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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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일선 학교에서 국민의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역배우를 썼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판매했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에 여론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 기사들이다. 기존 매체를 흉내 낸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그 이후다.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뉴스들이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이 부상했고 경찰버스 50대가 부서졌다’ ‘XXX 후보가 집권하면 발표될 내각 명단’ 등 대통령 탄핵심판에 따른 혼란정국을 틈타 가짜뉴스들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됐다.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면 가짜뉴스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해외든 국내든 가짜뉴스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 혹은 상업적 의도로 작성돼 전파되는 가짜 기사나 가짜 언론
‘선한 의지’와 ‘분노’가 오갈 때다. 책상 위 놓여 있던 책을 집어 중간의 페이지를 펼쳤다. 인상 깊었던 내용이어서 접어둔 터였다. “모든 것을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 그래야 사물이 더 잘 보인다. 그래야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안희정의 책 ‘함께, 혁명’의 한 부분이다. 잠언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좋아 담아둔 문구인데 갑작스레 ‘선의 논란’이 불거지며 되새겨봤다. 원래 이 글은 2015년 3월 안희정이 쓴 ‘아침단상’이라는 짧은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안희정은 페이스북 등에 올렸던 짧은 글을 모아 ‘안희정의 길, 함께 걸어요’를 냈다. 스스로 ‘자성록(自省錄)’이라 명명하며 정치인의 성찰이라고 설명했다. 글을 보면 ‘선한 의지’ 관련 안희정의 의식 흐름이 이렇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미움과 분노의 감정에 머무르지 말자. 편견과 선입견이 여기서 나온다. 미움과 분노에서 출발한 비판, 지적, 훈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한국 최대 대기업의 지휘자가 사라졌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이 부회장 구속이 삼성에게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삼성 전체를 총괄하지 않을 경우 삼성의 경영이 더 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창사 79년 만에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자 언론도 바빠졌다. 특히 외신은 '정경유착' '부패고리' 등 자극적 용어를 써가면서 삼성과 한국 경제를 깎아내리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잘 걸렸다'는 조롱 분위기도 읽힌다. 독설 수준의 평론으로 혐한(嫌韓) 언론으로도 불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빠질리 없다. FT는 '삼성 체포가 한국에 기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 차기 대통령이 정경유착을 뿌리 뽑을 경우 한국과 삼성은 과거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주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초강대국 중국과 펼치는 외교 기사를 접하다보면 종종 의미심장한 장면을 목격할 때가 있다. 그중 인구 60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14억명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외교는 꽤 인상적이다. 싱가포르 국민 중 75%는 중국 한족으로 1~2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중국 본토 출신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같은 민족, 같은 문화라고 해도 싱가포르는 중국에게 눈치 보는 법이 없다. 단적으로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지난해 8월 미국을 방문해 "이미 인정받은 원칙에 기초한 국제중재법정(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은 서로 누구의 총이 센지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밝혔다. 이 짧은 발언은 싱가포르가 중립국가(비동맹국가)인데도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미국·일본) 편에 섰다는 신호로 읽혔다. 중국은 즉각 발끈했다. 리우쩐민 외교부 부부장이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고 공개 발언했다.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문제에 싱가포르가 절대
# 롯데마트 서울역점. 백화점 상권인 도심 한복판에서 할인점 성공모델을 만든 마트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롯데마트는 2004년 이 곳을 개점할 때 상징성에 의미를 뒀지만 매출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과 인근 주민, 서울역 이용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은 전체 점포 중 2위(지난해 기준)를 차지했다. # 2주 전 '뉴욕 첼시마켓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첼시마켓의 성공은 우리에게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만이, 전통시장 보호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칼럼에서 짚었다. 시장의 경쟁력은 '맛'과 '멋'이며 옛 것을 부수고 화려한 새 건물을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2월7일자 [광화문]뉴욕 첼시마켓과 한국 전통시장 참조) 2주 전에 쓴 '첼시마켓' 얘기를 다시 꺼내면서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언급한 것은 정치권이 앞다퉈 소비자를 외면하는 '유통산업 규제와 골목상권 활성화 대책'을
국내에서 고객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다음달 8일부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름은 다르지만 거래잔액이 일정 미만인 고객이 창구에서 입출금이나 계좌 개설 등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 수수료를 받겠다는 취지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특히 은행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창구 이용 수수료든 계좌 유지 수수료든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없다. 씨티은행은 자유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신규 고객에 한해 총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일 때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씨티은행 고객에겐 거래잔액에 관계없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월급이 씨티은행으로 입금되는 회사에 입사해 어쩔 수 없이 통장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월 5000원씩 계좌 유지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씨티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이유가 없다. 씨티은행에
