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다 '삑삑' 또 주문 실패…어르신들의 마지막 '사람 창구'[리얼로그M]

버튼 누르다 '삑삑' 또 주문 실패…어르신들의 마지막 '사람 창구'[리얼로그M]

유예림 기자
2026.05.18 06:05
[편집자주] 유통을 비롯해 식품, 패션·뷰티와 중소·중견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는 머니투데이(M) 산업 기자들의 '현실 기록(Real+Log)'. 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묻고, 듣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생생하게 풀어내 본다.
유예림 기자가 14일 서울 마포구 공영홈쇼핑 콜센터에서 업무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공영홈쇼핑
유예림 기자가 14일 서울 마포구 공영홈쇼핑 콜센터에서 업무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공영홈쇼핑

"아 그러셨어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공영홈쇼핑 건물 8층 콜센터. 감자탕 판매 방송이 한창이었지만 주문보단 민원 해결이나 불만 응대 전화가 더 많이 걸려 왔다. 기자가 콜센터 직원을 체험한 50여분간 받은 통화 20여건 중 주문 요청은 절반이 안 됐다. 상품 설명보단 사과 한 마디가 필요한 고객이 많았다.

체험 시작 전 물 컵을 책상에 올려놓고 헤드셋을 쓴 채 대기했다. 곧 '따르릉' 소리가 들렸고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가 연결되는 버튼을 처음으로 누르며 매뉴얼대로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이 고객은 "주문한 프라이팬을 받았는데 택배 상자를 던지고 가서 항의하고 싶다"며 배송기사의 연락처를 문의했다. 이 외에도 "ARS 주문하려는데 결제가 안 된다", "방송 화면을 보고 시키려고 했는데 연결이 안 된다"고 도움을 요청한 고객도 있었다.

사전 교육을 받았지만 상담원의 실무는 녹록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통화 음질이 전혀 달랐는데,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작아 문의 내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응대가 느리자 한 고객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 같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옆에서 업무를 도와준 품질교육팀 관계자는 "카드를 다시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년정도 일하니 어르신들의 억양이나 말투가 귀에 익어 무슨 말인지 바로 들리게 됐다"고 했다.

특히 고령층 고객은 앱이나 ARS 결제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날 통화한 40년대생 고객은 ARS로 카드 결제를 시도하다가 상담원을 찾았다. 해당 고객은 카드 번호 16자리와 배송 주소를 불러주는 것도 어려웠다. 두 정보를 받아 적는 데만 5분이 소요됐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감수해야 했다. 주문 중 오류가 생기면 '다시 확인해달라'는 안내를 반복하는 ARS보단 실시간 대화로 해결하는 상담원의 존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어서다.

공영홈쇼핑의 콜센터 업무 매뉴얼./사진=유예림 기자
공영홈쇼핑의 콜센터 업무 매뉴얼./사진=유예림 기자

최근 많은 유통사가 고객 응대 업무에 인공지능(A) 챗봇이나 보이스봇, ARS를 도입해 효율화를 꾀하지만 홈쇼핑 업계에선 여전히 응대 경험이 많은 전문 상담원이 필요했다. 공영홈쇼핑에만 하루 평균 ARS 전화가 5만통가량 걸려오는데 이 중 약 30%인 1만4000여명이 상담사 전화로 연결된다.

고령층 고객 비중이 높은 공영홈쇼핑은 2018년 11월부터 70세 이상 고객의 전화만 받는 전담 조직을 운영해왔다.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 홈쇼핑으로서 공익성을 실현하려는 시도였다.

공영홈쇼핑의 고객 약 980만명 중 70세 이상 비중이 약 20%로 알려졌다. 시니어 고객은 상담 시간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니어 상담 건은 고과 실적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이날 기자도 시니어 플러스팀에서 70대 이상 고객을 응대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목이 바짝 마를 만큼 긴장된 체험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산업 현장엔 AI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나, 이날 홈쇼핑 콜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업무처리 속도보단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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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유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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