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육휴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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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좋아져 영아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지만, 아이가 만 1년을 건강하게 넘기는 건 여전히 큰 복이다. 1년 동안 애를 잘 키운 게 스스로도 뿌듯하다. 우리 애 이만큼 잘 컸다고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돌잔치가 가족사의 주요 이벤트로 남아있는 듯하다. 첫 아이, 첫 생일을 앞두고 어떻게 치러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다녔던 수많은 돌잔치를 돌이켜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부분의 잔치는 아이를 위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좀 더 아이를 중심에 둔 잔치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개그맨 사회보고 돈봉투 오가던 과거형 돌잔치━그동안 아이를 일찍 낳은 또래들의 돌잔치에 많이 다녔다. 음식점이나 돌잔치 전문 뷔페를 대관해 마치 결혼식 피로연처럼 치르는 게 대다수였다. 입구에 들어설 때 팔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장을 찍어 입장객을 체크한다. 행사전문 MC나 개그맨이 사회를 보고, 전문업체가 공장식으로 찍어낸 아기 영상을 모두가 시청한다. 돌잡이부터 노래까
돌 전후의 아기들이 병치레를 많이 한다더니 사실이었다. 매일 "컨디션 좋다"는 말만 적혀있던 어린이집 알림장에 처음으로 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입맛도 없고 기침과 콧물이 나타나며 묽은 변을 수차례 봤다는 것. 하원 이후 병원에 다녀오고, 집에서 며칠 회복시킨 이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사실 아픈 아기 돌보는 게 처음도 아니기에 큰 각오는 필요 없었다. 아기의 증상이 아빠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빠도 울고 싶었다━주중에 아이와 밀착해 돌보니 자연스레 바이러스가 옮은 듯했다. 주말이 되자 아기가 보여주던 기침, 설사, 발열 증상이 똑같이 나타났다. 어린이집은 결석하면 그만인데, 육아는 맘대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 아픈 몸으로 아이를 계속 돌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일요일 저녁이 되자 온몸을 두들겨맞는 듯한 몸살 증상까지 더해졌다. 여차하면 대학병원 응급실이라도 갈 생각에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일요일 오후 11시까지 진료하
지난해 출산 전부터 아이가 돌을 넘긴 요즘까지 주변에서 많은 온정의 손길이 전해졌다. 기초 육아용품부터 이른바 '잇템'들까지 다양했다. 육아용품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항상 새롭게 깨우친다. 모두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알차게 사용하고, 인증샷도 보내주리라 다짐한 적도 있었다. 환대받으며 우리집에 들어왔던 육아용품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1년 넘게 현역으로 활약 중인 것도 있지만, 어느새 당근마켓에 팔려 가거나 주변 육아 친구에게 나눠준 것도 있다. 그리고 팔거나 버리지도 않으면서 빛을 못 본 채 창고에서 1년 간 묵힌 것들도 있다. 아이의 성장 시기에 비해 너무 이르게 받거나, 너무 늦게 받은 선물들이다. ━저마다 다른 '육알못'의 이유━육아 경험이 없거나 관심이 적은 주변인들은 보통 '검색'이나 쇼핑몰 '추천'을 통해 선물을 고른다. 축하하는 마음은 전하고 싶지만 뭘 줘야 할지 몰라서다. 친한 사이에는 필요한 물품을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문제는 첫 출산의 경우 '받는 당사자'도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의 문턱은 높았다. 입소 대기를 걸어놓은 지 세달이 지났건만 대기 순번은 줄지 않고 오히려 밀렸다. 맞벌이부부 가점 200점만으로는 2자녀 이상(300점) 등의 가정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도보 10분 거리의 민간 어린이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 0~1세 자리가 남아 있었다. 아내와 번갈아 방문상담을 한 뒤 아이를 맡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곳에는 생후 4개월부터 다니기 시작해 돌을 앞둔 아이가 있었는데, 얼굴에 그늘진 기색이 없어 보였다. 우리 부부 또래의 원장선생님을 믿고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앙증맞은 백팩과 앱 알림장━ 입소에 필요한 온라인 절차는 원장님이 알려준대로 모두 따라했다. 이후 빨대물병이 든 등원용 백팩도 지급 받았다. 아직 돌쟁이 아이가 매기엔 좀 큰 것 같다고 하자 "아마 부모님이 들고 다니실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알림장은 실제 수첩을 쓰던 40여년 전과 달리 카카오 '키즈노트' 앱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언제까지나 잘 먹을 줄 알았다. 