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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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스크 벗고 인사드려야죠." 부모님 영가등 앞에 선 시민 현모씨(57)는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두 손을 모은 뒤 기도를 올렸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올린 현씨는 곧바로 마스크를 올렸다. 현씨는 "부모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올리는 것이니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며 "오늘 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돌아다닐 때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버이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인 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오색 빛깔 연등으로 빼곡했다. 연등 아래로는 발 디딜 틈 없이 구름 인파가 모여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한복을 입고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어린 신도부터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소원을 빌러 온 노령의 신도까지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온 큰 행사를 즐겼다. 이날은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후 3년 만에 1만 명 규모의 봉축법요식이 열렸다. 최소인원으로 진행됐던 지난해의 행사와 달리 이날은 자리 간 거리두기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 같은 색 한복을 맞춰 입은
어린이날인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거리에 밝은 표정과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인들은 고개를 내밀어 사람이 늘어난 거리를 살폈다. 가게 안으로 옷부터 모자, 머리띠, 목걸이, 열쇠고리, 장난감까지 아동용 물품이 빼곡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이 가게 저 가게를 넘어다니며 눈을 반짝였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왔다는 한 시민은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하지 않다가 3년 만에 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대문시장에는 수백여개의 아동복 가게가 줄지어 있다. 일상복뿐 아니라 명절에 찾는 한복, 장난감과 패션잡화까지 갖가지 물건을 판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시장은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대목'인 어린이날을 맞았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 보였다. 시장 상가들의 매출에도 눈에 띄는
"어린이날인 5일에는 사람이 몰릴 것 같아서 하루 일찍 왔어요."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김소연씨(가명·35)는 출산예정일을 한 달여 앞둔 만삭의 몸을 이끌고 8세의 딸과 함께 경기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어린이 테마파크 두리랜드를 찾았다. 두리랜드는 1990년 배우 임채무씨(73)가 개장한 놀이공원. 기자가 4일 찾은 두리랜드는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두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이날 점심시간이 지나자 운영자인 임채무씨가 빨간색 점퍼를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임씨는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1층 안내데스크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임씨는 평소에도 촬영 일정이 없는 날이면 항상 이곳에 출근한다. 평일이었지만 이날 오후 3시까지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는 약 150여명에 달했다. 소풍을 나온 20여명의 아이들이 트램펄린, 정글짐과 같은 놀이 기구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손님들도 있
거리를 걷는 사람 대부분은 여전히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였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2일 서울 시내에서는 맨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실내에 들어갈 때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기 때문에 '썼다 벗었다 하기가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반대로 일부 실내 매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들어오는 손님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내에선 일부 '잡음'…실외에선 "썼다 벗었다 귀찮아서 그냥 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0월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566일 만이다. 천장이나 지붕이 있으면서 사방이 막혀있는 실내 공간이 아닌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50인 이상이 밀집하는 집회나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 시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유지된다. 서울 여의도의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인 박모씨(46)는 마
16종, 상업용으로 재배 가능한 바나나 품종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개중에는 빨간색, 파란색 바나나도 있다. 더 놀라운 건 전 세계 인류가 현재 일반적으로 먹는 식용 바나나는 단 1종이라는 점이다. 2018년부터 '제주형 바나나' 생산을 위한 데이터팜을 운영 중인 김희찬 제이디테크 대표는 "지금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바나나 품종은 '캐번디시'로 과거 사람들이 즐겨 먹던 '그로미셸' 품종은 파나마병에 걸려 1960년대 대부분 멸종했다"며 "작년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어렵게 그로미셸 모종을 공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그로미셸 되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로미셸은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해 현재 시판중인 바나나 보다 식감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이는 대체로 짧지만 껍질이 두꺼워 운송 중 멍이 잘 들지 않고 다발의 밀도가 높아 적재가 쉽다. 이런 장거리 운송의 편의 덕분에 상품가치가 높은 편이다. 그로미셸의 원산지는 말레이시아, 태국
25일 오전 11시40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스크린골프장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두서넛 짝을 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8개의 방 중 절반이 사람들로 찼다. 스크린골프장 테이블에는 저마다 챙겨온 음식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광화문의 모 기업에서 광고홍보 업무를 하는 A씨(40)와 동료들은 이날 샌드위치를 포장해들고 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골프를 하기 전에 점심을 먹고 오거나 게임이 끝나고 주변에서 빠르게 점심을 먹고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취식을 허용하면서 스크린 골프연습장 등에서는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자장면을 시켜 먹고, 캔맥주를 마시는 직장인들의 '소확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A씨는 "그동안은 실내 취식이 제한되서 골프가 끝난 뒤 별도로 점심을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이 촉박했는데 이제는 먹으면서 여유롭게 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코로나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던
