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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느낌" 2015년 10월 22일, 청와대에서 나온 제1야당 대표의 말이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그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함께 만난 '5자 회동'에 참석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국의 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국정화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제 그만 하시라"며 화제를 돌렸다. 대통령과 여당의 화두는 민생과 경제입법이었다. ‘격론’을 마친 문 대통령의 소회는 건조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게 성과라면 성과였을 정도로 분위기는 차가웠다. '대통령 되면 다 똑같더라'는 얘기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유독 야당과 만난 기록이 많지않다.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후속입법 논의, 2015년 10월 국정교과서 대책, 2016년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동 정도가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거리감
"아 주라!" 야구장에서 파울볼 등을 어른이 잡았을 때 어린아이에게 주라는 관중의 외침이다. 1990년대부터 생겨나 부산 사직구장의 상징과 같은 말이 됐다. 화통하고 직설적인 지역 색채도 영향을 미쳤지만 어린 사람을 배려하는 우리 국민적 정서도 바탕에 깔렸다. 통상 노인공경 문화가 강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건장한 청년'과 '힘없는 노인'의 구도일 때 힘을 발휘한다. '가진 게 많은 어른'과 '공 하나에 절실한 아이'로 대비되면 다르다. 여론이 어디에 힘을 보탤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선거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첫해를 이끌어갈 원내대표를 7일 뽑는다. 참패한 미래통합당도 변화의 구심점이 될 원내대표를 8일 선출한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 '50대 후반 이상 86세대' 확정━민주당은 3파전, 통합당은 아직 안갯속이다. 누가 슈퍼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다. 후보로 나선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 의원(기호순)은 1961~196
'상식 선에서 봐도 지나친 주장이었다.' 청와대가 태영호(태구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 등을 보는 시선이다. 청와대 기류는 두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변 관련해 인용한 소식통의 정확성이나 정보량의 많고적음 문제가 아니라는 쪽이다. 공개된 정보로 판단해도 건강이상이나 사망설까지 제기할 수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 잠행기간 북한에서 꾸준히 김 위원장 관련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26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 노동자(일꾼)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나왔다. 양강도 삼지연은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 입구에 있다. 며칠후 김 위원장 측근이자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봉주 총리가 평양에서 경제시찰을 했다는 것도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유고'를 숨기려 일부러 아무 일 없는 듯 보도했을까. 만약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 신변에 정말 이상이 있었다면 북한 매체가 이처럼 보도할 수 없
제21대 총선에서 3선 고지를 밟은 유의동 미래통합당 당선인(경기 평택을)은 1971년생이다. 통합당 중진들 중에 유일한 1970년대생이다. 소위 '40대 기수론'이 나오면서 주목받는다. 더구나 통합당이 '폭망'한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3선이다. 새 원내대표로 거론된다. 참패한 당을 살려낼 구심점으로 떠오른다. 정작 본인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지만 전체를 생각하니 고민이 깊어진다. 유 당선인은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인터뷰에서 "(1970년대생 원내대표가) 모양은 좋다"며 "개인적으로만 보면 존재감도 알리고 선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면 좋다"고 말했다. 솔직한 반응이지만 속내는 더 솔직하다. 유 당선인은 "개인 영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가 역할을 못해서 기대에 부응을 못하면 70년대생을 세워놓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자칫 청년 세대 전체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알게된 건 4년전 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할 때다. 공정위 관료들로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산 출신의 젊은 초선 의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1977년생인 김 의원은 39세인 2016년에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뒤늦게 법을 공부해 2009년 서른두살의 나이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이후 사법연수원 변호사 실무 수습을 ‘법무법인 부산’에서 했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운영했던 곳이다. 여기서 ‘운명’처럼 문 대통령을 만났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공정위 관료들은 이런 그의 성장 스토리와 지역 정가에서 활동한 얘기를 듣고 노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업무보고와 국정감사를 통해 김 의원을 여러번 만난 한 관료는 “초선답지않게 ‘꼬장꼬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출입처가 국회로 바뀌면서 김 의원을 직접
"우리가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뜻밖이었다.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 미래통합당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내놓은 해석이다. 총선 참패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던 통합당은 모처럼 여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23일 오 전 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하면서다. 2년 전 안희정 사건부터 정봉주, 민병두, 김남국까지 물의를 일으켰던 여권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더불어미투당' '더듬어민주당'과 같은 '전통적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4월7일 일어난 사건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몰랐을 리 있겠나, 총선 이후로 사퇴를 미룬 것이라고 연거푸 공격한다.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핏대를 세운다. ━피해 당한 부산 시민이 찾지 않는 통합당…외면받는 현주소━그런데도 누군가는 반성을 말했다. 우리는 왜 몰랐느냐고 묻는다. 집권여당 소속 시장이 범죄를 저질렀다. 소위 통합당의 텃밭이라는 부산에서다. 그런데도 분노와 절망감에 떨
