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84 건
"이 사람들(외국인노동자) 없으면 공사 진행을 못해요" 국내 한 터널공사 현장에서 무면허 외국인근로자들이 투입돼 다이너마이트를 옮기고 폭파 전 직접 설치하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현장소장 출신 건설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원청사가 최저입찰제로 하청을 남발하고, 공기 단축을 독촉하니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임금에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해당 기사 댓글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일 안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 내용을 기자에 제보한 근로자는 10년 경력의 점보드릴 기사다. 점보드릴은 지반을 부수는 폭약을 설치하기 위해 암반에 구멍을 뚫는 특수 기계다. 그런 그가 기자에게 "너무 위험하다"며 제보 메일을 보내왔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지하 터널 공사장은 온 국민에 충격을 준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이상으로 무리하고 위험하게 공사를 밀어붙인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충격적인 건 폭약을 쥔 외국인노동자
"시간당 컨설팅 비용만 2000만원으로 책정됩니다." 지난해 만났던 한 투자업계 임원이 기업형 벤처투자회사(CVC) 설립을 검통 중인 대기업에서 제시받았다고 밝힌 상담 비용이다. 그는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드물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거치고, 대기업 계열 VC에서 투자 경험까지 갖추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비싼 상담비용은 CVC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의 고민을 드러낸다. CVC는 일반적인 벤처투자와 달리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전략적인 시너지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부족한 대기업들은 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경험을 얻고자 한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금산(金産)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투자사인 CVC를 계열사로 둘 수 없었다. 기존 CVC는 모두 지주회사가 없는 기업들이 만들었거나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가 국내외 별도로 세운 형태다. 올해 지주회사 CVC 제도 시행으로 대기업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신사업 동력을
2013년 봄, 두피가 아파 염색을 포기하고 백발로 살아가는 어머니를 위해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는 사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의 갈변과 접착 원리를 이용해 샴푸로 머리카락을 물들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머리를 감았더니 염색이 된다"는 새로운 콘셉트의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지난해 8월 출시 후 100만병이 팔려나가며 대박을 쳤다. 에어쿠션과 비비크림 이후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던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착장한 신제품의 출현에 열광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샴푸에 함유된 THB성분이 문제가 됐다. 유럽에서 THB가 들어간 염색약의 출시를 금지하고 올해 6월부터는 판매 금지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THB가 피부가 후천적으로 예민해지는 피부감작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추가한 화장품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식약처 결정에 모다모다는 하루 아침에 생산중단 위기에 처했다. 모다모다 사태를 두고 업계와 소비자
"전시장 어디서도 우리만한 혁신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의 혁신이 세계적인 혁신이란 확신이었다." 지난 5~7일 미국서 열린 'CES 2022'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인의 말이다. 이 기간 한국 기업 전시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기업들이 불참했음을 감안해도 한국 기업들의 전시 내용은 외형·내용적 측면에서 충실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을 갖춘 '삼성 봇 아이' 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따로 마련한 오토존에서는 증강현실 기술과 모빌리티가 결합한 미래상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차를 두고 로봇·메타버스만 들고 나온 '파격'을 택해 웨스트홀 전시관 주인공이 됐다. SK는 거대한 숲 같은 부스에서 NCM9 배터리, CCUS 기술, AI반도체가 어떻게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줬다. 50년 전 조선업 불모지에서 근로자들이 '구두끈도 못 푼 채' 자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현대중공업은 첫 참가한 CES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에게는 적어도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4일 사내간담회는 시장과 주주 그리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용서를 구해야 할 자리였다. 류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그리 느끼질 않았나 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류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신임 대표로 지목된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CSO)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류 대표는 직원들의 질문에 단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경영진의 무심한 태도에 간담회를 하고 더욱 소통의 장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대책도 나오질 않았다. 류 대표가 최소한 남은 스톡옵션의 행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면, 내부 불만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류 대표는 남은 스톡옵션 약 48만주를 신속하게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뒷수습은 카카오페이에 넘기고 자신은 카카오
코로나19(COVID-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기준을 두고 난리다. 법원에서 서울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하니 정부가 한걸음 물러섰다. 방역당국은 주말동안 긴급논의를 거쳐 17일 의무적용시설 6종에 대한 방역패스 해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똑같은 백화점이라도 서울·지방의 차별이 생겨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패스 해제 대상은 면적 3000㎡(약 907평)가 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해 영화관과 학원 등 6종이다. 지난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도입과 맞물려 도입된 방역패스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과 무관하게 완화된 건 이례적이다. 식당과 카페 등 11종은 유지된다. 문제는 또 있다. 방역패스를 두고 같은 법원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국민 편의성과 코로나19 감염위험도를 판단해 방역패스를 풀어줬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
