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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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월25일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꼬박 두 달이 지났다. 추경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7월에는 집행돼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추경 논의가 그동안 공전한 것은 1차로 국회 탓이다. 특히 야당은 그들 주장대로 경제 상황이 바닥이라면 추경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해 추경 심의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국민을 납득시켰냐는 얘기다. 국가재정법에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처럼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하게 돼 있다. 본예산을 편성할 때와 비교해 상황 변화가 생길 때다. 이번 추경의 목표는 미세먼지 감축과 국민안전 체계 보강, 선제적 경기 대응 등 3가지다. 미세먼지와 국민안전은 왜 추경으로 해야 하
정치권은 총선 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여야 모두 선거 구도를 계산하느라 바쁘다. 새롭지는 않다. “쟤네들보다는 낫다”는 게 전략 전술의 전부다. 역학 관계가 엇비슷한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이할 즈음 썼던 칼럼에서 ‘묘한 균형점’이란 표현을 했는데 지금도 같다. 취임초나 지난해 지방선거 때 같은 ‘쏠림’은 없다. 반대로의 ‘이탈’도 제한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져온 흐름이다. 여야 지지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40%, 한국당은 30%선을 오간다. 총선 전망이나 이른바 ‘심판론’에 대한 답변도 비슷하다. ‘여당 심판’ 못지않게 ‘한국당 심판’ 기조가 존재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정치권은 ‘심판론’을 부여잡는다. 하지만 ‘균형 국면’ 속 이런 관측은 1차원적이다. 누가 잘 했냐, 누가 못했냐를 묻는 질문으로는 본질을 짚지 못한다. 현 ‘균형 국면’ 속 심판론의 유혹에 빠지면 흐름을 놓친다. 유혹은 달콤하다. 정부 실정을 지적하고 심판을 외치는 것
서울 소재 주택가격이 수 개월 간의 하락세를 멈추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주택의 희소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1000조원 넘는 시중 유동자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풀리는 수십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집값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주요 지역 집값이 오를 조짐에 지난달 서둘러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를 확정 발표하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정부도 난처하게 됐다. 그나마 낙폭에 따른 반등이고 추가 규제가 나오면 다시 안정화할 것이어서 추세전환으로 보긴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세제를 강화한 9·13대책, 주택공급 확대계획을 밝힌 9·21대책으로 서울 등 주요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안정화했다. 정부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규제 억제 방안을 내놓는 동시에 적극적인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어느 때나 활용 가능한 명분을 가진
죽음을 마주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보다 선명해진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세상의 가치가 보다 뚜렷해지고, 방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자에게 주는 죽음의 마지막 미덕 아닐까. 지난 8일 경기 일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 속 J선배와 마주했다. 따로 또 같이, 17년여를 현장에서 함께 뛴 사이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배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그였다. 나이나 경력을 떠나 ‘인간’으로서 존경하던 선배였다. 불과 보름여 전 함께 술잔을 기울인 선배는 영정사진 속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다시는 그 남해바다 같은 정겨운 웃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옛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말과 시선들은 좀처럼 한데 모이지 못하고 엇나갔다. 누구도 그 자리를,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선배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베이징에서 2년 가까이 살면서 요즘처럼 이 말의 의미를 실감했던 적이 없다. 중국의 '톈안먼 사건 30주년'과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라는 상반된 두 풍경을 목도하면서다. 한쪽은 너무 차갑고, 한쪽은 불같이 뜨겁다. 지난 9일 홍콩 거리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전체 홍콩 시민 720만 명 중 7명 당 1명 정도가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 최대 규모 시위로 평가됐다. 수많은 홍콩 시민들을 불러모은 것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이슈다. 개정안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인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본토로 송환하도록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상 중국 법 체계가 적용되면서
금융감독원은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하고 금융 기관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권위는 거기에서 나온다. 그래야 시장의 규율을 세울 수 있다. 2000년대 5년 간 금감원을 출입할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권위가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어떤 권역의 종사자들을 만나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뭘 해도 욕을 먹는 조직이라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금감원은 1~3급 상위직급 비중이 43%에 달한다. 비대하면서도 ‘초고령화’ 됐다. 인원은 많고 그 자리를 지키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줄여 준다며 폐지했던 종합검사가 윤석헌 원장 취임과 함께 4년 만에 부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핵심 부문만 검사해 수검 부담을 최소화한다지만, 말 그대로 종합 검사다. 적잖은 인원이 투입된다. 과도한 사전자료 요청 등 검사 그 자체가 업계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감독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예방은
