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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35일 만이다. ‘8·9 개각’을 기점으로 하면 두달 여간 ‘대한민국=조국’이었다. 국민은 광화문과 서초동에 모여 각각 목소리를 냈다. 조국 지지와 반대, 검찰 개혁과 대통령 사과…. 다양한 외침이 모였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속하지 않은 국민의 답답함도 적잖았다.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은 그 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은 여전했지만 중도층의 불만이 존재하는 것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지지율 하락분이 야당으로 옮아간 것도 아니다. 적잖은 국민들이 태극기와 촛불 대신 침묵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치권은 국민의 촛불, 태극기, 침묵 등을 접하면서도 보고 싶은 것만 봤다. 그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뿐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 안겠다는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유한국당은 민의의 전당 국회 대신 ‘광화문’을 택했다. 여당은 ‘검찰 개혁’ 화두로 퇴색된 공정·정의를 대신하려 애썼다. 20대 마지막 국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북한이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상이 아닌 수중에서 발사된 SLBM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어느 쪽 분석 능력이 우세한지가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우리 군 당국은 이번 발사체를 SLBM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발사각과 사거리 등은 탐지·분석했지만 잠수함에서 발사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정' 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이번 발사체에 대한 한일 간 정보 분석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합동참모본부는 2일 오전 7시 28분 발사 사실을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내 문자 메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외교는 희한한 도난사건으로 시작했다. 월요일인 23일 새벽(현지시간), FOX 등 주요매체는 일제히 뉴욕 트럼프 타워의 보석 도난사건을 다뤘다. 뉴욕 5번가의 랜드마크인 트럼프타워는 주상복합이다. 이곳의 두 입주자가 각각 집에서 보석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액은 합계 35만3000달러(약 4억2150만원) 상당이다. 두 입주자는 각각 휴가 등 장기간 집을 비운 뒤 돌아와보니 다이아몬드 팔찌 등이 사라져있었다고 진술했다. 특별한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가운데 미국 매체들은 "뉴욕, 아니 미국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할 건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타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고 그가 뉴욕에 올 때마다 머무는 곳이다. 세계최고의 철통보안 구역이 될 만하다. 미국 국내이슈와 국제뉴스를 아우르는 '폭탄'도 터졌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복잡하게 얽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바이든이 부통령에 재직중일 때 아들 헌터 바이든이 취직한
#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최근 관가의 유행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영어로 말다툼하던 과정에서 했다는 말이다. ‘김현종 스타일’은 이미 유명하다. ‘꼼꼼하다’ ‘저돌적이다’ 등이 표면적 호평으로 느낄 만큼 실제 평가는 더 박하다. 까칠한 수준을 넘는다. 말이 짧다. 반말이 기본이다. 친한 형 동생 문화 속 하대(下待)가 아니다. 상급자에게도 말투는 비슷하다. 일하다 마음에 안 들면 영어로 고함을 친다. 김현종은 업무 성과를 내려면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상사의 예측 가능성이 부하 직원의 긴장감을 낮춘다는 이유를 댄다. 대외 협상 방식을 대내 조직 관리에서도 똑같이 적용하는 셈이다. 직원들은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국가안보실을 나온 이들은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는다. 그와 함께 출장가는 것을 적잖은 직원들이 꺼린다. 그렇기에 ‘김현종 스타일’은 과한 포장이다. 그저 ‘김현종의 무례’일 뿐이다. 김현종은 뒤늦
문재인 대통령이 빨라졌다. 자신만의 대통령기록관 건립(국가기록원), 북한지뢰 피해군인 '공상' 판정(국가보훈처) 등이 알려지자 곧장 백지화나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기존의 문 대통령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늘 심사숙고한다. 빠른 결단보다는 좌고우면에 가깝다. 야당대표 시절엔 공격 빌미를 주는 단점으로도 꼽혔다. 추석 전후 최근 일주일은 달랐다. 문 대통령은 17일 하재헌 예비역 중사 소식을 들은 당일 오후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보훈처는 북한이 묻어놓은 목함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 예비역 중사에게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렸다. 전상·공상의 실질적 예우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폭발력은 컸다. 야권에선 북한 눈치를 보느냐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보훈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보훈처는 현행 규정이 애매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탄력적 해석"을 언급했다.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삭발했다. 사상 첫 제1야당 대표의 삭발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지 1주일이나 지난 시점이었지만 여론의 관심을 끄는데 충분했다. 17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머리를 밀었다.