신생아 때부터 남다른 먹성을 갖춰 몸무게며 키 모두 상위 95% 수준을 유지했다. 올록볼록한 아기 팔다리를 어루만지면서 최대한 오래 이 상태를 지켜주기로 다짐했다. 분유만 먹다가 죽 형태의 초기 이유식, 덩어리 진 후기 이유식으로 옮겨가는 것도 수월했다. 그런데 밥태기(밥+권태기)가 벼락같이 찾아왔다. 전조 증상도 없었다. 전날 저녁까지 이유식을 잘 먹은 아이가 다음 날 오전부터 이유식을 거부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밥태기가 길어지면 혹시 아이에게 저혈당이 오거나 성장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인플루언서 레시피'도 소용없었다━커뮤니티나 블로그, 유튜브 채널마다 밥태기 극복 노하우를 담은 콘텐츠가 넘쳐났다. 어떤 채널은 자기주도 이유식으로 식사 방법을 바꿔야 한다며 아이가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스틱 형태의 이유식 레시피를 올렸다. 어떤 블로그는 밥맛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며 은근슬쩍 식품첨가
월급쟁이에게 급여가 줄어든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은 월수입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회사에 매인 직장인들은 그렇지 않다. 급여가 갑자기 오르지도 않지만, 또 급하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월급이 대폭 줄어드는 경우는 '회사가 망할 징조'이거나 본인이 감봉 징계를 받는 정도다. 안정적인 월급에 길들여진 직장인에게 월수입의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다. 육아휴직 이후 첫 3달간 매달 250만원씩 들어오던 휴직급여가 지난달부터 200만원으로 줄었다. 무려 20% 삭감이다. 월 50만원의 급여 감소는 예상보다 강력하게 생활을 위축시킨다. ━올해 최저임금 월 209만6270원, 4개월차 육아휴직급여 월 200만원━휴직 첫 3달은 월 250만원으로 어찌어찌 버텼다. 여기에 더해 매달 100만원씩 나오는 부모급여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달부터 아이가 만 1세로 진입하면서 부모급여는 50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시기에 육아휴직급여도 50만원 깎이며
한때 해외 소셜미디어에서 'What's in my bag'(내 가방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챌린지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가방 안에 든 물품들을 전부 꺼내 항공 샷 형태로 찍어 올리는 것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하면서 실용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저마다의 개성을 표출하던 게 그 챌린지의 매력이었다. 외출할 때 기저귀 가방은 주로 아내가 준비해 들고 다니는 편이다. 아이가 배고파 보챌 때나 급하게 뭔가를 찾을 때마다 필요한 물건들이 즉시 나오는 게 가끔은 신기하다. 그래서 기저귀 가방을 열어 'What's in my bag'을 해봤다. 생각보다 단순한 구성이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기저귀 가방 기본은 먹을 것, 입을 것━기저귀 가방에서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건 기저귀가 아닌, 먹을거리다. 숙박이 필요 없는 당일치기 외출을 할 때도 분유를 담은 젖병 두어개와 집에서 만든 이유식은 한두 개는 꼭 넣는다. 경우에 따라 분유 탈 때 쓰는 온수를 보온병에 담아 다니기
경조사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경사보다는 조사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했다. 먼 곳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축의금만 보내더라도, 장례식은 웬만하면 참석하려 노력하는 편이었다. 육아휴직을 한 지 넉 달 정도 흘렀다. 그 사이 지인의 결혼식과 가족 장례식 등 서너 차례의 경조사를 모른 채 지나쳤다. 용케 소식을 접해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보낸 걸 제외한 게 이렇다. 과거에 비해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로 소통하기 편한 때라지만, 애를 키우며 집에 들어앉았더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만고불변의 진리 '안 보이면 잊힌다'━개중 막역한 사이였던 친구에게 청첩장을 안 보낸 이유를 물어봤다. "주는 걸 잊었다"는 허무한 답변과 함께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잇따랐다. 청첩장 뿌리는 모임에도 나오기 힘들어하고, 다른 친구들로부터 육아휴직 소식을 듣기도 해 굳이 따로 연락하면 부담스러울까 봐 배려했다는 것. 몇 달 사회생활을 쉬었을 뿐인데 청첩장 배포 리스트에서 사라진 셈이다. 특히
