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박찬성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경위

"지명수배자가 칼을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3월26일 경찰에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신고자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주소와 이름 하나씩 언급한 뒤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공중전화로 연결돼 수신이 불가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박찬성 경위(39)는 신고가 들어온 즉시 동료들과 함께 해당 주소로 출동했다. 신고자가 알려준 장소에는 건장한 남성 3명이 있었다. 경찰이 아는 정보는 이름밖에 없었다. 몸에 큰 문신이 있는 남성에게 다가가 불심검문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남성은 옆 사람을 가리켰다.
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남성의 손끝을 향했다. 문신을 한 남성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경찰을 밀친 뒤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쪽에 서 있던 박 경위가 가장 먼저 남성을 뒤쫓았다.
그때부터 박 경위와 남성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남성은 굽이진 골목길을 따라 요리조리 도망쳤다. 박 경위는 무전기, 삼단봉, 플래시, 수갑, 테이저건 등 3㎏이 넘는 경찰 장구를 차고 700m가량 따라갔다. 뛰면서도 남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료들에게 무전을 쳤다. '칼을 지니고 있다'는 신고자의 말처럼 시민에게 위협이 될만한 행동을 할지도 몰라 남성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체력이 바닥난 남성의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박 경위와 남성의 거리도 좁혀졌다. 거의 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할 때쯤 남성이 먼저 코너를 돌았다. 뒤를 따르던 박 경위도 코너를 돌았지만 도망치던 남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골목 옆 교회 앞에서 청소하던 시민에게 물어도 남성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곧이어 도착한 김용주 순경이 교회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그 사이 지원인력들도 도착했다. 10여 분이 흘렀다.
밖으로 나온 김 순경이 쓰레기 더미를 살펴보라는 말을 했다. 박 경위가 가까이 다가가 쓰레기 더미 뒤쪽에서 숨어 있던 남성을 발견해 검거했다.
알고 보니 남성은 전과 10범이 넘었다.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잠적을 감춘 지명수배자이기도 했다. 다행히 불심검문 당시 칼은 소지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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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위는 30세에 입직한 10년 차 경찰이다. 군 전역 후 대통령실 경호와 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에 매력을 느껴 대학 시절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경찰 시험에 뛰어들었다. 경찰 생활 역시 101경비단에서 시작했다. 순경부터 시작해 특진으로 재작년 경위를 달았다.
지역 경찰 업무를 담당하게 된 건 지난해 신촌지구대로 오면서다. 국민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지역 경찰 업무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이번 공로로 박 경위에게는 경찰청장 표창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