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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AI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진짜 재미는 그 뒤에 있다. 'AI+'는 국내외 AI 이슈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낯선 기술 뒤에 숨은 돈의 흐름과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 산업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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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대형 회계법인 중 골라 갔다. 2022년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빅4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 1275명을 뽑았다. 3년 뒤인 지난해 채용은 약 800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삼일 310명, 삼정 270명, 한영 170명, 안진 130명 등 약 880명으로 다시 늘릴 예정이지만 2022년보다는 3분의 1 수준이다. 불황과 퇴사율 하락 등 여러 이유가 있다. AI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신입 회계사가 처음 맡던 전표 확인과 자료수집, 거래 분류, 숫자 대조 같은 일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실제로 업무 대부분을 AI에 맡긴 회계사들이 많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단순 데이터 수집과 반복 분석을 AI가 대신하면서 신입 회계사의 단기 수요가 줄었다고 본다. 실제 삼정KPMG가 한 대기업의 내부회계 업무에 AI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500개가 넘는 통제 업무 중 60% 이상을 자동화했다. 연간 수천 시간이 걸리던 평가 업무는 수십 시간으로 줄었다.
"생수 두 박스랑 휴지, 이번 주 안에 오는 것 중 제일 싼 걸로 사줘. " 지금은 네이버(NAVER)나 쿠팡 앱을 열고 제품을 비교한 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한다. 앞으로는 AI에게 한마디 하면 끝이다. AI가 가격과 배송일을 비교하고 상품을 고른 뒤 결제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트 쇼핑'이 등장했다. 미국 월마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AI 에이전트가 고객 대신 쇼핑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프로필'과 '에이전트 게이트웨이'를 공개했다. 고객은 AI가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한도를 정하고, 어떤 구매를 했는지 따로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AI의 구매 권한을 끌 수 있다. AI는 사람이 보는 쇼핑몰 화면을 일일이 클릭할 필요도 없다. 월마트가 만든 별도 통로를 통해 상품 가격과 재고, 배송정보를 바로 확인하고 주문한다. 오랜 기간 온라인 쇼핑의 첫 단계는 검색이었다. '휴지'를 검색하면 수십개 상품이 나오고, 소비자는 가격과 리뷰, 배송일을 직접 비교했다. 이제 AI 에이전트의 일이 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만 말하면 AI가 후보를 추리고 장바구니까지 만든다.
교통사고 순간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상대 차량 번호도, 운전자 얼굴도 선명하다. 예전이라면 결정적 증거였다. 앞으로는 상대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 영상, AI로 만든 것 아닌가요?". 생성형 AI가 실제 촬영물과 구별하기 어려운 영상과 목소리를 만들어내면서 사진·영상·녹음이 '보이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는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가짜가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영상까지 가짜라고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AI와 메타는 현재 기술만으로 AI가 만든 영상이나 음성을 완벽하게 가려내기 어렵고, 앞으로도 100% 정확한 탐지기를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미국 연방 사법부에 경고했다. 법원이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나 직장 내 괴롭힘 녹음이 있어도 상대가 "AI 합성물"이라고 주장하면 진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가짜를 만드는 기술이 진짜를 부정할 핑계까지 만들어주는 셈이다. 미국 사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증거 규칙을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맥도날드 두 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고 해보자. 서로 경쟁하는 매장이라면 가격도 각자 정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두 매장이 같은 AI에게 "얼마 받는 게 좋을까"를 묻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서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갔다. 소비자들은 맥도날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맥도날드가 약 1만4000개 매장의 거래정보를 분석하는 AI 기반 가격추천 시스템으로 가맹점들의 메뉴 가격을 사실상 조율했다는 이유에서다. 맥도날드는 "AI가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권장가격만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점주가 한다"고 반박했다. AI가 가격을 결정했냐가 문제가 아니다. 서로 경쟁해야 할 사업자들이 같은 가격추천 시스템을 쓰면 가격 경쟁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예전에는 점주가 주변 매장의 가격과 매출을 보고 직접 판단했다. 이제 AI는 수백만건의 거래정보와 지역별 수요를 한꺼번에 분석해 "이 매장은 얼마까지 받아도 손님이 덜 빠진다"고 추천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알고리즘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쓸 때다.
