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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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이 아름답다고 사실(fact)이 아름답지는 않다. 취임식에서 일자리를 가장 먼저 챙기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는 평가받아야 한다. 일자리 현황판이 개발독재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건 ‘상상력 빈곤’에 따른 것일 뿐 일자리 창출에 일로매진하겠다는 ‘상징으로서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그 현황판을 채우는 숫자들이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8월에 이어 또다시 30만명을 밑돌았다. 청년실업률은 8.6%로 10월 기준으론 1999년 이후 최고치였다. 인구와 추석이 원인으로 제시됐지만 그게 면피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어느 정부든 각각의 사정이 다 있었고 집권여당도 야당 시절 그런 설명 따윈 귀담아듣지 않았다. 새 정부의 정책이 아직 제도화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겠지만 제도화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없어 더 걱정이다. 정부가 내건 몇몇 프레임과 작명법의 결말은 이대로 가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비정규직 제로’
'치킨'과 '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그런데 '혼'을 강조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 바로 최근 회장 갑질 논란이 인 제너시스 BBQ다. BBQ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20년 월드클래스 프랜차이즈 그룹이 되어 지구촌 곳곳에 한국의 혼을 심겠습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인지 기업에선 '혼'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BBQ는 '한국의 혼'을 경영 이념으로 내세운 것이다. BBQ 윤홍근 회장은 2013년 '5·16 민족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5·16 민족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1966년 선정됐으며 국가 발전과 국위 선양을 위해 공헌한 일꾼을 찾아 업적을 기리는 시상이다. '5·16 민족상' 자체를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모든 상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평가하는 윤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BBQ의 기업 문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BBQ에서 근무
대한민국 ‘자칭’ 보수의 키워드는 ‘배신’인 듯 하다. ‘배신’의 저작권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08년 총선을 앞둔 시점, 공천 과정에서 박근혜는 한마디를 던진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배신 당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공천을 주도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핵심 인사들은 ‘속인 사람’이 됐다. 보수층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 된 쪽으로부터 멀어졌다. 배신의 피해자는 당당히 돌아왔다. 서청원(친박연대), 김무성(친박무소속)은 그렇게 생존했다. ‘배신’이란 단어가 직접 언급된 것은 2015년 여름이다. 6월 2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박근혜는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유승민은 그의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그 말을 전해들은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누군가 뒤에서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
“슝안신구 한번 가 봤어요?”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 주재원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중국을 대표할 새 역사가 만들어질 현장을 미리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진핑 신도시’로 불리기도 하는 슝안신구는 올해 4월 발표된 중국의 새로운 국가급 특구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약 160㎞ 떨어진 허베이성의 슝, 룽청, 안신 등 3개 현을 묶어 선전, 상하이 푸둥에 이은 중국 3대 신구로 키우게 된다. 최근 이곳을 다녀온 한 대기업의 고위임원은 “가 보니 온통 옥수수밭밖에 없더라”면서 “이런 땅이 몇 년 후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하면 그래도 가보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슝안신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집권 2기 더욱 강력해진 시진핑 국가 주석의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추격하는 글로벌 넘버2로 떠오른 중국의 모든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될 것이 자명하다. 사실 슝안신구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는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약관의 조선 청년 김창수의 인생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1895년 8월 20일 새벽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을 급습해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살해했다. 며칠 후 청년은 황해도 치하포 객주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이때 단발의 한복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섰다. “혹시 우리 국모를 시해한 미우라가 아닐까?” 청년은 조선인처럼 변장하고 칼을 감추고 있는 그를 이상히 여겼다. “당신 대체 왜 칼을 숨기고 조선사람으로 위장한 것이오!” 청년의 말에 남자는 칼을 빼 들었다. 격투가 벌어졌고, 일본군 장교 쓰치다는 살해됐다. 청년은 인천 감옥에 투옥됐고, 3개월 후인 1896년 8월 26일 사형 집행이 예정됐다. 사형을 목전에 둔 그 날 저녁 인천 감옥에 한 통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몇몇 죄수들의 사형 집행을 재가했던 고종은 조선 국모 시해범으로 생각한 일본인을 살해한 죄로 한 청년이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보고받았다. 즉시 어전 회의를 열었고, 3일 전
2014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고 수준의 안전요건을 갖춰 동부 해안지역에 원전을 지으라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정 중단했던 중국 원전의 재개였다. 그해 10월, 시주석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나 서방국가에 처음으로 중국 원전을 팔았다. 이듬해 1월 시주석은 20중국의 원전(핵) 개발 60주년을 맞아 내린 ‘중요지시’에서 원전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에 대한 공헌을 치하했다. 이후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리며 원전수출 드라이브는 더 힘이 실렸다. 중국은 대내적으론 원전재개와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인 안전검검을 했다.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학교, 병원 등에서 ‘과학대중화’ 사업을 펼쳤고, 중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인 하이옌현을 ‘중국원자력중심도시’로 지정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의 원전은 현재 37기에서 2030년 100기, 2050년엔 200기가 된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 세계 1위 원전국으로 도약한다. 