내 소개를 할게. 내 생일은 1987년 10월29일, 올해로 서른 살이지. 형제들은 다 돌림자로 ‘법’을 써. 나는 제일 맏형으로 이름이 ‘헌법’이야. 교과서에서 배웠겠지만 ‘최고 기본법’이자 ‘성문법’이고 ‘경성헌법’이지. 경성은 말 그대로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야. 원래 내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1948년 7월 17일인데 그 동안 9번 고쳤어. 마지막으로 손 댄 게 30년 전이야. 내 별칭은 ‘6공 헌법’ ‘87년 헌법’이지. 사실 내가 좀 오래 되긴 했어.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 나도 이해해. 현실과 안 맞으면 고쳐야지. 시대 변화를 반영해야 하구. 애매한 것도 많아. 그래도 솔직히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할 때면 속상하긴 해. 내가 만악의 근원이고 나만 고치면 만사가 형통할 것처럼 비판할 때는 더 그래. 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원흉인 것처럼 비난하는데 정말 그럴까. 내가 태어난 배경부터 따져 봐. 군부독재를 마무리하면서 만들어진 게 나야. 직선제, 단임제 등 대통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듣게 될 여러 비난 중 하나는 “트럼프만도 못한 자”가 될 것이다. 주류언론의 공격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모두가 경험했듯이 국제관계에서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그는 ‘미국 대통령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꿰뚫고 있는 듯하다. “생큐, 삼성”이란 트위터 문구 하나로 ‘검토 중’이던 삼성의 미국 투자를 확정적으로 만든 게 단적인 예다. 윌리엄 포드 주니어 포드 회장이 멕시코 투자계획을 철회키로 했다는 통화내용을 언론에 흘리거나 GM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위협해 결국 자신의 뜻대로 되게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대해가며 팔을 비트는 수고 따윈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취하는 법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상대하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일본이 매달린
가령 당신이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반 감금상태로 고립돼 있다고 생각해보자. 외부로부터의 정보는 일체 차단되고, 특정 집단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혹은 훈련을 받는다. 이는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이 모두 금지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더해 수면시간이 하루 2~3시간으로 줄어들고, 쉴 새 없는 토론과 발표를 해야 한다. 아마도 평범한 지각 능력을 가진 이라면 길게는 한 달, 짧게는 1주일이면 그 집단의 주장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아니, 동조를 넘어 다른 누군가에게 그 주장을 설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 환경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분명 버겁고 벅차다. 그런데 이 같은 환경과 상황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고문이나 세뇌 등의 물리적 방식을 빼고 나면 기업이나 기관들의 직원 연수도 이에 해당한다. 단기간에 어떤 사상이나 철학을 주입할 때 유효한 방법이다. 눈에 보이
2013년부터 2년간 뉴욕 특파원 생활을 할 때 가끔 들른 시장이 있다. 한국 관광객들의 뉴욕관광 필수코스가 된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이다. 당시 이 곳과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후 '옛 것' 멋 살린 뉴욕 명소라는 주제로 기사를 쓴 적도 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뉴욕 '첼시 마켓'이 다시 떠올랐다. 대형 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보호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또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역대 정부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한 정책이다.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통시장 활성화는 늘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그런데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는 올해 대선에서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대선 주자들이 외면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2017년 한국은 나이가 의식을 결정하는 사회다. 은퇴한 70대 노교수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읽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출산 문제로 헛심을 쓰지 말고 장년 은퇴자, 노년 일거리나 신경 쓰라’는 게 요지였다. 철저히 자기 세대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셈인데 그의 친구를 비롯해 지인의 다수가 70대일 테니 그들에게 2032년부터 시작되는 인구감소와 그 부작용은 남의 일인 게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비슷한 경험은 또 있다.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바로 직후에 태어난 한 선배는 ‘65세 정년연장’에 집착한다. 대학생 아이가 있어 청년실업이 슬며시 걱정되지만 저출산은 관심 밖이다. 화려한 스펙과 경력에도 ‘나이’라는 잣대를 이기지 못하고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쫓겨나는 또래집단의 처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겪는 청년세대의 이해관계는 중장년세대와 다르다. 중장년세대의 ‘희망사항’은 청년세대에겐 ‘욕심’으로 다가온다. 국가가 노년층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하
천만이 지켜본 시구가 있다. 문구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26년째 그 자리에 있었다. 보통 겨울에는 사람이 덜 다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특별했다. 천만 촛불시민이 촛불로 비추고 지나친 종로 1길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의 광화문글판 얘기다.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 '그리고 미소를'에서 뽑아온 구절이다. 바빠서 돌아보지 못한 주변을 살피고 희망을 나누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다는게 선정위원회쪽 설명이었지만 행간의 여백이 특별했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선과 뜨거움을 쥔 손이 한겨울을 덮었기 때문이다. 시대, 사회 상황과 긴밀히 소통한 광화문 글판에는 경제계와 문화계 거인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있다. 글판은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제안해 1991년부터 내걸렸다. 교보빌딩 지하 1층을 적자를 무릅쓰고 통째로 서점으로 꾸민 그는 정문 한켠을 글로 채웠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