“거기 가 보셨나요? 을지로에 책으로 된 벌레형 터널이 있는 서점 있잖아요.” 지난해 연말 을지로 부영빌딩(옛 삼성화재 빌딩) 지하에 생긴 아크앤북 얘기다. 책과 생활을 다양한 방식으로 묶은 새로운 형태의 신세대 서점으로 꼽히면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점 안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에 갈 때 책을 서가에 놔두고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이들을 고려해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공간도 준비해놨다. 출입구의 책 터널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특징적인 책 구조물인 '아치형 책 터널'은 책 안에 자석을 넣어 자력을 이용해 로마의 판테온 또는 석굴암의 아치 형상을 책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이것 때문에 기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책을 온전히 보존한 상태에서는 둥글게 꾸밀 수 없으니 책 어딘가에 파손(자석을 넣으려고 책을 파낸)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었는데 그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 출판인은
국회가 두 달 째 ‘휴업 중’이다. 올들어 제대로 열어본 적이 없다. 4월 29일 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동물국회’를 시연한 게 최근 활동이다. 법안 심사 등은 일체 없다. 정치적 행위도 막말 빼곤 찾아보기 힘들다. ‘식물 국회’란 표현도 과하다.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저 무생물 국회다. 이런 20대 국회를 두고 비판과 질타가 쏟아진다. 통계를 봐도 좀 심하긴 하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들어 17회 국회 보이콧을 했다. 두 달에 한 번 꼴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2, 4, 6월은 임시 국회가 자동 개회된다. 9월에 소집되는 100일짜리 정기국회를 포함하면 국회는 두 달에 한번 열린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보이콧을 했다는 말이다. 법안 처리율은 더 수치스럽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모두 2만192건(6월6일 기준)인데 처리된 법안은 5978건에 불과하다. 법안처리율 29.6%다. 법안 폐기 등을 뺀 법률 반영률(28.1%)은 더 낮다. 18
발상은 대담했고 설계는 치밀했다. ‘풀 수 없는 매듭’ 같던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겨 메가 조선소를 만드는 방안 말이다. 대우조선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제안은 자금여력이 없어 인수를 꺼린 현대중공업의 마음을 돌렸다.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눈 뒤 산은이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 지분을 내놓고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받는 거래구조가 결정적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함께 이른바 빅3 체제였던 세계 조선업의 구도를 빅2로 바꿔 두 조선회사가 함께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물론 이는 지역경제와 국가에도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계 조선업의 패권을 잃지 않으면서 울산과 거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물적분할로 한국조선해양을 만드는 데 동의했고,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
"나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정확히 말하면 지독한 기업인,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 4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열렸던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 폐막을 앞둔 저녁 무렵. 어떤 계기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회장 최태원'이 아닌 '자연인 최태원' 자격으로 말해도 되겠냐"며 담담한 고백을 이어갔다. "22년 전, 선대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제가 회장에 취임했을 때는 IMF 사태, 아시아 금융위기로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였다. 그때부터 저는 전쟁을 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가슴은 텅 빈 것 같았는데, 그때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고,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중요한 자리였다. 최 회장이
‘새로운 노무현’ 23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주제다. 짧지만 명확하다. ‘탈상(脫喪)’과 ‘미래’를 담았다. 이 구호, 주제를 만든 게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새로운’이 주는 단절적 의미에 불편해 하는 이도 없지 않다. ‘잊자’는 메시지로 오독한 이도 더러 있다. 윤태영은 그러나 “추모는 추모대로 하되 차원이 달라지는, 뛰어넘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0년간 5월 23일은 추모, 미안, 슬픔의 날이었다. 분노, 증오의 감정도 섞여 있었다. 모두 과거에 종속된다. 미래가 자리잡을 여유, 여지가 없다. 함께 사는 세상은 미래인데 말이다. 윤태영이 ‘새로운 노무현’을 떠올린 것은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하면서다. 노무현을 모르는 세대를 접하며 추모를 넘는 ‘노무현 정신’ ‘가치 지향’의 필요성을 느꼈다. ‘기억’과 ‘추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바보 노무현’ ‘노무현과 바보들’ ‘노무현의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하다. ‘새로운 노무현’은 통
문재인정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일반 평가는 좋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경제 문제를 가장 많이 거론한다. 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실패했을까. 소주성은 왜 나왔고,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논문이라고 알려진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임금주도 성장모델의 적용 가능성’(2014)을 살펴보자. 논문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노동 몫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본다. 또 자본 몫이 증가해도 투자와 순수출 증가는 효과는 나타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노동 몫을 늘리는 노동친화적 분배 정책이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