시 주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결국 그만둬야 할걸요. 이게 그냥 채용비리 의혹이 아니라니까요." 며칠 전 한 금융권 인사의 말이다. 그는 "지금 이 행장은 이게 그냥 순수한 채용비리 조사냐, 그만두라는 정부 사인이냐 고민일 텐데 딱 봐도 그만두라는 얘기예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도 보세요." 이 인사의 말이 예언처럼 2일 실현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 때 우리은행의 자체 특혜채용 감찰보고서를 검찰에 넘겼다고 한지 사흘만이다. 우리은행은 사회고위층과 VIP고객 등의 채용 청탁 내용이 담긴 문건이 유출돼 결국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특혜채용이 잘못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청탁이 채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본격적인 조사조차 시작되지 않았는데 행장까지 그만두는 사태로 비화했다. 이런 식이라면 의혹을 제기해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사만 시작하면 일단 그 조직의 대표는 그만둬야 할 판이다. 대구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박인규 회장도 딱 그런 상황이다. 박 회장은 상품권을 구매한 뒤 수수료를 제하
국정감사가 시작된 게 지난 12일. 국감 첫날을 지켜본 여권 고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감은 끝났다”고. 청와대 인사도 동의하며 받았다. “자유한국당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섣부른 판단은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국감을 마무리하는 10월말, 돌이켜보면 그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일합만 겨뤄 봐도 안다.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몸으로 느낀다. 여권이 국감 현장에서 접한 느낌이 그랬단다. “한국당에게서 야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발목잡기와 야성은 다르다. 정책 이슈이건 정치 이슈이건 잡고 물어지는 방식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은 야성을 잃었다. 좋은 말로 하면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10년의 여당 생활을 불과 몇 달만에 바꾸는 것은 힘들다. ‘모드 전환’이 사실 쉽지 않다. 말로는 “야당하는 게 더 편하다”고 되뇌이지만 야당하는 법을 알지 못 하는 이들의 ‘허세’로 들릴 뿐이다. 상대방의 전력이 약체로 파악되면 그 경기는 쉽다. 여당은 여
#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부산에서 치러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1일 폐막식을 끝으로 22번째 항해를 마쳤다. 그동안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팬들과 부산시민의 열정에 전세계 영화인들이 반하는 유쾌한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영화제 기간 동안 극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영화제 방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세계 영화계의 거장과 샛별들을 보려면 칸이나 헐리웃 레드카펫으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해운대나 남포동 포장마차를 찾으면 된다. 한국영화의 성장에도 역할은 컸다. 부산국제영화제(4회 영화제 개막작 ‘박하사탕’(이창동 감독))가 없었다면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이창동 감독의 칸과 베니스 영화제 수상(각본상 ‘시’, 감독상 ‘오아시스’)도 늦어졌을 것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부산 배경 영화는 지역차별과 문화적 왜곡을 막아주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나오기 전까지 조폭과 깡패들의 언어는 전라도 사
자원의 ‘결핍’은 자원의 ‘종속’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원이 없으면 자원을 무기 삼아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들에 휘둘리게 된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비산유국은 석유 파동으로 불황을 겪었다.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 위협에 종종 노출됐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에 굴복했다. 마찬가지로 산업의 ‘결핍’ 역시 산업의 ‘종속’을 뜻한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을 하면서도 메모리 수입을 끊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한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는 한 산업의 결핍에 따른 ‘국익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2002년 하이닉스 이사회가 마이크론 매각안을 부결하며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에 맞서지 않았다면 SK하이닉스는 사라졌고 반도체 강국의 위상도 지금만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세계 7위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 청산한 것은 한국 해운산업을 세계의 변방으로 내몬 최악의 선택이었다. 최대 국적선사를 없앴다는 것은 글로벌 네
초대형IB(투자은행) 출범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고됐던 상반기는 무산됐고 차일피일 미뤄지던 출범 시기가 11월 이후로 넘어갔다. 최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이 제외되는 등 올해 안에는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초대형IB는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은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이다. 고객 예금을 대출하는 전통적 은행이다. IB(Investment Bank) 즉 투자은행은 조달 자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주식·채권·외환은 물론 부동산·M&A(인수합병)·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IB 대표격이다. 경쟁격화로 양측의 경계선은 희미해졌다. 하지만 투자 측면에서 상업은행이 기성 기업 중심의 안정적 대출에 주력하는 반면, IB가 공격적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벤처·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뭐 이딴 법이 발의되는지..'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업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는 뉴스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네티즌의 지적대로 이쯤되면 이 법의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유통산업 발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입법 취지에 유통업의 진흥과 발전, 소비자 보호 등이 명시돼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이 법을 손댈 때마다 규제의 덧칠이 더해지고, 소비자 보호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내일은 또 어떤 규제가 가해질지 걱정이다"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우려처럼 이 법은 '유통규제법'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매월 2회 의무 휴업, 기존 골목상권의 '상업보호지역 지정' 등을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