통장에서 돈이 놀고 있어도 매번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갈아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리를 비교하고 계좌를 만든 뒤 돈을 옮기는 과정이 귀찮아서다. AI(인공지능)가 이 '귀찮음'을 없애기 시작했다. 내 통장 잔액과 금리, 대출 조건을 24시간 살피다가 더 유리한 상품이 나타나면 알려주는 것을 넘어 직접 돈을 옮기거나 금리 인하를 신청하는 '금융비서'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는 AI 에이전트 확산이 은행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AI가 고객 대신 금융상품을 계속 비교하면 금리가 낮은 통장에 잠자던 돈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싸게 확보했던 예금이 줄고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금리가 더 높은 상품이 있어도 상당수 고객은 거래 은행을 바꾸지 않는다. 급여이체와 카드대금, 공과금 등을 다시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AI는 다르다. 매일 수십개 금융회사의 조건을 비교해 더 높은 금리를 찾고, 결제일 직전 필요한 돈만 다시 입출금 계좌로 가져올 수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 모델 성능뿐 아니라 '신용등급'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투자비를 감당하려면 투자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회사채 시장까지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오픈AI와 앤트로픽을 대신해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과 투자적격 등급 획득 가능성을 논의했다. 두 회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뒤 투자적격 등급을 받으면 약 11조7000억달러(약 1경6000조원) 규모의 회사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아직 등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투자적격은 쉽게 말해 시장에서 "이 회사라면 돈을 빌려줘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통상 신용등급이 높아질수록 회사채를 더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처럼 일정 등급 이상의 채권만 살 수 있는 대형 투자자의 돈도 끌어오기 쉬워진다. 두 회사 모두 아직 적자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최첨단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하다.
AI의 진단이 의사보다 정확해진다고 해도 말기 암 진단을 AI에게 듣고 싶을까. 아이를 돌보는 일, 재판에서 사람의 죄를 판단하는 일까지 로봇에게 맡겨도 될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는 AI가 사람보다 일을 잘해도 일부 직업은 사람 몫으로 남겨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공개한 약 6000단어 분량의 글에서 '휴먼 리저브드(Human Reserved·인간 전용)'라는 이름을 붙였다.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자연보호구역처럼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어도 사회적으로 가치가 큰 일은 사람에게 남겨두자는 구상이다. 그가 떠올린 사례는 아버지를 돌봤던 간병인들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아버지가 배가 고프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때였다. 간병인들은 표정과 행동을 살펴 필요한 것을 알아챘다. 게이츠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것"이 있다고 했다. AI가 치료법을 추천할 수는 있어도 환자에게 불치병을 알리는 일까지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의료·교육 현장에서 AI를 금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들의 AI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똑똑한 AI 하나를 모든 업무에 쓰는 대신, 어려운 일에는 고성능 모델을 쓰고 단순한 일에는 값싼 모델을 쓰는 식이다. 성능은 끌어올리면서 가격은 낮춘 중국 오픈웨이트 AI가 이런 변화를 앞당긴다. 15일 AI 업계에 따르면 중국 문샷AI가 지난달 공개한 '키미(Kimi) K3'를 비롯해 Z. ai, 알리바바, 딥시크 등의 오픈웨이트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픈웨이트는 AI가 학습한 결과가 담긴 '가중치'를 공개한 모델이다. 챗GPT처럼 개발사 서버에 접속해 빌려 쓰는 방식과 달리 기업이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직접 돌릴 수 있다. 실제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는 지난달 사용량 상위 5개 모델이 사상 처음 모두 중국 모델로 채워졌다. 로이터는 기업들이 가장 비싸고 성능이 좋은 AI만 찾기보다, 필요한 업무를 충분히 처리하면서 비용까지 낮출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키미 K3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66년간 박람회와 자동차 전시로 사람을 모았던 건물이 이제 AI 서버를 들일 채비를 한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대형 전시장 '마켓홀' 얘기다. 