#30년 전인 1990년 독특한 정당이 하나 탄생한다. 민중당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재야와 운동권 일부는 합법적 정당을 통해 뿌리내리고자 했다. 이른바 "혁명에서 개혁으로" 노선이다. 민중당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2년 총선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못내고 해산한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멤버들이 김영삼정부 시절 '문민개혁'을 지지하면서 정치권에 대거 진입한다. 개혁적 보수 블록을 만든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MB) 중심으로 결집했다. 마침내 정권도 잡는다. 당시 민중당 지도부가 장기표, 이재오, 그리고 김문수 등이다. 함께한 면면 또한 쟁쟁한 이름들이 됐다. 김성식, 정태근, 김용태…. 하나같이 한나라당 시절 신진세력으로 활약한다. 거기 박형준도 있었다. 고려대 78학번인 박형준은 1980년대 젊은 이론가이자 '필사'로 성장했다. 거리시위에서 최루탄 파편을 눈에 맞아 실명 위기도 겪는다. 1990년 즈음엔 '운동권 선배' 장기표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를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대체로 양호했다. 31일 현재 사망 163명 등 인명피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밖의 지표나 해외의 평가마저 부인하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해외 정상의 전화 외교는 상징적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후 3월 31일까지 13개국 정상과 개별 통화를 했다. 지난달 20일 시진핑 중국주석을 시작으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까지다. 해외 정상들의 '러브콜'은 'K-바이오'의 경쟁력이다. 정확도 높은 진단키트, 효과적 드라이브스루 검사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국의 "의료장비", 즉 진단키트(진단시약)를 요청했다. 여러 차례 결정적 순간의 판단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진단키트 긴급승인제도를 열고, 설연휴 중에도 민간업체들에게 연락을 돌려 신속한 대량생산에 물꼬를 텄다. 대구의 31번 확진자가 나타난 후 대응도 결과적으로 적절했다. 당시 전면적 완화 전략 요구도 높았다. 확진자가 대량 발생, 감염의 철저한 차단(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있다. 감염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국민의 생명을 노린다. 다행히 감염을 피하더라도 문제다. 개인과 기업이 먹고사는 일이 휘청인다. WHO(세계보건기구)가 12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세계 경제성장의 불씨가 급격히 식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멈추는 공장, 금융·주식시장 혼란, 생계와 고용 불안. 코로나19에 경제도 멍든다. 이걸 막아주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방역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로선 무슨 대책이든 내놓는 게 정상이다. 추가경정예산이 그렇다. 대통령의 경제메시지도 중요한 경제방역조치다. 하지만 13일 현재 청와대엔 눈에 보이지 않는 레드라인이 있다. 국민안전과 방역이 중요한 이때 경제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픈 경험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 "소강상태"라는 판단과, 이에 따라 "머지않아 종식될 것"(2월13일)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게 뼈아프다. 물론 방역과 경제는
"아마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이 아닌가"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혀를 내둘렀다. 주말인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을 경선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경선 후보인 박성중 의원과 강석훈 전 의원이 동점이었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똑같아 국회의장까지 지낸 김 위원장도 놀라게 만들었다. 난데없는 동점 소동은 잊고 있던 법 규정을 소환했다. 박성중 의원이 공직선거법상 '연장자 승리' 규정을 내밀었다.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당선인을 결정할 때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동점자 발생)이면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하도록 돼 있다. 공관위는 당내 공천 문제인 만큼 선거법을 준용하지 않고 재경선을 결정했다. 통합당 당헌·당규에는 경선에서 동점자 관련 규정이 없다. 연장자 논란은 짤막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뒷맛이 남는다. 동점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가정해 만들어놨다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상
30명이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1261명(26일 오후 4시 기준)이 됐다. 이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을 향해 "정상적 활동에 복귀해달라"고 당부한 지 열흘도 안돼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이라고 했다. 이틀 뒤부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20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100명을 넘겼다. 그날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팀과 예정된 '짜파구리' 오찬을 가졌다. 주말을 지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부풀려지지 않은 액면의 공포 그 자체가 단숨에 온 나라를 강타했다. 23일 문 대통령은 직접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렸다. 타이밍이 안타깝지만 대통령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생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했듯 인간의 면역체계에 굴복하지 않는 바이러스가 벌이는 변주는 예측이 어렵다. 문제는 일상의 분노다. 전국 곳곳이 속수무책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CJ 그룹을 초청, 이재현 회장이 참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다. 영화 '기생충' 성공 효과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CJ그룹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호감'도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문재인정부 임기반환점을 맞아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를 했다. 남기고 싶은 ‘김상조표’ 정책을 묻자 방송통신 등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데이터경제,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와 수소차. 우리 경제의 다음 먹거리로 꼽히는 것들은 대개 제조업이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문화서비스 산업을 주력 분야로 내건 곳은 사실상 CJ뿐이다. CJ는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식음료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김 실장은 그런 이 회장에게 “CJ는 영화나 콘텐츠 같은 문화사업말고 비빔밥 같은 건 왜 하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