환자가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른바 '탈모약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 성명을 냈다. 대선 캠프들의 선거 전략에는 '갈라치기' 논란이 계속 따라 붙는다. 국정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철학에서 비롯된 행보인지, 아니면 단순한 표몰
지난달 20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스크린도어를 가로막았다. 전장연은 지난달에만 여섯차례에 걸쳐 이같이 출근길 기습 시위를 벌였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혼잡할 대로 혼잡한 시간대에 장애인들이 전동차를 가로막은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철역 중 22개역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또 장애인이 타기 편한 저상버스 도입율은 전국 27.8%에 불과하다. 전장연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선 끝에 지난달 31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노후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교체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반쪽짜리'였다. 법 개정안에는 도로 구조나 시설 등에 따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이 담겼다. 그나마도 저상버스
국민의힘이 또 한 번 청년들의 실망을 샀다. 5일 청년 간담회에 참석키로 했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스피커폰'으로 등장하면서다. 이 일은 윤 후보가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청년 중심의 선거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힌 당일 발생했다. 이날 윤 후보의 불참 '해프닝'은 내부 소통 혼선으로 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윤 후보의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았는데 공지가 잘못 나갔단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박성중 의원은 이날 청년들에게 '여론전'을 주문했다. "젊은 여러분이 하루 세 번씩 10개 기사에 클릭을 하고 좋아요, 싫어요 공감을 표시해주면 여론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을 여론 동원의 수단으로 바라본 것이다. 국민의힘은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해 '크라켄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준석 계열' 청년들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분위기를 망쳤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이 2030 세대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지는
법률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 2016년 6월 대한변호사협회, 지난해 11월 직역수호변호사단 등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변호사법 위반 관련 형사고발을 당했다. 앞선 2건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 마지막 세 번째 건은 최근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횟수로 따지면 3회지만 기간으로 따지면 8년 동안 법적 공방으로 사업확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국내 1700여개 스타트업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하나의 서비스가 동일한 혐의로 장기간에 걸쳐 세 번의 수사를 견뎌내야 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성형정보앱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의 경우 대표자가 의료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가입자에게 시술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다. 1심 선고는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플랫폼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반농담으로 "법정에 설까 봐 성장하기 두렵다"는 말을
"하루에도 문 닫을까 수백번 생각해요. 백화점·대형마트는 아무 규제도 안 하는데 식당만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식당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방역대책 강화에 서울의 한 음식점 자영업자가 꺼낸 말이다. 그가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백화점의 동일한 규제가 아니라 음식점의 거리두기 완화'의 필요성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들은 정부는 달이 아닌 '손'을 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비교대상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에도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풀어주고 우리만 단속하느냐는 항의가 있었다"며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그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방역패스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백화점·대형마트보다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하면, 범죄일까요 아닐까요?" 최근 한 경찰관과 나눈 대화는 AI(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이맘때 쯤 AI 여대생 챗봇 '이루다'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 학습해 말투가 자연스럽고 공감능력 또한 뛰어났다. 이루다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하루 이용자가 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성희롱과 장애인 혐오표현, 개인정보유출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잠정 중단됐다. AI나 가상인간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희롱이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AI나 가상인간을 성희롱 피해자로 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성희롱성 발언 등을 접한 사람들이 불편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루다는 AI 챗봇이나 가상인간이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화두에 대답을 찾지 못하는 사이 메타버스가 우리 현실에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 안에서 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린 지 반년 만에 추가 인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방향에 맞춰 발빠르게 입법을 지원하려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최고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다. 민주당 민병덕·이수진 의원은 최고금리를 각각 연 15%, 13%로 내리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의원은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적절대출금리 산정에 포함되는 비용혁신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11.3~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연구원은 이재명 후보의 경제정책 싱크탱크다. "최고금리를 더 내리라"는 지적은 얼핏 서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COVID-19)로 서민들의 등골이 휘는 마당에 대부회사 등의 고금리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도 비등하다. 대부업체가 가진 부정적 인식도 최고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꼭 '선한 결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인데 너무 불확실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하려면 뭔가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 마음놓고 하지 않겠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국회에서 세 차례나 미뤄지는 것을 본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초기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CHPS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떼어내 의무구매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초기수요를 창출하고 청정수소 사용을 독려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CHPS 도입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소경제에 투자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소경제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나 태양광·풍력 등에 투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1월4일에 열리는 경제계의 신년 인사회에 불참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행사를 주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의 대참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린 2018년 1월을 시작으로 한 번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1962년부터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재계 최대 연례행사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1000여명의 경제인들이 모여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새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다. 이같은 상징성에 역대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매년 행사에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전두환 정부가 아웅산 참사로 한 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불참한 것이 전부였다. 문 정부가 밝혀온 불참 이유에 재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정상 각계 부문별 신년인사회에 모두 참석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역시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이해가 어렵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이익단체 모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 언론인과 가족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의원 105명 중 78명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 야당·법조 출입기자 130여명과 기자 가족까지 공수처의 조회 대상에 포함됐다. 이동통신사로 통신자료 제공내역 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공수처의 조회 인원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야당을 취재하는 필자 역시 공수처의 조회 대상이 됐다. '수사3부-383'으로 표기된 공문서를 사유로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 개인정보를 공수처가 들여다봤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들에 연루되지 않았고, 그런 사실을 통보받은 적도 없다. 공수처와 유일한 접점은 공수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재해 보도한 것 뿐이다. 공수처는 기자들의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이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 파악했다는 뜻이다. 언론 윤리의 핵심인 취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