부동산 개발사 크로홀딩스는 마켓홀 일대 약 40에이커 부지에 최대 245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추진 중이다. 기존 전시장에 서버를 그대로 넣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마켓홀을 포함한 주변 부지를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외곽 산업단지를 넘어 도심 상업용 부동산의 새로운 수요로 떠오른 셈이다. 대규모 전시장이나 물류시설은 일반 사무실보다 층고가 높고 바닥이 튼튼하다. 발전기와 냉각설비를 놓을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어 데이터센터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에서도 유휴 사옥이나 오피스빌딩, 물류시설을 소형 데이터센터로 바꾸려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AI 학습시설은 땅과 전력이 풍부한 지역이 유리하지만, 기업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이용자 요청에 빠르게 답해야 하는 AI는 고객과 가까운 도심에 둘 필요가 있다. 다만 빈 건물을 확보했다고 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AI에게 해킹 시험을 시켰다. 문제를 풀던 AI는 시험장 밖으로 나가 정답이 있는 서버를 뒤졌다. 지난 7월 오픈AI 내부 평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 AI 모델은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환경에서 보안 문제를 풀고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부에 나갈 수 없자, 프로그램 설치에 필요한 파일을 받아오는 시스템의 보안 구멍을 찾아냈다. 그 통로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AI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실제 서버에서 문제 해법을 가져왔다. AI가 자아에 눈뜬 것은 아니다. "문제를 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허용되지 않은 방법까지 찾아낸 것이다. 오픈AI는 이를 "전례 없는 사이버 사고"로 규정하고 해당 모델을 비활성화·암호화한 뒤 연구진의 접근까지 차단했다. 문제는 이런 AI가 지금 AI 회사 안에서 다음 AI를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방법이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찾고, 코드를 고쳐 다시 시도하는 능력이 AI 연구에도 활용된다. 이달 오픈AI·앤트로픽·구글·메타 임직원 1273명은 미국 정부에 공동성명을 냈다.
휴대전화 요금제를 떠올려 보자. 매달 정해진 데이터를 받고, 다 쓰면 느려지거나 돈을 더 낸다. AI 이용료가 지금 그렇게 바뀌고 있다. 월정액만 내면 가장 똑똑한 AI를 무제한으로 쓰던 시절이 끝나가는 중이다. 신호탄은 앤트로픽이 지난달 내놓은 최신 AI '클로드 페이블 5'다. 처음에는 유료 가입자 누구나 마음껏 쓰게 해줬다. 그런데 지난 20일부터 '무제한'이 사라졌다. 가장 비싼 요금제에서도 한 주에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그보다 싼 요금제에서는 정해진 몫을 다 쓰면, 그때부터 쓴 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AI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돈이 드는 방식이 다르다. 프로그램은 한번 만들면 쓰는 사람이 늘어도 회사 비용이 거의 늘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질문을 하나 받을 때마다 값비싼 계산 장비가 돌아가고 전기가 든다. 답을 내놓을 때마다 원가가 발생한다. 어려운 일을 시킬수록 원가는 더 커진다. 짧은 질문에 짧게 답하면 싸고, 긴 보고서를 쓰게 하거나 오래 고민하게 만들면 비싸다. 이용자 화면에서는 똑같은 답변 한 번이지만, AI 회사 장부에 찍히는 돈은 다르다.
미국 뉴저지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지난해 20% 넘게 올랐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력 공급 비용이 불어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동안 AI 업계의 최대 고민은 반도체였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하지 못해 기업들이 줄을 섰다. 이제는 전기가 문제다. 칩을 쌓아도 전력이 없으면 돌릴 수 없다. 발전소와 송전망은 주문한다고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2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 소비량은 같은 기간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해 31GW에서 2027년 66GW로 늘어 미국 전체 소비량의 8. 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GPU를 24시간 가동한다. 서버 열을 식히는 냉각설비도 쉼 없이 돌아간다. 대형 시설 한 곳이 중소도시만큼 전기를 쓰는 사례도 있다.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에서는 전력뿐 아니라 용수 부족 우려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