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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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울한 진단으로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희망적이지 않다. 정치적 문제 때문은 아니다. 비상 계엄·탄핵 등 일련의 사태에 감춰졌을 뿐 위기는 심각하게 존재해왔다. 모르는 이는 없다. 다 아는 3대 위기다. 우선 구조화된 저성장이다. 연 2% 성장조차 어렵다. 소비는 최악을 갱신한다. 3년 연속 소비가 줄었다. 성장이 멈췄고 그나마 돈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쓸 돈이 없다. 자영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반도체(삼성·SK), 자동차(현대·기아차), 방산(한화) 등이 돌아가며 수출 숫자를 간신히 만들 뿐이다. 재정은 자기 몸을 건전하게 챙기느라 성장에 관심이 없다.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도 있으면 작은 희망을 품어보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두 번째 위기다. 인터넷 시대엔 흐름에 올라탔고, 스마트폰 시대엔 한발 늦었어도 곧 따라붙었던 대한민국이다.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AI 혁명의 시대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트럼프 시대는 2개의 위기를 증폭시킨다. 4년이 아닌 그 이상, 세계 질서를 주도
12.3 계엄사태 여파로 우리나라의 정치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동맹을 유달리 강조했었던 각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줬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이후 국회의 탄핵으로 권한을 정지당한데 이어 구속 상태다. 새로운 리더십 하의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와 관련해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상호 관세 설정 등 유화책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1000억달러(약 146조원)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을 겨냥한 관세 발표로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는 등의 위력을 과시했던 그는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느냐'
# 우리나라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국가와 지자체라는 방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는 규제를 만들고, 공무원은 '규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규제는 합리적일수도,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규제의 기준이나 조건을 어떻게 정할지가 관건이다.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 # 규제는 관(官)의 힘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룰루, 제임스 로빈슨의 차기작 '좁은 회랑'에는 아프리카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의 농담이 담겨있다. 이 나라는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지금까지 6차례 헌법이 개정됐고 그때마다 제15조는 변하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알아서 해결하라'였다고. 다시 확인하지만 이는 농담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적절한 농담'이라고 꼬집는다. 국가는 마땅
"계엄이 뭐예요?" "무엇이 그렇게 급한 거래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한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두 달이 돼 간다. 다행히 비상계엄 이후 우려했던 많은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서는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걱정이 나왔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속도로 올랐지만 선방하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일반 시민들의 '일상'도 지켜지고 있다. 평소처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 수 있어 다행이다. 밤에 두려움에 떠는 일도 없다. 아이도 계엄 이튿날 별일 없이 학교에 갔으니 자신의 일상이 지켜지고 있음을 몸소 기억할 것이다. 아직은 아이에게 계엄사태 이후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순항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순항의 필수조건은 무엇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일 것이다. 그래야 훗날 아이에게
"우리는 번영할 것이고, 자랑스러울 것이고, 강해질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복당하지 않을 것이고, 위협받지 않을 것이고, 깨지지 않을 것이고,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는 우리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황금기는 막 시작됐습니다." 반전은 없었다.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다. "미국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를 상징하는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와 연결되며 세상을 향한 선전포고가 돼버렸다. 전 세계의 이목이 그의 '입'과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당초 25만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행사는 황제 대관식에 비유되며 안팎으로 시끌벅적하게 치러졌다. VIP석은 일찌감치
대한민국 수장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체포·구속 등으로 이어지면서 행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정부의 주요 사업은 대부분 미뤄지거나 불투명해졌다. 인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부처의 경우 주요 실·국장급 공석이 장기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태들과 상관없이 수장공백이 만연한 조직이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1년 이상 공석인 경우도 많다. 만성질환처럼 오래된 관행이 돼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 선임 얘기다. 통상 어느 조직이나 수장의 임기가 다가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새로운 수장을 선임하거나 재선임을 위한 과정을 추진한다. 미리 추진하지 않으면 수장이 없는 조직이 될 수 있고 결국 조직의 중요한 결정이나 사업들이 미뤄지는 등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는 처음 이곳을 접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수장 선임에 '
