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총 197 건
지난달 초 어느 날 새벽, 서울 서초파출소로 신고 한 건이 접수됐다. 긴급신고 번호인 112가 아닌 파출소 번호로다. 신고자인 20대 여성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B씨의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B씨를 만나기로 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자신과 만나주지 않으면 A씨 관련 자료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김문규 서울 서초파출소 경장(38)을 비롯한 서초파출소 소속 경찰관 3명, 서초경찰서 직원 2명은 A씨와 B씨가 만나기로 한 날 사복 차림으로 남부터미널에 잠복했다. 터미널은 시민들로 혼잡한 상황이었으나 사전에 B씨의 인상 착의를 숙지하고 그가 현역 사병이라는 단서 등을 토대로 B씨를 특정, 범행을 자백받고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김 경장은 A씨가 미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피의자 체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피해자가 남부터미널 바로 건너편에 서초파출소가 있는 것을 알고 파출소 번호로 일반 신고를 했다"며 "그렇지
"계약한 다음에 월세가 한 번도 안 들어와서 찾아왔어요." 지난달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역세권'에 위치한 450세대 규모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 살고 있던 20대 회사원 김모씨 집으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소개한 박모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4달 전 해당 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중개인을 통해 임대인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부동산 공인중개인이 안내한 대로 매월 정확히 월세를 내고 있었다. 집주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조건으로 세를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씨가 해당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부동산에 찾아가 항의하자 부동산을 운영하던 A씨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김씨는 지난달 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를 찾아가 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들 사이에 김씨 소식이 알려지면서 며칠 사이에 같은 부동산 통해 계약한 피해자 43명이 경찰에 사실을 알렸다. 의정부경
"계약한 다음에 월세가 한 번도 안 들어와서 찾아왔어요." 지난달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역세권'에 위치한 450세대 규모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 살고 있던 20대 회사원 김모씨 집으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소개한 박모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4달 전 해당 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중개인을 통해 임대인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부동산 공인중개인이 안내한 대로 매월 정확히 월세를 내고 있었다. 당황한 김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조건으로 세를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씨가 해당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부동산에 찾아가 항의하자 부동산을 운영하던 A씨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김씨는 지난달 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를 찾아가 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들 사이에 김씨 소식이 알려지면서 며칠 사이에 같은 부동산
지난 4일 오전 6시 55분, 출근길 경찰서로 향하던 울산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김혜진 순경(39)의 눈에 도로 중간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사람들 사이로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김 순경은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여성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주위 시민들에게 어찌 된 일이냐 물으니 "횡단보도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시민들이 119에 신고했지만 아직 구급차는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말을 걸며 양쪽 어깨를 몇 차례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었다. 맥박은 희미하게 잡혔다. 김 순경은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조치에 들어갔다. 10회 정도 흉부를 압박하자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 의식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여성을 부축해 곧이어 도착한 구급차에 인계했다. 김 순경은 차에서 비상용 경광봉을 꺼내와 구급차가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교통 수신호로 다른 차량을 정리했다. 김 순경의 응급 대처와 교통정
"수사는 문제 푸는 것과 비슷해요. 작은 단서를 시작으로 증거들을 쌓아가서 범행에 대한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이죠." 31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마수계) 소속 이의용 경사(41·이하 이 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형사는 "범인을 잡아 진술을 들었을 때 내가 세운 가설과 일치하면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 짜릿함 때문에 2014년 입직한 이후 2년여를 제외하고 줄곧 형사 생활만 고집하고 있다. 이 형사가 속한 경남청 마수계는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을 유통한 18명과 매수범 82명 등 100명을 검거했다. 2021년 10월 수사에 착수한 이 형사는 지난해 2월 중간책 A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해외 총책으로부터 건네받은 마약을 전국 곳곳에 소분해 숨겨놓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책들에게 공급했다. 유통책들은 A씨에게 전달받은 마약을 다시 구매장소에 '던지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했다. 이
"형사님 혼자 나선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강원 강릉경찰서 형사과 강력4팀 김영모 경위(40·이하 형사)가 노동조합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며 들은 말이다. 현장 소장들은 "(노조의 불법행위가) 오랜 관행이었는데 왜 이제서야 수사를 하느냐", "우리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형사는 "당신 한 명이 움직이면 또 다른 피해를 본 사람 100명이 움직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그가 이렇게 간절하게 수사를 진행한 이유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 3년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다. 형사가 돼 반드시 부조리를 바로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건설현장 일용직에서 '건폭' 잡는 형사 되기까지━경찰이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경찰관 6명이 관련 성과를 인정받아 특진했다. 지난 2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김 형사도 그중 한 명이다. 김 형사는 지난달 9일자로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올라
