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총 199 건
"내놔." "꺅!" 지난달 2일 오전 8시쯤. 약 2초 가량의 짧은 112신고가 접수됐다. 여성이 누군가와 다투는 듯 비명을 지르고 전화가 끊겼다. 경찰은 해당 신고를 긴급성이 가장 높은 '코드제로'로 분류하고 서울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신고자가 서울 강서구 한 빌라와 오피스텔 밀집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까치산지구대 소속 이호균 경장(35)은 순찰차를 몰고 신고 접수 2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 경장을 포함해 팀원 6명은 팀장 지휘 아래 수색을 시작했다. 휴대폰 위치추적 기법은 도심지역에선 500m 이상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건물 수백채를 수색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출동 경찰관들은 수색 범위를 좁히기 위해 신고자에게 전화했다. 강서경찰서 112상황팀은 신고자와 마지막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중 3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 이 경장과 출동팀은 곧장 A씨 거주지로 향했
"새벽이슬을 맞고 실외기 위에 찍힌 범인 발자국이 드러난 거죠. 발자국을 단서로 수사에 들어갔어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오래된 계단식 아파트만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침입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행으로 아파트 12곳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송대진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경감)은 '4000만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 보통 주거침입 절도 범죄가 발생한 장소는 출입문이 파손돼 있거나 창문이 열려있는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이 남는다. 이번 현장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가정에서 벌어진 절도 신고는 적잖은 확률로 가족 구성원 등 내부 소행으로 결론난다. 이번 사건은 달랐다. 송 경감과 강력2팀 소속 경찰관들은 이번 '흔적 없는 절도 사건'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안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다 베란다에
지난해 9월29일 밤 11시10분쯤 인천중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는 추돌 사고 신고 한 건을 접수했다. BMW 차량이 인천 북항터널에서 앞서 주행하던 30대 부부가 탄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 조수석에 탄 여성은 8주차 임산부였다. 여성의 피해는 경상에 그쳤지만 사고 이틀 뒤 유산했다. BMW 차주는 운행이 불가능해진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장한수 경장이 현장에서 확보한 단서는 차량 내 여권 1점뿐이었다. 차량은 대포차량이었고 여권 속 인물은 카자흐스탄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이었다. 장 경장은 배 속 아기를 잃은 피해자 부부를 찾아 "꼭 잡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4개월의 여정이 시작됐다. ━휴무 날 범인 잡으러 인천서 대구행…클럽 간 범인 SNS로 찾았다━장 경장은 자신의 아내도 임신 중이었던 터라 피해 부부가 당한 일에 분한 마음을 느꼈다.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수사를 시작하면서 막막함이 컸다. 뺑소니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까지도 여러 날이 소요돼
"젊은 여자가 골목길에 피 흘리고 쓰러져 있어요." 지난달 6일 오전 7시40분쯤. 부산 서부경찰서 충무지구대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 서구 초장동 한 골목길에 젊은 여성이 얼굴에 피를 흘친 채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길을 지나가던 시민이 여성을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우범석 순경을 비롯한 4명. 이들은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주변 상황부터 살폈다. 여성은 골목길 입구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 바닥에는 피로 추정되는 흔적이 보였다. 피해 여성의 오른쪽 눈은 심하게 부었고 입 안에는 피가 가득 고여 있었다. 아랫니도 소실됐다. 피해자가 착용하던 안경 역시 부서진 상태였다. 우 순경은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깨워 자초지종을 물었다. 피해 여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자신이 왜 바닥에 누워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성은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며 전치 8주 진단이 나왔다. ━그 새벽 골목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우 순경은
"칼로 다른 사람을 찌르고 싶다. 업어 달라" 지난해 10월31일 경찰에 이 같은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신고는 특정 경찰서에 집중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16곳에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약 3개월간 집계된 유사신고 수는 총 659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범인을 쉽사리 특정할 수 없었다. 범인이 사용한 휴대전화에는 유심칩이 빠져 있었다.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는 긴급 신고가 가능한데 신고자의 위치는 통신사 기지국 반경 500m로 넓게 표시된다. 당시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소속이었던 태형열 경사(37)는 범인의 신고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같은 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범죄가 발생해 주민 불안이 큰 시기였다. ━스쳐 지나간 3개월 전 무전 내용 '복기'…범인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태 경사는 △신고자의 말이 어눌하고 △20대 남성 목소리라는 점 △칼과 관련한 내용을 말한다는 점 △업어달라는 말을
지난달 23일 오전 10시46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를 순찰하던 이강하 경위는 '빌라 베란다에 모녀가 갇혀있다'는 소방의 공동대응 요청 신고를 접수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이 경위는 신고를 받고 화재현장으로 출발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시뻘건 불길이 창밖으로 혀를 내밀었다. 검고 흰 연기가 뿜어나와 건물을 뒤덮었다. 이 경위가 22년 경찰근무 중 마주한 가장 큰 화재였다. 5분 정도 지나고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골목이 좁아 진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 경위는 소방차가 들어오는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다. 겁먹을 겨를이 없었다. 모녀가 베란다에 갇혀있다는 신고가 계속 신경쓰였다. 이 경위는 장비도 없이 그대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경위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장갑을 낀 손으로 방화문 문고리를 잡자 장갑이 녹았다. 뜨거움을 참고 문을 열자 저 멀리 불길 사이로 갇힌 모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2~3미터(m) 정도를 걸어 들어갔
