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대한민국에서 구글과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에 비상장 기업 창업자에게 주식 하나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스타트업 대표의 탄식이다.
지난달 2일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문턱을 1년 만에 넘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미국으로 떠난 쿠팡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같은 날 법사위 여야 위원들은 별다른 이견이나 논의 없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즉각 찬성하면서 한 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표심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특정 여당 의원은 벤처기업법을 '재벌 민원'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며 개미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여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차등(복수)의결권은 말 그대로 주식에 차별적인 투표권을 주는 제도다. 공정의 잣대로는 용납할 수 없어 보이지만 성장이 절실한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외부에서 각종 모험 자본을 유치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 혁신기업의 초기 단계다. 외부 자본이 들어오면 창업주 의결권이 희석되고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런 난제를 보완하는 것이 차등의결권이다. 이를 외면하고 단순하게 재벌 민원 요청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엇나간 것이다.
지난해 쿠팡이 한국 대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 김범석 창업자는 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받았는데 한국이었다면 당연히 불가능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벤처·스타트업 육성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차등의결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노동계 표심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낸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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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17개국이 시행 중일 정도로 보편적이다. 이런 유인책에 대한 언급 없이 유니콘 기업(회사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공약(空約)으로 볼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