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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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야 전멸이 아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군에서는 도상연습(지도 위에 부대나 군사시설 등을 표시해 벌이는 모의 전쟁) 등에서 아군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수준의 피해 규모를 설정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교는 "군 기능, 참모 기능, 무기, 탄같은 게 갖춰져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대는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기관 트레이더 출신의 한 주식투자 전문가는 적정선을 넘어선 손실을 '불가역적 피해'에 빗댄다. 예컨데 투자 원금의 33% 손실을 입은 투자가는 원금 복구를 위한 손실을 회복하려면 그 상태에서 5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원금 3분의 1을 까먹은 사람이 50%의 수익률을 올려 만회하는 것이 가능할까. 부대원 3분의 1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은 부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병력 손실분만큼 더 활약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공포에 휩싸여 더는 전의를 발휘하
#1. 1443년 5월 세종대왕에게 사간원의 상소가 올라갔다. 나이가 서른,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한 백성들이 많으니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세종은 한성부(서울)와 지방에서 일제히 실태조사를 벌여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들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면 혼수를 지원토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상소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논란의 소지가 큰 내용도 담겼다. 가난하지 않은데도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훗날 순화돼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궁핍하지 않은데도 딸이 결혼하지 않으면 가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반영됐다. 경국대전을 완성한 성종 역시 이런 이유로 전국의 노처녀를 전수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참고로 당시 노처녀의 기준은 25세였다. 조사 결과, 가난해서 딸을 늦도록 결혼 못 시킨 집에는 혼수에 보태라고 쌀과 콩을 내어줬다. 양반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정치권은 사활을 건 결전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위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으로서는 가결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여권은 특검법 통과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 법은 정당한 절차와 체계를 갖춘 공정한 규정이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대원칙이다. 그 누구라도 비켜 갈 수 없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진영논리를 떠나 법 자체가 정당한지 우선 따져야 한다. 정치적 구호와 비방을 걷어내고 상식과 법리의 관점에서 특검법안을 뜯어볼 경우 크게 4가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①특검법 대상이 되나?━먼저 법안이 특검법의 취지에 맞느냐다. 특별검사 제도는 권력형 비리를 기존 사법기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마련됐다.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SNS)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소짓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의 가치는 약 2300억원. 두 사람의 만남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지난달 6일 사이에 급등한 대상홀딩스의 시가총액 변동 폭이다. 대상홀딩스는 한 장관과 같이 현대고를 나온 이정재의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다. 대상홀딩스는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로 취급 받는다. '한동훈 테마주'는 한 장관과 공적, 사적인 인연으로 얽힌 상장기업들을 뜻한다. 실제론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어떤 기업이 한 장관과 얽혀있다고 여겨지면 주가가 널뛴다. 대상홀딩스 외에도 부방, 노을, 태양금속 등이 '한동훈 테마주'로 꼽힌다고 한다. 한 장관의 동문이 일하고 있거나 한 장관의 배우자와 같은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영진이 있다는 이유로 한데 묶인다. '한동훈 테마주'와 같이 유력
#결국 장제원 의원이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금까지 막전막후에서 온갖 일을 도맡았던 그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12일 공식 선언했다. 당선인 비서실장 중도 사퇴를 끝으로 이렇다 할 공직을 맡지 않던 장 의원은 자신의 표현대로 가지고 있는 '마지막'을 내놨다. 친윤(친윤석열)의 상징으로서 비난도 견제도 온몸으로 받던 장 의원의 불출마 씨앗이 몰고 올 파장은 예단하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총선은 딱 120일 남았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제원은 절대 불출마하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상당했다. 직선적 성품으로 마음먹은 건 밀어붙이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던 선친 때부터 다지고 쏟아온 부산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해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오직 저를 믿고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사상구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냈다. 장 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에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비례대표제를 20대 국회까지의 병립형으로 되돌리느냐, 21대 국회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하거나 또는 권역별 연동형 제도 등으로 나아가느냐의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 중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21대 국회 기준)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에 정당 득표율을 연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못 낸 소수 정당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준연동형은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는 연동형, 일부는 병립형을 따르는 구조다. 이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 내 논의는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거대 양당 정치 구도를 깰 수 있는 정치개혁을 약
#"블랙핑크가 아니라 우리(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블랙핑크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 대통령실 참모의 말이다.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해외 순방을 나가보면 피부로 느껴진다. 주요국 장관들마다 K팝 스타의 굿즈(goods)를 구해달라는 자녀들의 요구에 쩔쩔맨다고 한다. 지난달 블랙핑크의 APEC(인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프로그램, 영국 국빈만찬 참석 등도 우리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 정부가 나서서 섭외했다. 전 세계 반도체산업을 쥐락펴락하는 피터 베닝크 네덜란드 ASML 회장의 지난 여름 갑작스러운 방한도 알고 보면 한류 팬인 딸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상전벽해다. 1988년 첫 미국 직배급 영화였던 '위험한 정사'가 상영됐던 명동 코리아 극장에는 관객을 쫓기 위해 뱀이 풀렸다. 개방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아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 30여년 만에 K컬처는 세계의 중심에 섰다. 기적 같은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분석이 나왔다. 정답은 없지만 지난해 미국 스탠포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콘퍼런스에서 나왔던 시각은 참고할 만하다.
