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
"전 국민의 98%에게는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은 낮은 수준이다."
믿기 어렵지만 같은 기관에서 한 말이다. 출처는 나라 곳간지기이자 세제를 만드는 기획재정부다. 종부세율을 낮춘 2009년 9월과 세율을 2배 높인 첫해인 2021년 11월 기재부는 완전히 다른 논리를 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정부에서 종부세와 관련해 이런 '말바꾸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시 집권 세력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한 정부에겐 '독'으로,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확보에 주력하는 정부로선 '과실'로 여겨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대원칙은 모든 정부의 공통 분모였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즉 위에서 시키는대로 한다는 숙명을 감안해도, 매번 완전히 다른 통계를 제시하는 건 온당치 않다. 납세자 입장에선 정권 입맛대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종부세 증감의 타당성을 판단할 실효세율 지표부터 큰 차이가 난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비중이 0.16%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8개국 평균인 0.53%에 비해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2년 전의 기재부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이 3.7%로 OECD 평균인 2.0%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소득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7~8% 수준이라는 설명도 부연했다.
현 정부의 논리로는 종부세를 더 올려야 하고 지난 정부의 통계로는 종부세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올려도, 내려도 문제없는 세금으로 인식된다면 모든 국면에서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늦었지만 보유세 관련 국제 통계를 검증하고, 어떤 지표가 더 우리 현실에 맞는지,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어떤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금은 거시경제,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 하지만 일관된 통계에 맞춰 합리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그 정당성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정책 정당성을 설명하는 차원이 아닌 납세자인 국민을 편가르기식으로 구분짓는 표현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