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경찰청 동남아공조계 정수온 경정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18일. 캄보디아 '웬치'(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수갑을 찬 채 줄줄이 걸어 나왔다. 호송 경찰관 190여명 투입된 대규모 송환 작전이었다.
이번 송환 작전의 중심엔 정수온 경찰청 동남아공조계장(48·경찰대 17기)이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만난 정 계장은 "국민적 관심도가 큰 상황이었다"며 "당시 한국인들의 빠른 송환을 위해 전세기까지 투입했는데 작전에 변수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정 계장은 차질 없는 송환을 위해 각종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비행기 내 환자가 발생하거나 난동 상황이 벌어질 것 등을 고려해 호송관이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순서까지 계획했다. 처음 호송에 동원된 경찰은 사전 교육도 진행했다. 피의자 증거물도 꼼꼼히 살폈다. 그는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피의자 신원 확인, 신체수색, 영장 집행까지 다 해야 했다"며 "(시간 내) 비행기가 못 뜨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정 계장은 '캄보디아 코리아전담반' 개소 실무도 도왔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캄보디아와 경찰과) 구체적 부분을 협의하기까지 진통이 많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근무할 직원을 선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담반은 개소 이후 가시적 성과를 냈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국민 4명을 구출하고 피의자 140명을 검거했다. 정 계장은 "전담반이 생기면서 현지 경찰과 첩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고 구조 요청에도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또 "공조 요청을 해도 답변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범정부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조금씩 실마리가 풀렸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해외 법집행기관의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이달 초 우리 경찰 주도로 열린 '국제공조 작전'(브레이킹체인스) 2차 회의에는 지난해 말 1차 회의 때보다 더 많은 국가가 참여했다. 정 계장은 "수요가 (비교적) 많지 않았던 미주·유럽권도 공조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2001년 경위로 입직한 정 계장은 서울 송파경찰서 등 일선서에서 수사 역량을 키워 온 26년차 베테랑 경찰이다. 2017년 라이베리아 UN PKO(유엔 평화유지활동), 2021년 남수단 UN PKO 등에서 해외 경험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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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터폴공조계에서는 2024년부터 근무했다. 공조계는 전산망을 통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회원국에 해외 도피사범에 대한 추적·검거 등을 요청한다. 국가별 수사기관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다.
정 계장은 해외 도피 사범 검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은 단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라고 강조했다. 정 계장은 경기 남부청과 공조해 '2024년 전세사기 부부 검거'에도 힘을 보탰다. 당시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체류자격(유학비자)을 박탈했고, 검거 후 3개월 만에 국내 송환했다.
정 계장은 앞선 캄보디아 송환 결과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스캠 범죄 조직이 쉽게 와해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해외 도피해도 무조건 잡힌다' 그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폴공조계는 앞으로 지역별(동남아·동북아·미주 유럽계)로 나눠 운영된다. 국가별 맞춤형 공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인력도 2배 늘었다. 국외도피사범이 5년 만에 300명 가까이 급증하는 등 늘어난 초국가 범죄 대응 수요에 대응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