#1.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맞닿은 이 길을." 1992년 '이오공감 1집'에서 가수 이승환이 부른 '프란다스의 개'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에 영감을 준 게 국내에서도 방영된 일본 TV 만화영화 시리즈 '플랜더스의 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네로는 화가를 꿈꿨다. 그가 가장 존경한 화가가 루벤스였는데, 특히 루벤스의 '성모승천'이란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게 그의 평생 소원이었다. 마지막 편에서 네로는 이 그림을 보는 데 성공한다. 그 장소가 바로 오늘날 벨기에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안트베르펜(앤트워프)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지금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거래 중심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16세기 안트베르펜은 '세계의 경제 수도'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무역 허브'였다. 대항해시대 동양이나 신대륙에서 온갖 향신료와 설탕, 귀금속 등을 싣고 온 유럽의 배들이
#73년 전 이맘때 한국전쟁의 분수령이 됐던 장진호 전투에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12만의 중공군에게 포위됐던 미 해병대 1사단 병사들은 다급히 무전을 쳤다. "투시 롤(초콜릿 사탕 브랜드)이 떨어졌다. 빨리 보내달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간절한 외침이었다. 사방에서 전우가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박격포탄을 뜻하는 해병대의 은어 '투시 롤'을 사용했다. 적군의 도청을 걱정해서다. 그러나 후방의 통신병은 이를 몰랐다. 중공군의 대공 사격을 피해 역시 목숨을 건 지원 항공기가 투하한 수백 개의 보급품 상자 안에는 진짜 초콜릿 사탕이 들어있었다. 현장을 몰라 소통이 안 돼 벌어지는 대참사다. #"제발 민심을 제대로 전해주시라" 얼마 전 사석에서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빤한 얘기지만 세상의 대부분 일은 빤한 걸 몰라서 혹은 지키지 않아서 틀어진다. 믿기 어렵겠지만(?) 역대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실은 가장 바쁘게 일한다. 때로 당위에 때로 서류와 숫자에 매몰되다 보
"어떤 분들은 '정확한 이유를 갖고 외국 나가라'고 하더라..." 가수 겸 배우인 김민종 KC 콘텐츠 공동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의원들도 웃었다. 김 대표의 어색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국감 증인이 어떠한 무게를 견뎌야 하는지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감 증인은 제대로 된 답변 기회를 얻기는커녕 조용히 의원들의 호통과 질책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사실 국감장에 있던 의원들만큼은 웃어선 안 됐다. 되려 분노했어야 옳다. 그동안 국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말이다. 국감 때만 되면 의원회관엔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사 오너(최대주주)나 CEO(최고경영인)가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지 여부다. 증인채택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신경전도 펼쳐진다. 의원들이 기업인을 부르는 건 소위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국감 현장
#1. 1589년 10월, 선조에게 상소 한 통이 올라왔다. 전주에 사는 양반 정여립이 반란을 꾸민다는 내용이었다. 정여립이 이끄는 대동계(大同契)라는 모임이 활 등 무술을 단련하고 있는데, 겨울철 한강이 얼면 한양으로 쳐들어 오려 한다는 얘기였다. 쿠데타를 통해 병조판서 신립 등 중신들을 죽이고 정권을 잡는 게 정여립의 계획이라고 상소는 주장했다. 놀란 선조는 중신들을 불러모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1000명에 가까운 사대부의 목숨을 앗아간 조선 최대 규모의 유혈숙청인 '기축옥사'(己丑獄事), 이른바 '정여립 모반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3년 동안 벌어진 이 사건에서 동인(東人)을 중심으로 1000여명의 인재가 사형을 당하거나 유배를 떠났다. 조정에 피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조선은 외침 대비에 손을 놨다. 숙청이 끝날 때 즈음 벌어진 임진왜란에선 전란을 수습할 인재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조선 후기 호남 출신 사대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은 것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
#몇 년 전까진 개고기 식당에서 부서 회식을 하는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개 식용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는 해가 다르게 커졌다. 요즘 그랬다간 부서장이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으로 처벌될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음식문화 중 개고기보다 빠르게 소멸의 운명을 맞은 게 있을까 싶다. 20년 전쯤만 해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소위 보신탕집이 10곳은 족히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문을 닫더니 2023년 10월 현재 단 한 군데도 남아 있지 않다. 경복궁역 인근에 한 식당이 2020년 봄에 메뉴판에서 '영양탕'과 '수육' 따위를 삭제했고 그게 끝이었다. 국회 앞도 마찬가지다. 서여의도 KBS 앞 상가 지하 등 여야를 막론하고 정객들이 즐겨 찾던 보신탕집들이 있었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다른 동네도 비슷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포 단골집은 9년 전쯤 문을 닫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 후에도 포장해갔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