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인력 없인 녹색전환 못한다"…덴마크 기후직업학교의 해법보니

"숙련인력 없인 녹색전환 못한다"…덴마크 기후직업학교의 해법보니

권다희 기자
2026.06.1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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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人사이트]덴마크 기후직업학교 '뤼브너스'의 올라프 뤼 CEO

[편집자주] 녹색전환을 이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합니다.

뤼브너스 전경/사진출처=뤼브너스 웹페이지
뤼브너스 전경/사진출처=뤼브너스 웹페이지

"기술 장비나 인프라는 자본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서 구현할 숙련된 인력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물건을 조립하고 그들의 손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녹색전환(GX)에서 인력 부족을 겪게 된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덴마크 정부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정한 단 3개의 기후직업학교(Climate Vocational School) 중 한 곳인 뤼브너스(Rybners). 이 학교를 이끄는 올라프 뤼 최고경영자(CEO)는 녹색전환 이행의 핵심이 결국 사람을 길러내는데 있다고 확신했다.

유럽 해상풍력의 중심지인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에서 한국 교육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재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인력양성의 당위성만 강조한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올라프 뤼 뤼브나스 CEO/사진=권다희 기자
올라프 뤼 뤼브나스 CEO/사진=권다희 기자
덴마크 전역서 단 3곳 지정된 기후직업학교

뤼브너스는 에스비에르에 위치한 교육기관이다. 뤼 CEO가 평생을 살아온 도시이기도 한 에스비에르는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과거 유럽의 어업 허브였다가 북해 석유·가스 시추 중심지로,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 배후항만으로 진화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소 등으로 변환하는 기술(P-to-X)의 전초기지로도 불린다.

뤼브너스는 이러한 거대한 산업 생태계 중심에서 녹색산업을 뒷받침할 인재를 공급한다. 덴마크 전국 74개 직업학교 중 단 3곳만 지정된 국립 기후직업학교이기도 하다. 함께 지정된 허닝의 학교가 농업·건축을, 코펜하겐의 학교가 교통 분야를 담당한다면, 뤼브너스는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난도가 높은 '녹색전환' 자체를 맡고 있다.

정부 지정 기후직업학교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점은 막강하다. 선정된 직업학교는 국가로부터 독립적 기후학교 분담금을 지원받아 예산의 안정성을 보장받는다. 총리가 직접 직업학교의 역량 강화를 챙길 만큼 강력한 정치적·정책적 후광 효과를 누리는 것은 물론 전국 직업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기후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전파하는 권한도 갖는다.

뤼브너스(Rybners) 역사 및 연혁/그래픽=김지영
뤼브너스(Rybners) 역사 및 연혁/그래픽=김지영

구체적으로 뤼브너스에서는 16~21세의 청소년들이 정규 교육을 받는 공학고, 상업고, 일반고 과정과 산업계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성인들을 위한 계속교육까지 진행된다. 현재 45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연간 1만5000명의 학생이 거쳐 간다. 정규 학위 및 직업 전문 과정에서만 3400명 이상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다.

모든 교육 과정의 학비는 무료다. 학교의 재정은 정부가 지원하는 이른바 '택시미터 원칙'에 기반해 운영된다. 1년(200일 기준) 동안 교육을 이수한 '연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예산이 차등 지급되는 방식이다. 고가의 전문 장비가 필요한 용접공 과정의 경우 연간 학생 1인당 약 2만 5000달러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일반 강의실 수업이 많은 과정은 이보다 낮게 책정된다. 뤼브너스는 기후학교 지정 분담금을 포함해 연간 약 6300만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받아 안정적인 교육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깨는 '블루오션 전략'

현재 덴마크의 '녹색 산업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을 묻자 뤼 CEO는 "단연 해상풍력"이라 답했다. 수많은 해상풍력 인프라가 바다 위에 건설되면서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 인력, 이들을 뒷받침할 주거 인프라 인력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풍력 다음으로는 'P-to-X'와 전력망 분야를 꼽았다. 그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덴마크에 대거 들어서고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과부하를 해결할 전문 전기 기술자 수요가 늘어났다"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에스비에르에서 녹색전환 관련 인력은 수요대비 공급이 적은 구인난에 빠져 있다. 뤼 CEO는 "덴마크에서도 젊은 층의 직업학교 기피 현상과 저출산으로 인해 현장 인력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깨기 위한 '블루오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꼭 필요한 포지션에 적합한 핀포인트식 기술 교육인 셈이다.

그는 "정식 용접공을 길러내는데 일반적으로 4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당장 급증하는 온수 파이프 시공 현장에 맞춤형으로 투입할 수 있는 '파이프 전문 용접공'을 단 20주만에 육성하는 집중 코스를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 기술자와 용접공, 해양 전문가의 경계를 허물고 48주간 기술을 융합 교육해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며 "이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덴마크 에스비에르시의 해상풍력 배후항만 인근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023년 덴마크 에스비에르시의 해상풍력 배후항만 인근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특히 뤼브너스가 자랑하는 AMU(성인 계속교육·직업훈련) 코스는 덴마크 시스템의 핵심인 '평생 학습'을 실천하는 장이다. 연간 5000~6000명의 현직 성인 노동자들이 급변하는 기후 기술에 맞춰 자격증을 갱신하거나 고전압 안전 교육을 받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뤼브너스만의 '풀 서비스(Full-Service) 개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복잡한 국가 펀딩이나 유럽연합(EU) 보조금 시스템을 직접 다루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학교가 직접 보조금을 분석·신청·확보해 주는 전방위 행정 대행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은 비용 부담 없이 직원을 녹색 인재로 업스킬링할 수 있고, 비수기나 경기 변동 시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교육 기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숙련 노동자의 이탈을 막는다. 뤼 CEO는 "에너지 전환은 풍력과 탄소 포집, 전력망 고도화 등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몇 년간 녹색 전환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것"이라 했다. 또 "덴마크에서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신차 10대 중 전기차 비율이 2대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0대 중 9대가 전기차로 팔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거대한 기후위기와 녹색전환은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한국과 덴마크가 인력양성에서도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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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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