"모르는 남자한테 성폭행 당했어요." 2021년 봄 서울의 한 파출소에 30대 남성이 들어와 이같이 주장하며 경찰에 하소연 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성폭행을 당했는데 아버지도 나를 방치했다"며 "내가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사건 처리가 안 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남성이 횡설수설 겨우 말을 이어가자 경찰관들은 정신질환을 의심했다. 경찰은 지역 보건소 소속 정신건강 전문 요원의 '자기만의 환상과 환청 증상이 있다'는 진단 하에 해당 남성을 응급입원 조치했다.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해당 남성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리러 갔는데 나를 응급 입원시켰다. 중대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제소한 것. 장성수 종로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실 인권담당 경사(40)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파출소 경찰의 말을 듣고는 '지역 경찰이 외부 기관과 잘 협력해서 잘 대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해당 진정인에 대해 신체의 자유를 억압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
2018년 1월 주과테말라 대한민국 대사관에 40대 한국인 여성 2명이 들어왔다. 한 명은 대사관에 민원 업무를 보러 온 교민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친구인 A씨였다. 당시 대사관에서 경찰 주재관으로 근무하던 신동욱 현 영등포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45·경정)은 A씨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고 느꼈다. 신 실장이 책상에 앉아 기억을 더듬던 그때 모니터 옆에 걸어둔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과테말라로 도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범죄자들의 사진 사이로 A씨와 같은 얼굴을 한 사진이 있었다. A씨는 당시로부터 3년전쯤 서울의 한 공장에서 20억을 횡령한 뒤 도주한 여성 피의자였던 것이다. A씨는 한국에서 횡령 범죄를 저지른 2015년쯤 출국한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나며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출국한 이력은 있었으나 도착한 국가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의 친척이 사는 과테말라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만
지난해 2월 경북 영천의 한 야산.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2대 보이스피싱 전담수사팀 박영완 경위가 출동한 그 곳엔 불법 번호변작중계기와 전력 공급을 위한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주변엔 폐쇄회로(CC)TV도 없었고 택배 송장 조각과 담배꽁초 몇 개만 확보할 수 있었다. 택배 조각이 단서가 됐다. 박 경위는 택배 송장에 적힌 주소를 추적했다. 해당 주소지는 서울 도심의 한 주택이었다. 근처 CCTV를 확보해 태양광 패널을 택배로 수령한 사람을 특정했고 30대 중국인 A씨가 태양광 패널을 넘겨 받은 뒤 차에 싣고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 차량이 경북 영천의 야산 근처를 통과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관리했던 중계기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A씨는 사기죄로 추가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A씨에게 중계기 관리를 지시한 윗선 등에 대한 수사자
직사각형 모양에 빨강, 파랑, 투명 아크릴판, 윗면에 툭 튀어나온 마개까지. 겉보기엔 평범한 물통처럼 보이지만 이 제품은 사실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다. 벽돌, 철제 파이프, 압력 밥솥 뿐만 아니라 사제 폭발물까지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다. 제품 이름은 'K-Tool A'. 5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김종오 서울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제대 2팀장(51·경감)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사제 폭발물 처리 장비다. 김 팀장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열린 '2022년 국민안전 발명 챌린지'에서 865 대 1 경쟁률을 뚫고 이 제품으로 대상을 받았다. ━"K-Tool A에는 비밀이 숨어있어요" ━김 팀장에 따르면 K-Tool A 내부는 3가지 공간으로 구성된다. 회색 뚜껑 밑 가운데 중심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넓은 공간, 그리고 삼각형 모양으로 파랗게 표시된 공간이다. 회색 뚜껑 밑 가운데 중심부는 폭발성 물질을 넣는 곳이고 검은색 마개가 있는 넓은 공간은 물을 담는 곳이다. 김
"사람 보이세요? 저희 눈에는 보이거든요." 이진호 경기남부경찰청 장비관리계 드론수색팀장(40·행정관)은 드론 촬영 영상을 보여주며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초겨울 산자락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 팀장이 화면을 수차례 확대하고 나서야 나들이객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의 형상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지난 28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경기남부청 드론수색팀은 2020년 꾸려져 이 팀장을 포함한 4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지수 장비관리계장(50·경정), 최상호 경장(36) 등 2명의 경찰관과 이 팀장, 윤상우 행정관(32) 등 2명의 전문요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소속된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드론 수색으로 실종자 5명을 발견해 전국 17개 지방청 중 1위(충남·경북과 동률)에 올랐다. 전문요원의 조종기술과 일선 경찰관의 노하우가 합쳐진 결과다. 이 팀장은 "조종만 잘한다고 실종자를 잘 찾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기체를 운용하고 화
"내 가족이 붕괴 현장에 갇혔다면 어떤 심정일까." 지난 1월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201동 39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연쇄 붕괴가 일어나 23층까지 총 16개층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수사본부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전임관을 맡은 노광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경정)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밤낮으로 대기 중이던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사고 이후 2월9일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기까지 꼬박 30일이 걸렸다. 노 대장은 2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우리가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실종된 가족들이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이들 앞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엄정한 수사뿐이었다. 노 대장은 "관련자들을 빠짐없이 처벌해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걸 막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먼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