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타버스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한다면

[기자수첩]메타버스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한다면

김주현 기자
2022.01.04 04:20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하면, 범죄일까요 아닐까요?"

최근 한 경찰관과 나눈 대화는 AI(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이맘때 쯤 AI 여대생 챗봇 '이루다'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 학습해 말투가 자연스럽고 공감능력 또한 뛰어났다.

이루다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하루 이용자가 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성희롱과 장애인 혐오표현, 개인정보유출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잠정 중단됐다. AI나 가상인간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희롱이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AI나 가상인간을 성희롱 피해자로 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성희롱성 발언 등을 접한 사람들이 불편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루다는 AI 챗봇이나 가상인간이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화두에 대답을 찾지 못하는 사이 메타버스가 우리 현실에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 안에서 기업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는 집회를 연다. BTS(방탄소년단)는 메타버스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공연을 했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닮은 만큼 그 안에도 성범죄나 재산침해 등 여러 유형의 범죄가 녹아들어간다. 이미 10대 성희롱 문제는 여러번 공론화됐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상대 여성 아바타를 더듬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현실세계 '자연인'과 동일시된다. 아바타에게 하는 폭행이나 폭언이 자연인에게도 물리적·정신적 피해로 연결될 수도 있다. 현실세계에선 상상만 하던 범죄를 가상세계니까 실행해도 된다는 유혹이 있을 수도 있다. 가상세계에도 피해자는 있지만 규제는 없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미래에는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발맞추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도덕성과 윤리적 의무로 메타버스 세상을 감당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메타버스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전 법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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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김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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