가끔 버스나 지하철에서 옷에 말라붙은 밥풀을 붙인 채 탑승한 또래들을 종종 봤다. 그저 속으로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이젠 그런 이들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 "당신도 아이를 키우시는군요." 아이가 태어나면 주변 모든 환경을 무조건 청결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실제로 신생아 시기엔 거즈 수건(가제 수건) 수십장을 항시 구비하고, 아이 옷이 뭔가에 조금만 더럽혀져도 갈아입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위생 관념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1년 전 다짐했던 '무균실 육아' 의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일상 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위생━여리디여린 아기가 병원 신생아실에서 나올 때는 주변 모든 환경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주변 모든 것들을 소독 티슈로 여러 차례 닦고 또 닦았다. 입에 물었던 쪽쪽이가 거실 바닥에 한 번만 떨어져도 끓인 물로 세척한 뒤 자외선 살균소독기에 돌렸다. 기저귀에 소변줄이 조금만 보여도 곧바로 새것으로 갈아주고는 했다. 이제 아이가 기어
지난 3주 동안 너무 힘들었다. 대문을 꼭 걸어 잠그고 베란다 창문을 닫아도 무시무시한 소음이 시시때때로 안방을 강타했다. 유행가 가사를 바꿔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모든 노래가 다 괴로웠다. 원곡의 주인공인 이문세, 영탁, 김종국 같은 가수들에 대한 비호감까지 쌓이는 듯했다. 평상시면 그냥 버텼을 만한 데시벨이지만, 아이를 키우고 맞이하는 첫 선거라 그런지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평상시에도 집안의 평화를 위협하는 소음에 맞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선거 소음은 부모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영역이었다. ━집안 평화 위협하는 선거 소음━아이를 키우면서 중점에 두는 것 중 하나는 숙면이다. 밥 잘 먹고 잘 자면 쑥쑥 자란다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자는 방에는 암막 커튼을 치고, 방문 밑으로 들어오는 빛도 막고, 소음도 차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선거 유세차량의 소음은 이런 노력을 다 쓸모없이 만든다. 너무 궁금해서 유세차량 소음 규제 기준을 찾아봤다
지난해 아내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금연을 결심했다. 하찮아 보이는 이 존재한테 담배 냄새가 스며들면 해로울까 봐 염려됐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중에는 술도 안 마시기로 했다. 건강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체력과 정신력의 부침 없이 육아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다른 이의 강요 없는, 온전히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금연과 금주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길에서 맡는 누군가의 담배 냄새는 여전히 구수하게 느껴지고, 술병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이지만 잘 참고 있다. 사실 술·담배를 참는 것보다 더 힘든 것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며 사라져버린 부모 '개인'에 관한 것들이다. ━낚시·게임·당구의 즐거움은 어디로…━아이를 낳기 전에는 다양한 취미를 즐겼다.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다가 당구장을 가고, 주말에는 물 때 맞춰 낚싯배를 탔다. 틈틈이 휴대폰으로 장기를 두거나 맞고를 치기도 했다. 가끔 PC를 켜면 스타크래프트 공방도 들어가고,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많은 아동 전문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내용 중 하나는 아이가 어릴 때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이유 역시 무시무시하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은 아이의 뇌 발달을 저해시키고 사회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아이의 수면 패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실제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부모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애를 낳기 전에는 "부모가 좀 무책임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해보니 이제야 그 부모들의 고충이 이해가 갔다. ━최고의 외식 도우미, 뽀로로와 아기상어━아이들은 세상 모든 게 신기할 나이다. 특히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아기들은 더 그럴 것이다. 딸과 함께 식당에 가면 손에 닿는 모든 것은 '처음 본 장난감'이 된다. 식탁에 놓인 병따개부터 휴지, 수저통 등을 손에 쥐고 흔들다 빨아먹고 던진다. 그나마 종이컵이나 물티슈처럼 던져도 소리 나지 않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