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정치와 정책, 국민을 연결하는 최고의 분석. the300의 시선(view)과 외부 필진의 전문성을 담습니다.
총 966 건
"마치 진흙탕을 힘겹게 헤쳐 나가는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행정학자인 에런 윌다브스키(Aaron Wildavsky)는 정책 결정의 과정을 '머들링 쓰루(Muddling through, 뒤죽박죽인 채 시간을 끌며 나아가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란 의미다. 정책은 정치의 산물이다. 사전적으로 정책이란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목적을 띠고 결정하는 행동 방침'을 의미한다. 정부부처의 관료나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도의 계량분석을 동원해 논리적으로 도출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를 가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타협과 조정의 결과물이 정책이다. 정책은 다루기 어렵다. 무조건 한쪽 편만 들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잘못된 정책의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책을 관료나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 말은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앞두고 기자들 사이에서 단언컨대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세가 워낙 강해서다.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11월28일 프랑스 파리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되는 2030년 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아직 두 달이 남았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이루려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이탈리아 로마 표를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 용산 내부에선 문재인 정권이 허송세월했다는 불만도 많다. 중국이 2035년 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대국의 심기'를 살피느라 감히 방해가 될 수 있는 '2030년 부산' 따위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정부 내에서도 유치를 위한 치밀한 준비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선 기대를 접은 기류가 적잖다. 비슷한 지역에서 연속 개최가 어려운데 일본이 2025년 엑스포(오사카·간사이)를 개최하니 2030년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양보하고 2035년 유치를 노려도 좋다는 시각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시원했다. 울창한 숲속 길로 들어서자 여름 한낮 불볕더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전용별장이라니 나무 한 그루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그곳은 아름다웠다. 미군을 비롯한 보안요원들도 상냥했다. 검측 과정에서 가방을 일일이 열어보고 차량 밑에까지 들어가 샅샅이 살피지만 친절했다. 미국인이 아닌 이를 대하는 특유의 고압적 태도는 없었다. 기자들도 역사적 순간을 즐겼다. 한국어와 영어, 일어가 교차하는 임시 프레스센터에는 활기가 넘쳤다. 티셔츠 등 기념품을 늘어놓은 간이 판매대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현장에서 들린 표현대로 사상 첫 한미일 정상회의는 그 자체로 어메이징했다. #정상들의 얼굴도 밝았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부드러웠고 종종 환한 미소도 보였다. 산책로를 오가는 친근하고 여유로운 세 정상의 발걸음은 '강력한 원 팀'의 탄생을 세계에 과시하려 듯했다. 실제 한미일 협력체의 탄생은 외신들이 이미 평가한 대로 그 역사
#1. 가진 게 많으면 두려움도 커진다. 1등에겐 자신의 순위가 바뀌는 것 자체가 악몽이다. 현실이 달콤한 만큼 공포도 크게 마련이다. 100년 넘게 전 세계 바다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이 그랬다. 19세기말 대서양과 인도양, 그리고 수에즈 운하가 영국의 손아귀에 있었다. 이를 통한 무역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거대한 부를 쌓았다. 섬나라 영국에게 '해양 패권'은 돈줄인 동시에 생명줄이었다. 이를 빼앗기는 게 두려웠던 영국은 1889년 '2국 표준'(two-power standard)란 기준을 세운다. 해군력 2위, 3위 국가를 합친 것보다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에 하나 2위와 3위가 힘을 합쳐도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처음엔 프랑스와 러시아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럽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한 건 독일이었다. 또 유럽 밖에서 영국의 해군력을 압도적으로 추월해버린 나라가 나타났으니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
#5년전 BTS(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을 예견해 화제를 모았던 샘 리처드(Sam Richards)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30년 넘게 인종과 민족, 문화에 대한 연구로 일가를 이룬 석학이다. 매 학기 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듣는다. 유튜브로 꼬박꼬박 찾아보는 이들도 전 세계에 퍼져있다. 그의 강의는 2018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에미상(Emmy Awards)을 수상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강의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 한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미국 엘리트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긍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한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친한파(親韓波)를 늘리는 데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의 공공외교가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다.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국
