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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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엔 밀린 숙제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크든 작든 한국 조선업뿐 아니라 세계 조선업의 지형도를 바꿀 사건들이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정리가 그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교역량이 줄었는데 선박 공급은 넘쳤다. 세계 조선업계의 ‘빅3’였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마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생산능력 감축 없이 생존은 없다는 게 컨센서스였다. 3곳 모두 산다는 건 불가능하며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했다. 수차례 공적자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살생부 리스트의 가장 앞자리에 올랐다. 저가수주로 버티고 분식회계로 부실을 가려 나머지 빅2로부터 ‘공공의 적’이 됐다. 자구책을 마련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였다. 거제 지역경제와 한몸이었고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도 한배를 탄 형국이었다. 잃을 게 많아서 못 버리는 카드였다. 채권단에 손을 벌렸고 구제금융으로 연명했다. 빅3가 채권단에
2019년 3월. 여권은 탄핵 2년보다 총선 D-1년을 느낀다. 표면적으로 자유한국당을 비롯 보수를 향해 공세를 벌이지만 최소한에 그친다. 정작 물밑 화두는 ‘전열 정비’다. 내년 총선을 앞둔 밑그림 그리기다. ‘3·8 개각’으로 그 작업은 본격화됐다. ‘3·8 개각’은 전적으로 ‘총선용’이다. 총선을 빼면 다른 개각 요인, 컨셉, 키워드 등을 찾기 어렵다. 여권 인사는 “선수 교체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는 7명의 장관 중 4명은 현역 의원이다. 전직 의원 1명을 포함하면 5명이 정치인이다. 남은 2명중 1명은 총선 출마 경험자고 또다른 1명의 경우 총선 차출설이 파다하다. 어찌보면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정됐던 수순이다. 그 시기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총선을 앞둔 개각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각에 있는 정치인들을 굳이 1년전에 빼진 않는다. 선거가 4월에 있는 만큼 정기국회가 끝나는 전년 12월 교체가 일반적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황교안이 아니었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들은 태극기부대에 휘둘렸고, 김진태가 얼마나 득표할 거냐가 관심사였다. 태극기부대는 스스로 정치적 실체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태극기부대는 어디서 왔는가. 연세대 김진욱(정치학 석사) 허재영(글로벌인재학부 조교수)은 논문 ‘인정을 위한 저항-태극기집회의 감정동학’(2018)에서 노년층에 대한 누적된 모멸감이 태극기부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노년층에 대한 차별, 억압 등 ‘무시'가 세대갈등 관계를 중심으로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완장차던 사람들이 '갑질의 추억' 때문에 광화문에 나간 게 아니다. 노인세대가 세력화한 유형이 태극기부대다.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그들의 집단행동이 도드라졌지만, 노인 문제와 세대 갈등이 더 큰 배경이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나, 내면의 분노와 증오를 북한과 인공기에 투사하는 것은 소외된 자아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외면할수록 더 존재를 증명하려
몇 해 전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STX다롄조선소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여의도 면적 1.7배의 550만㎡ 부지에 거대한 도크, 골리앗 크레인이 위용을 자랑했지만 보하이만의 매서운 바람 외에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3만 명에 달했다는 직원은 온데간데없고 작업을 마치지 못한 선박만 폐선처럼 방치돼 있었다. 다롄조선소는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10대 그룹까지 넘봤던 STX그룹을 공중분해 시켰다. 28억 달러(3조원)라는 그룹 역량을 넘어서는 무모한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샐러리맨 신화’를 창조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게 다롄은 사지가 되고 말았다. ㎝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STX그룹 얘기를 꺼낸 것은 10년의 시차를 두고 데자뷔처럼 반복된 한진중공업그룹 때문이다. 최근 채권단은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남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를 전량 감자했고, 지배력을 잃은 조 회장은 회사를 떠나게 됐다. 그가
당연한 얘기지만 설익은 정책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시장에 혼란을 부르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기 십상이다. 지난해 학부모들의 반발로 철회된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선행학습이라는 이유로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려 했다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부랴부랴 없던 일로 했다. 하물며 국민 부담과 직결된 조세·준조세 정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역사에서 보듯 조세·준조세 정책은 비합리적이거나 불공평할 경우 단순한 불만을 넘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의 대혁명 등 세계 3대 시민혁명도 모두 국민 수용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세금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조세·준조세 정책은 세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당연히 그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소리소문없이 추진한 전월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방식 개편은 이런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탐독했다던 아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의 ‘부채의 늪과 악마의 유혹 사이’의 한 문장이다. 이건 터너만의 통찰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 국가의 민간부채가 국가부채로 옮겨갈 때 널리 퍼진 얘기다. 빚이 없어지지 않고 이전된다는 점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게 있다면 건설사와 은행이 부실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부채와 부실 위험이 없어지지 않고 오직 한 곳, 가계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최경환 경제팀이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한 2014년 8월 무렵 건설사의 재무제표는 해외사업 부진과 미착공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처참한 지경이었다. 단적인 예가 GS건설이다. 2013년 2월 어닝쇼크 발표 전 1조2000억원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천문학적 손실을 숨기고 시장에서 돈을 조달했다는 혐의로 분식회계 논란이 있었
