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마스크 벗고 인사드려야죠."
부모님 영가등 앞에 선 시민 현모씨(57)는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두 손을 모은 뒤 기도를 올렸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올린 현씨는 곧바로 마스크를 올렸다. 현씨는 "부모님께 오랜만에 인사를 올리는 것이니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며 "오늘 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돌아다닐 때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버이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인 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오색 빛깔 연등으로 빼곡했다. 연등 아래로는 발 디딜 틈 없이 구름 인파가 모여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한복을 입고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어린 신도부터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소원을 빌러 온 노령의 신도까지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온 큰 행사를 즐겼다.
이날은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후 3년 만에 1만 명 규모의 봉축법요식이 열렸다. 최소인원으로 진행됐던 지난해의 행사와 달리 이날은 자리 간 거리두기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 같은 색 한복을 맞춰 입은 불교 신도 합창단은 큰 목소리로 봉축가를 불렀다.
올해 봉축 표어는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돼 희망이 샘솟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조계사 직원과 행사에 참여한 스님들이 착용한 마스크에도 해당 봉축 표어가 새겨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도를 올렸다. 야외이지만 50명이 넘는 만큼 방역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한정된 공간에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리며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지자 코끝까지 마스크를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손자와 자식의 행운을 빌기 위해 찾아왔다는 시민 함모씨(78)는 "오랜만에 이렇게 북적거리는 사찰을 보니 기분이 좋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머무르진 못하겠다. 빨리 기도하고 나가서 딸과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 단위로 온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함께 조계사에 방문한 50대 김모씨는 어머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천주 팔찌를 구매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폈다. 김씨는 "지난해 사준 천주보다 비싼 것을 사줘야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어머니를 위해 노란색과 고동색 빛깔을 띠는 천주 팔찌를 골랐다.
웃지 못할 실랑이도 있었다. 80대 노모와 함께 방문한 이모씨는 등을 하나 달자고 어머니에게 말하자. "이미 불암사에 달았다"며 "지금 조계사에는 달자리도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용돈으로 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노모의 농담에 이씨는 못말린다는 듯 웃어보이며 같이 손을 잡고 조계사 사찰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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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 건강을 빌기 위해 사찰을 방문한 청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부산이 본가인 금모씨(30)는 "어제 일하느라 부산에 내려가지 못했다"며 "어버이날 기념으로 이미 용돈을 보내드렸지만 불교신자인 엄마 아빠를 위해 불공을 올리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계사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의 사찰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 등을 달기 위해서 신도들은 30분 이상 긴 줄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법요식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과 총무원장 원행스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28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하고있는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최민정 쇼트트랙 선수 등이 참석했다. 정식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봉은사로 이동해 불교계에 축하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