#"내가 평검사 때 잠바 입고 수첩 하나 들고 검찰총장실 찾아갔다. 그렇게 내 방에 찾아와라"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참모와 각료 등에게 거침없는 소통을 강조한다. 형식을 갖추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요식행위는 중요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취임 후 14개월여를 그렇게 달려왔다. 어느 비서관이 직속상관인 수석비서관을 제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는 식의 소문은 드문 괴담이라기보다 흔한 미담에 가까워졌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면 행정관이나 초선의원, 민간의 각계 인사와도 수시로 직접 대화한다. 직전 보수정권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던 한 인사는 "1년 반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딱 두 번, 그것도 멀찍이 떨어져서 만났는데 용산에서는 반년도 안 돼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수십 번 봤다"고 했다. #대통령을 참모들이 따라가기 힘들다. 타고난 체력에 일을 즐긴다. 주중에는 청사에서 저녁 식사를 곁들인 회의가 일상이고 주말에는 관저로 불러 보고를 받는다. 외교무대에서 일정은 가혹할 정도다. 밀려오는 요청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2002년 9월19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약사나 한약사 외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26조1항(현재 제20조1항)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약사 또는 한약사들로 구성된 법인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였다. 약사를 여러 명 두는 대형 약국이나 체인점 방식의 약국도 곧 탄생할 듯 보였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도 약사법 조항은 그대로 살아있다. '해 뜨기 전이나 해 진 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도 13년째 위헌 상태에 있다.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3년 넘게 입법 공백 상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으로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률은 총 42건에 달한다. 그 중 위헌 결정이 선고된 법률은 22건,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법률은 20건이다. #지난해 4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일명 '검수완박법(일명
# 흔히 누군가 같은 말을 반복할 때 '앵무새' 같다고 낮춰 부른다. 기자로서 이런 관용적 표현에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10년 간 앵무새 '연두'와 살아온 '반려인' 입장에선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마뜩잖다. 함께 살아보니 앵무새는 참 똑똑하다. 아무리 잘 잠가놓아도 부리로 새장을 따고 탈출하는 일도 허다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기물을 파손해놓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다시 새장 문을 열고 들어가 자고 있기도 한다. 앵무새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반려인과의 유대관계가 강한 동물로도 유명하다. 연두 역시 출·퇴근길에 인사를 건네고, 쓰다듬어달라며 손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민다. #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반려동물의 수입과 판매, 장묘업이 등록만 하면 가능했지만, 이제는 허가제로 바뀌었다. 처벌 역시 강화됐다. 무허가 또는 무등록에 대해서는
#1.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대학 입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험을 꼽으라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6년 11월22일 치러진 1997학년도 시험이 역대 최악의 '불수능'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400점 만점에 전국 평균 점수가 170.7점이었다. 만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만점은 언감생심, 당시 전국 수석의 점수가 373점이었다. 400점 만점에 330점만 넘으면 서울대 의대나 법대에 갈 수 있었다. 특히 수학에 해당하는 수리탐구I의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80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22.9점이었다. 오타가 아니다. 심지어 반타작인 40점만 맞아도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 2교시 수리탐구I에서 지옥의 난이도를 경험한 수많은 수험생들이 멘탈 붕괴와 함께 이후 3·4교시를 망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수를 선택했다. 초고난도 문제에 익숙하거나 멘탈이 강한 일부 학생들만 원하는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극
# "만일 어느 날 중국이 안면몰수하고 초강대국이 돼 패권을 주장하고 여기저기 남을 괴롭히며 남을 침략하는 한편 남의 것을 탈취한다면 세계의 모든 인민들은 응당 들고 일어나 중국을 사회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반대해 중국 인민들과 함께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중국의 개혁 · 개방, 시장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1974년 유엔 특별위원회 연설에서 패권주의, 팽창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1979년 미국을 방문해선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했다. 공식 석상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열창하며 서방세계에 친근함을 어필했다. 후대 지도자들에겐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와 함께 '결부당두(決不當頭·결코 우두머리로 나서지 마라)'를 유훈으로 남겼다.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 20
#"선관위 담당이 누구지?" 채용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기자들 사이에 한 번쯤 주고받은 말이다. 언론사에서 선관위는 통상 정치부 국회팀에서 겸임으로 맡고 있다. 여야 간에 날 선 정쟁과 굵직한 정국 이슈들에 치여 평소 관심 대상에서 멀었다. 전담하면서 출입하는 기자가 거의 없는 사각지대였다. 공직사회 속사정에 밝은 한 고위 관료는 '신도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업무 조건, 지역 선관위와 토착 세력의 끈끈한 관계, 정치권을 우회하는 예산 확보 요령 등 그들만의 탄탄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얘기였다. 그중 곪아 더 감출 수 없게 된 '아빠 찬스' '형님 찬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시받지 않는 이들의 민낯도 놀랍거니와 감사원 감사조차 거부하는 행태에서는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진 조직으로 전락했는지도 절감된다. #감시와 통제는 권력의 핵심이지만 양면의 칼, 독이 든 성배다. 본인 스스로가 예리한 칼날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민
#1. '삐익―' 날카로운 경보음이 귓전을 때린 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었다.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봐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북한이 쏜다던 위성을 쐈나? 이번에도 별 일 아니겠지. 하지만 습관처럼 네이버 앱(애플리케이션)을 켠 뒤 이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 접속이 안 됐다. 인터넷망이 끊어졌나? 짧은 순간이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제서야 '위급 재난 문자'의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피 준비하라는데, 무슨 일이지 알려줘야 대피할 곳을 정하지. 공습이면 지하로, 지진이면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행히 네이버 앱은 곧 접속이 재개됐다. 나처럼 무슨 일인지 찾아보려고 네이버 앱을 켠 사람이 많아 순간적으로 접속이 폭주했던 모양이다. 첫 문자 이후 약 20분 뒤 경계경보가 오발령됐다는 문자가 왔고,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