"저는 택시기사인데요. 승객이 보이스피싱 전달책 같아요." 지난달 19일 오후 6시쯤 서울 금천경찰서에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인 택시기사는 뒷좌석에 탄 여자 승객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했다. 승객 A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큰 가방을 메고 택시에 탔다. 처음엔 경기도 고양시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경기도 시흥으로 가달라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불안한 눈빛으로 휴대폰만 꽉 쥐고 있었다. 휴대폰에는 텔레그램 문자 알림이 계속 울렸다. 택시기사는 순간 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보이스피싱 전달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혹시 돈 전달하고 그런 거 아니냐" "보이스피싱 같은데 아니냐" 묻자 승객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A씨는 "저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의심이 점점 확신이 되자 택시기사는 승객을 설득해 112에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사람은 독산파출소 3팀 박수진 순경이었다. 박 순경은 운전대를 잡고
경찰이 북한 해커조직의 사법부 전산망 해킹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서버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과는 지난 13일부터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대법원 데이터 센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해 말 북한 해커조직 '라자루스'가 대법원 전산망을 해킹해 300기가바이트가 넘는 자료를 빼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 기관에서 압수수색을 나온 것이 맞다"고 밝혔다.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 중단이 현실화한 가운데 강경 수사 방침을 내건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를 포함한 100개 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현장 조사에 경력이 지원되고 있다. 주요 병원 인근에는 기동대 1개대 20여명씩 배치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매일 저녁 복지부가 발표하는 전공의 업무 중단 현장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복지부와 협의해 유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 안팎에 경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경비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사실상 24시간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빅5'라 불리는 병원은 전공의의 집단행
경찰이 KT&G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KT&G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고발장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4일 수서경찰서에 배당됐고 고발인 조사는 다음주 초쯤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산업경제포럼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6일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KT&G 백복인 사장과 경영진, 사외이사 6명 등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도 '쪼개기 후원' 방식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백 사장과 경영진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KT&G 사외이사들이 2012년부터 매년 해외 법인 시찰 등의 명목으로 출장을 떠나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는 등 외유성 출장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17년 KT&G가 담배 관련 규제를 막기 위해 직원 200여명을 동원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명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직 전 업무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대해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다. 해당 게시글 원본은 의사 커뮤니티 앱인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것으로 파업을 앞둔 전공의에게 병원 업무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하면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30분쯤 이 글을 본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게시글을 작성한 불상의 인물의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추적하고 있다. 이와
"허름한 모텔 입구에서 방까지 핏자국이 이어졌어요.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이었죠." 지난달 22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동구 한 모텔에서 흉기 강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하려던 20대 남성. 이 남성은 조건만남을 미끼로 금품을 빼앗으려던 일당과 다투다 일당이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었다. 사건이 발생한 방 안에는 피의자 일당이 급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당시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그대로 벗어둔 채 민소매 차림으로 도망가는 일당의 모습이 인근 CCTV(폐쇄회로TV)에 잡혔다. 이미 도주해 사라진 터라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의 서종선 대장(경감)은 문득 전날 같은 모텔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떠올렸다. 이 사건은 싸움을 벌인 양측이 처벌을 원치 않아 단순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됐던 건이다. 서 대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을 지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