금융업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전자금융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보여준 것은 금융당국이 왜 금융업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하는지 잘 드러내 준다. 한 사회가 금융업 최고경영자(CEO)에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도 잘 설명한다.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신원근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이 상장 40여일 만에 스톡옵션을 팔아 치운 것은 증시 역사상 일대 사건이다. 발단은 지난달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금요일 오후 공시가 하나 게시됐다. 류 대표 등이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주식 23만주를 매각했다는 내용이었다. 469억원이 현금화 됐다. 카카오페이를 이끌어 갈 신 대표 내정자도 3만주를 팔았다. 8명이 모두 약 900억원을 챙겼다. 그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날이기도 했다.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보유 주식을, 그것도 한 달여 만에 대거 현금화 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우리나라만큼 손님에게 왕 대접을 해주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고객 접대를 일상적으로 하는 음식점, 주점, 소매점 등은 더욱 그렇다. 친절이 과하다보니 "3만원이십니다"처럼 괴상한 존댓말이 튀어나오고, 자칫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는 일부 비뚤어진 고객들이 갑질을 일삼기도 한다. 이처럼 기울어진 관계는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에서도 이어진다. 백신 유효기간이 지난 손님이 음식점을 이용할 경우 손님이 내는 과태료는 1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업주는 1회 위반시 150만원, 2회 위반시 300만원을 내야 한다. 결국 방역패스 검사의 의무는 업주가 전적으로 지게 되는 셈이다. 적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사태에 따른 불황을 버티면서 기존에 고용했던 직원들의 수를 줄인 곳이 대부분이다. 조리하고 서빙하고 계산하는 데도 손이 달린다. 입구를 지키고 서서 손님들의 백신접종일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버겁다. 일손을 줄여보겠
"대한민국에서 구글과 같은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에 비상장 기업 창업자에게 주식 하나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스타트업 대표의 탄식이다. 지난달 2일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문턱을 1년 만에 넘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미국으로 떠난 쿠팡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같은 날 법사위 여야 위원들은 별다른 이견이나 논의 없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즉각 찬성하면서 한 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표심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복수(차등)의결권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상임위원회(산자중기벤처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오기형 의원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초기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법안을 여당 의원들이 반대한 셈이다. 이들의 행동은 흡사 야당의 모습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차등) 의결권은 문재인 정부의 추진과제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계획을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 참석,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던 과제다. 여당도 힘을 냈다. 지난해 12월 국회 산자중기위에서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 어렵게 법안을 처리, 법사위로 넘겼다. 하지만 뒤늦게 여당 의원들이 발목을 걸었다. 물론 여당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
"저처럼 시한부 선고 받으신 분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터넷의 한 암 관련 커뮤니티에 최근 "갑자기 말기가 됐다"며 자신에게 얼마남지 않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인 특정 항암제가 비급여(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인 이유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와중에서도 몇 주 치료에 수백만원씩 든다는 치료비 걱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심경이 엿보였다. 항암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최근 화제가 된 키워드인 '탈모'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에 대한 세간의 '열광적 환호'는 암환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다. 한국암환자 권익협의회는 "수많은 암 환자가 비급여 항암치료제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른바 '탈모약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 성명을 냈다. 대선 캠프들의 선거 전략에는 '갈라치기' 논란이 계속 따라 붙는다. 국정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철학에서 비롯된 행보인지, 아니면 단순한 표몰
지난달 20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스크린도어를 가로막았다. 전장연은 지난달에만 여섯차례에 걸쳐 이같이 출근길 기습 시위를 벌였다.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혼잡할 대로 혼잡한 시간대에 장애인들이 전동차를 가로막은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철역 중 22개역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또 장애인이 타기 편한 저상버스 도입율은 전국 27.8%에 불과하다. 전장연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선 끝에 지난달 31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노후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교체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반쪽짜리'였다. 법 개정안에는 도로 구조나 시설 등에 따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이 담겼다. 그나마도 저상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