매주 토요일 광화문은 태극기 부대의 해방구가 된다. 어르신들은 넓은 광장을 누빈다. 거칠 게 없다. 모든 것을 쏟아낸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내뱉는 육두문자는 기본이다. 영화 대사를 빗대면 ‘지금까지 이런 자유는 없었다’.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만끽한다. 이른바 ‘빨갱이’의 전유물이었던 헌법상 자유 등을 이젠 ‘태극기’가 누린다. 태극기 옆 환호는 없다. 열정보다 궁상이 느껴진 때문이다. 연배를 떠나 그 자체가 ‘올드’하다. 복장, 구호 등 분위기는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 요새 말로 하면 ‘핵아싸(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의 아싸에 핵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분들이 토요일의 재미를 알았다는 점이다. 희열을 느낀다는 이도 있다. 시내에서, 광장에서 인생 처음으로 발언하면서 얻는 쾌감이다. “너희가 무엇을 아느냐. 내가 세상을 오래 살아봐서는 아는데…”. 평일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유튜브를 공유한다.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다’ ‘세상 살아온
미국의 반 화웨이 캠페인에 맞서고 있는 런정페이 중국 화웨이 회장이 다시한번 서방 언론 앞에 섰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일시적으로 많은 나라를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부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간해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렸던 런 회장의 최근 행보는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중국 언론은 물론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우회 접근 통로)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로 퍼진 런 회장의 주장이다. 런 회장의 잇따른 외신 인터뷰를 보면서 중국과 같은 언론 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주식회사 제도 유지를 전제로 하는 탓이다. 주식 투자를 왜 하나.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상법 상 보장된 권리다. 주식회사에서 주주들은 운명 공동체다. 그 운명은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경영진을 상대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이다. 주총에서의 주주권 행사를 경영권 침해라며 방해하는 것은 재산권과 상법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사실 소유지분 구조상 국민연금이 한 기업의 2대 주주라 해도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총수 일가를 이길 방법은 거의 없다. 이사 해임 등 특별결의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어렵다. 한진그룹의 경우처럼 말도 안 되는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연금 사회주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지나친 정치 논리다. 합리적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피터 드러커는 1976년 저서 ‘보이지 않는 혁명’에서 노동자가 주
거인이 떠난지 꼭 10년째다. 2009년 10월16일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 얘기다. 10년 전 그날에는 이념과 종교를 뛰어넘은 추모열기(장례기간 40여만명의 추모객)가 가득했다. 거의 신드롬이었다. 스님부터 목사님까지 그를 애도했고 여야와 진보정당까지 한 목소리를 냈다. 극심한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재로서는 재현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추기경 각막기증이 알려진 뒤 그해 사후 장기 기증 서약자는 3만명을 넘었다. 정치권은 소외 계층을 감싸 안았던 김 추기경의 행적을 기리며 당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불교계(조계종 총무원장)에서는 “이웃의 고통을 대신해 살아오신 평생의 지표가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슬픔을 함께한다"고 했고 개신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서는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인 김 추기경은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았다"고 애도를 표했다. 하느님과 약자에게는 한결같았던 그지만 정작 순종의 삶만 살지는 않았다. 그가 18세때의 일이
'1/80 '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북한 관련 메시지가 차지한 비중이다. 82분의 연설 중 1분이 채 안 됐다. 지난해 2483자(알파벳 기준)였던 대북 발언은 540자로 줄었다. 숫자보다 내용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탈북민 지성호씨, 북한에서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을 국정연설에 초청한 뒤 북핵 위협, 북한 정권의 음흉한 본질 등을 직접 꺼냈던 트럼프다. 올해는 달랐다. 북한을 자극하는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핵’은 북한이 아닌 이란의 문제로 적시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러시아, 중동 등은 긴장과 갈등의 공간으로 표현된 반면 그간 ‘악의 축’ 자리를 지켜왔던 북한은 빠졌다. 실제 북미간 협상이 시작된 후 트럼프의 대북 발언 중 부정적인 것은 없었다. 여권 고위 인사는 “북미간 협상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잖았지만 미국이 공개적으로 한번도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해 말. 여권(與圈)에선 위기라는 단어가 심상찮게 나왔다. ‘여권’의 한 축인 여당의원들은 지역 민심과 체감도를 예로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 신재민 전 사무관 논란 등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이러다가…”라는 위기감은 당연했다. 청와대도 모르진 않았다. “알고 있기에 위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속내는 복잡했다. 전열을 정비하며 ‘수용’하고 ‘반응’했다. 이른바 ‘김&장(김동연·장하성)’ 교체는 시작이었다. 이슈는 경제로 틀었다.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그나마 더 늦지 않게 반응한 것은 살아 있다는 의미였다. 전면엔 문재인 대통령이 섰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해외 순방 일정 탓에 ‘자의반·타의반’ 밀려있던 문 대통령이었다. 어찌됐건 현 정부 최고의 상품은 대통령 자신이다. 국정 지지도와 달리 문 대통령 호감도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고 여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국정 지지도와 비교해 15~20%포인트 가량 차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