지난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통해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큰 우려"를 표했다. 과두정치를 우려했고, 미디어 기능 약화 속 권력 남용을 걱정했다. 트럼프 주변이 충성도 높은 인사로 채워지고 사업가 일론 머스크의 권력이 커진 데 대한 견제다. 트럼프에 다가가려는 메타가 SNS 팩트체크 기능을 없앤 점도 꼬집었다. 4년 전 취임한 바이든은 동맹을 챙기고 국제기구에 복귀하는 등 트럼프와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그렇지는 않았다. 그도 트럼프의 운영 방식을 일부 받아들였다. 주로 동맹국 아닌 중국을 겨냥했지만 '국가안보'를 내세워 여러 가지 무역통제 정책을 꺼냈다. 임기 말에는 같은 이유로 동맹국 기업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거래를 막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2018년 3월 다수 국가의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추가관세 조치를 내린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조사해보니 철강·알루미늄 수입 상황이 국가안보 위협
#1.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찰스 디킨스가 남긴 역작 '두 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런던과 파리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대문호는 프랑스 대혁명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단두대로 대표되는 무자비한 학살극에 그는 혐오감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디킨스가 대혁명의 당위를 부정한 건 아니다. 혁명 전 '앙시엥 레짐'(구체제) 당시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에도 그는 연민의 시선을 던진다.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의 사료를 토대로 쓴 이 소설에서 디킨스가 개탄한 건 혁명 자체가 아닌 혁명 과정의 야만성이었다. 아무리 혁명의 명분이 순수해도 피에 굶주린 이들이 혁명의 깃발 아래 자행하는 야만적 보복까지 정당화할 순 없다. #2.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에 대한 일련의 각주다."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이다. 서양 철학의 어떤 줄기든 플라톤이란 뿌리에 빚지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현대 정치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취임이 20일(현지시간)으로 다가왔다. 다음주면 이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열린다. 트럼프 2기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바로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선거과장에서 유세 때마다 관세 카드를 전방위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보편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등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해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를 두고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로 칭송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사실상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토대인 '자유무역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회귀할 것임을 알리는 대변화인 셈이다. 특히 미국이 공언한 대로 거세질 미중 패권 전쟁은 무역으로 먹고 살아온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안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번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만만하게 당하지만 않을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
# 가계대출이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한 이후 가계부채 관리는 역대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대책이 나왔다. 특히 집값과 직접적 연관을 갖는 주택담보대출은 다양한 정책 수단들이 도입됐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낯설었던 이 용어들이 이제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하지만 정부가 쉽사리 손대지 못한 대출도 있었다.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을 제한하려던 시도는 '전세는 서민들의 주거 방식', '세입자는 약자'라는 논리에 번번히 막혔다. 2018년 8월 전세대출 보증에 소득기준을 도입하려던 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소득 제한이 없던 전세보증 대상을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이 방안은 그해 4월 당정이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 금융지원 방안으로 발표한 내용이었다. 세금으로 이뤄지는 보증이니 소득이 낮은 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1년 12월 스위스의 다국적제약사 로슈를 취재할 기회가 있어 바젤을 찾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라인강 주변에 위치한 로슈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곳엔 로슈의 본사, 연구소, 생산시설이 12만㎡에 이르는 지역에 펼쳐져 있었다. 건물과 건물사이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켰다. 당시는 우리 바이오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던터라, 스위스 바이오기업들의 월등히 좋은 환경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더 부러웠던건 연구개발(R&D)에 진심이었던 로슈의 전략이었다. 당시 로슈의 매출은 60조원이 넘었는데 R&D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이는 삼성전자나 토요타의 R&D투자규모보다 더 큰 수준이었다. 지정학적으로 스위스는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 땅덩이가 넓지 않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다. 게다가 국토의 4분의1이 알프스산맥이어서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다. 스위스인들은 지식과 기
화학자 중에 이름을 아는 인물을 한 명만 대라면 프랑스 사람 앙투안 라부아지에를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라부아지에는 화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인물로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학창시절 단골 시험문제였던 질량보존의 법칙을 확립한 이가 라부아지에다. 생물이 호흡하고 물질이 연소하는 데 산소라는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그의 업적이다. 라부아지에는 50세에 파리 콩코드광장에서 단두대의 이슬이 됐다. 화학 지식을 이용해 가짜담배 밀수를 적발하는 일을 맡았는데 루이 16세 치하에서 세금징수조합 간부로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프랑스혁명은 평민계급에 편중된 세금 부담 때문에 발발했다. 세금 징수원들에 대한 증오가 팽배했고 라부아지에는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혔다. 혁명재판소 판사는 "정의는 연기될 수 없다"('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에서 인용)며 사형을 언도했다. 남은 생을 화학연구를 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대답이었다. 혁명정부의 공포정치도 라부아지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