지난 24일 밤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내 한 한인마트에 손님들이 몰렸다. 이들은 채소와 인스턴트 식품을 쓸어담았다. 다음날인 25일. 아침부터 주요 상가 내 식료품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카트에 식량을 담고 또 담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 뒤를 이어 베이징마저 봉쇄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식료품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3일과 24일 연이어 20명 안팎 감염자가 발생한 게 발단이 됐다. 이번 감염자 절반이 차오양구 거주민으로 집계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25일부터 29일까지 하루 간격으로 3회 전수 검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24일 오후가 되자 전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일 내 봉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2189만명 베이징 시민 중 차오양구 주민은 약 16%에 해당하는 345만명에 이른다. 봉쇄가 결정되더라도 상하이가 초기에 그랬듯 지역을 촘촘하게 나눈 뒤 소수의 인원만 격리하는 정밀 봉쇄에 그칠
고급 빌라, 고급 오피스텔 등 프리미엄을 얹은 주거형태에 이어 임대주택 시장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임대료가 월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돈값 한다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리미엄 '코리빙하우스', 높은 임대료에도 대기자 줄이어…"몇 십 만원 더 줘도 괜찮다"━ SK디앤디(SKD&D)는 프리미엄 임대시장의 선두 주자다.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로 현재까지 2000여가구를 공급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에피소드 강남 262'와 '에피소드 서초 393'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사이의 초역세권에 있었다. 두 지점은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에피소드'는 침실 등 개인공간은 별도로 있고 주방이나 거실 등을 공유하는 새로운 주거형태다. 함께 생활한다는 뜻으로 '코리빙하우스'로 불린다. 에피소드는 지점마다 구조와 갖춰진 커뮤니티 시설 등도 차이가 있다. 입주자에게는 주거 시설만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입주자는
"송윤지(가명)가 술을 마셔 송! 어이! 윤! 어이! 지 어이! 원~샷!"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지침을 조정하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과 제한 인원을 완전히 해제한 첫날인 18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서 대학교 선배·동기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새내기 송모씨(20)가 "이제야 대학생 된 게 실감이 난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송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으로 대학 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같은 과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홍대 앞 클럽 거리의 생기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쭉 꺼져있던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식당과 카페 간판에도 불이 다시 켜졌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도 클럽과 감성주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클럽 앞에 서있던 20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빠른 비트의 큰 음악소리에 맞춰
2020년 2월 공사 첫 삽을 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이 2년2개월만에 멈췄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득을 보는 사람은 공사비를 빌려 준 금융기관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사중단 여파에 대한 우려가 높다. 15일 오전 8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주변. 약 3주 전 기자가 찾았을 때만해도 대형 트럭이 드나들고 공사 소음으로 가득했던 공사장 주변은 적막만 흘렀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고 외부 가림막과 공사가 멈춘 아파트 외벽에는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출입문 근처에는 일자리를 뺏긴 공사 인부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라도 만나 일자리 회복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매일 공사 중단 반대 시위를 해왔다.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의 갈등에 3000여명의 인부들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났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3월14일 조합 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공사중단 가능성을 통보했다. 다른 사업 현장
동대문에서 낙산성곽을 바라보면 성곽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 창신동, 서쪽에 충신동이 한눈에 보인다. 창신동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을 대표하는 곳이다. 서울 도시재생 1호로 선정돼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벽화 그리는게 재생이냐'는 비난을 받으며 실패한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동네가 됐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창신동은 오 시장이 도입한 민간 재개발 지원제도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옆동네 충신동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신1구역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가 직접 지은 집이지만 너무 낡았어 개발돼야해." 14일 서울 종로구 충신동 주민 장모씨(79)가 56년이 넘는 충신동 생활을 회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아들이 56살이니까 그 전부터 이 동네에 살았지만 불편한게 한두개가 아니고 집들도 오래돼서 이제는 힘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높은 지대로 구불구불 계
지난 6일 오후 3시50분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 인근 제4부두. 화물선에 오르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화물차들 뒤로 'LPG(액화석유가스)'가 크게 적힌 5.5톤 벌크로리(가스 수송차량)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익' 소리와 화물선과 100m 정도 거리에 멈춰서더니 운전석쪽 차문이 열렸다. 기자가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제주지역 LPG 판매업체 A사의 직원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운전기사가 내린 벌크로리 후면에는 A사가 아닌 전남에 소재한 M사 마크가 적혀 있었다. 별도 허가 없이 다른 업체 벌크로리를 빌려 불법 LPG 운송사업을 하는 현장이었다. ━화물차들 분주한 제주도 선착장...버젓이 주차된 미허가 LPG 차량━ 제주의 LPG(액화석유가스) 판매업체가 안전 점검도 받지 않고 무허가 가스 수송차량으로 LPG 운송 사업을 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가 두달 째 진행되는데도 해당 업체는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