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미국은 왜 위대했나

[광화문] 미국은 왜 위대했나

김주동 기자
2025.06.05 04:03

일주일 전인 5월28일(미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로부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관세전쟁에서 겁나서 물러난다)라는 요즘 유행어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처음 듣는 말이라던 그는 뜻을 듣고 발끈하면서 "터무니없이(ridiculous) 높은 수치(관세율)를 설정한 다음" 조금 내리는 게 바로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일본제철과 US스틸의 '파트너십'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 소재 US스틸-어빈제철소에서 선물 받은 황금 헬맷을 들고 있다. 2025.05.30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일본제철과 US스틸의 '파트너십'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 소재 US스틸-어빈제철소에서 선물 받은 황금 헬맷을 들고 있다. 2025.05.30 /AFPBBNews=뉴스1

상식적이지 않은 관세율이라는 걸 스스로도 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쓴 협상 방식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국가 간 외교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다.

트럼프에게 지금의 미국은 위대하지 않다. "우리가 선박 한 척을 만들기 전 중국은 10척을 만들 수 있다"(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고 스스로 밝힐 만큼 중국에 대한 큰 위기감도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동맹 간 신뢰가 깨지는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지금 미국은 위대해지고 있을까.

지난달 덴마크 비영리단체 민주주의동맹(AoD)이 공개한 올해의 '민주주의 인식 지수'(100개국 11만1273명, 4월9~23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총합 –5%로 부정 평가가 더 컸다. 1년 전 +22%에서 평판이 대폭 나빠졌다. 반면 중국은 +14%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중국은 북아프리카, 태평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유럽에서도 미국보다 나쁘지 않았다.

2일 악시오스에 따르면 모닝컨설트의 41개국 대상 '상대국 선호도' 조사에서도 5월 말 기준 미국은 –1.5로 대폭 하락했다. "미국에 대한 인식이 의미 있게 개선된 곳은 러시아뿐"이라고 한다. 이 조사에서도 중국은 +8.8이었다. 미국은 되레 중국의 선호도를 올려주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미국은 아직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될 때 봉쇄론을 주창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 외교관 조지 캐넌은 1946년 장문의 전보에서, 소련을 이기기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미국 사회를 건강하고 활력 있게 하고 다른 나라에 긍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줄 것을 주장했다. 스스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미국 편이 확대되고 소련은 고립될 거라는 취지다.

경제 및 외교 성과를 중시한 그의 바람대로 미국은 경제력에서 소련을 압도했다. 마셜 플랜을 통해 전쟁 후 서유럽 재건을 도우며 이 지역 소련 영향력을 억제했다. 사회주의를 대표하던 소련은 1991년 해체됐다.

미국은 풍요롭고, 자유롭고, 힘 있고, 민주적인 나라임을 보여줬고, 본심이 어떻든 다른 나라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며 우군을 만들었다. 미국의 음악, 스포츠, 프랜차이즈 음식 등 문화도 여러 나라에서 같이 즐기며 심리적인 우호 세력도 형성했다. 여전히 공부하러 가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강한 군사력과 기축통화를 보유한 강국이기 이전에, 미국은 깊은 곳에서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트럼프 2기 미국은 1기 때보다도 거칠다. 동맹도 고율 관세로 위협하며 아무렇지 않게 50% 관세를 부른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두고 그린란드를 편입하겠다는 말도 내뱉는다. 이민 억제 정책을 강하게 펴며 외국인 학자와 유학생이 떠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동맹도 미국의 요구에 보조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힘을 바탕으로 일부 이득을 얻을지 모르지만 앞선 조사 결과처럼 미국은 뿌리에서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 인식 지수'를 발표한 AoD의 설립자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지난달 가디언 기고를 통해 미국이 없는 D7(민주주의 7개국) 무역블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럽연합, 한국, 일본, 캐나다 등이 뭉쳐 자유무역을 지키고 관세전쟁의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미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 없지만 이상신호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미국은 위대하지 않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주동 기자

다른 생각도 선입견 없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