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 11일 박인숙 한국당 의원·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삭발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삭발 순번을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당분간 또 다른 의원들도 삭발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삭발의 이유는 우선 결기의 표현이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가장 먼저 삭발한 이언주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무력한 야당'이란 비판에 삭발만큼 당장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황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주변의 의견을 두루 듣고 삭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약한 투쟁은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정부조직법 제32조)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법치국가에서 법무를 관장하는 장관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중요성과 별개로 철옹성이었다. 제66대 조국 장관 이전에 역대 법무부 장관 57명 중 45명(79%)이 검사 출신이다. 이중 검찰총장을 거친 장관도 17명이나 된다. 판사 출신 6명, 기타 법조인 4명(5.16 군사정변 직후 군인 출신 법무부 장관 2명 포함)을 빼면 비법조인은 연세대 교수였던 직전 박상기 장관과 언론인 출신 김준연 장관(1950~51년 재임) 두 명뿐이었다. 오랜 숙제인 검찰 개혁요구와 맞물려 법무부 장관 자리도 변화를 요구받았다. 혁신을 내세운 정권마다 법무부 장관만큼은 각별한 공을 들였다.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는 지역 기득권부터 흔들었다. 집권 후 내리 세 번 연속 '호남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임기 중 7명의 법무부 장관 가운데 5명이 호남이었다. 노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국을 돌며 "새 시대의 첫 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선 승리의 절실함으로 무장했던 그가 이따금씩 쇳소리를 내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외쳤던 것을 기억한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운 그는 '촛불 대통령'이 됐다. 2019년 9월. '새 시대의 첫 차'는 출발을 했나. 고등학교 시절에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놓은 딸의 아버지. 장학금, 다양한 인턴 경험 등 특혜를 챙긴 딸의 아버지. 가장 결정적으로, 그러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연못의 가재·붕어·개구리'로 살라고 조언해온 조국을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직에 앉혔다. 그냥 '항상 경험해 왔던 나라'다. 표리부동한 꼰대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가재·붕어·개구리에게 질서 준수를 설교하는 나라. 문 대통령과 소위 386 지식인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위법은 없다", "본인의 잘못은 없다"고 하지만 위법이 있으면 교도소로 가야 한다. 범법 여부는 경찰이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자일 때 가졌던 2일 국회 기자간담회. 형식을 둘러싼 소란, 질문자(100명)만큼이나 많은 의혹에 가렸지만 그가 준비해 간 발언이 주목됐다. 그는 반성했고 사과했다. 한 번뿐이었으면 '수사'에 그쳤을 것이다. 소나기 올 때 일단 비를 피한다는 허리숙임 말이다. 두 번 세 번 반복되면서 무게가 달라졌다. 그는 2일 간담회, 6일 인사청문회 때 각각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을 했다. 간담회는 국민, 특히 젊은세대의 실망과 상처로 시작했다. 마무리발언에서 염치와 간절함, 부끄러움을 말했다.청문회 모두발언은 "국민의 박탈감"으로 시작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이철희 두 의원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상 마무리발언이었다. 그는 "감옥에 갔다온 것에 비할 수 없는 정도의 (그보다 더한) 시련"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국민이 느낀 실망이나 분노와 비교하면 저나 저의 가족이 느끼는 고통은 더 적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조국 장관'이 임명된 다음날 국회. 10일 여의도의 주인공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최후통첩' '민란' 등 거센 말을 쏟아냈던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국민 저항권'을 언급한 바른미래당 의원도 아니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선언한 뒤 삭발했다. 야권 국회의원 중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항의하면서 무언가를 희생한 사실상 첫 사례다. 국회 안팎에서 "이념을 떠나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의원은 이언주 한 사람뿐"이라는 말도 나왔다. 여론의 관심은 단숨에 이 의원에게 쏠렸다. 한 노회한 정치인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머리는 자란다"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로 삭발을 꼽기도 했다. 비아냥대로 머리는 자란다. 자라는 머리조차 깎지 못하는 의원들이 문제다. 대한민국이 금방 망할 것처럼,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격분을 토하던 야당 의원들이지만 정작 행동에서는 결기가 묻어나지 않는다. 물론 삭발, 단식만 의지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장외집
"창이 열린 새장에서 노래하는 새. 오직 자유를 위해서만 날아갈 그 새."(A singing bird in an open cage, who will only fly, only fly for freedom) 세계적인 록밴드 U2가 2000년 발표한 노래 '워크 온(walk on)'의 한 구절이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지 여사가 가택 연금 상태에 있자 그를 위해 헌정한 노래다. 200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까지 수상했다. "구역질이 난다". 2017년 U2의 보컬 보노(Bono)는 수지 여사에게 이같이 독설을 날리며 사실상 'walk on'의 헌정을 취소했다. 시간이 흘러 수지 여사는 미얀마의 실권자인 국가고문이 됐지만,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의 수지 여사와, 2017년의 수지 고문은 그렇게 달랐다. 한 때 민주화 운동으로 노벨평화상(1991년)까지 수상했던 '자유의 새'는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에는
“왜 기자간담회를 여기(국회)서 하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자 한 중진 의원이 의아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기도 했던 여당 의원 반응이다. 기자들이 의도를 궁금해하자 “행정부(에 들어갈) 후보자가 (입법부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모양이…”라며 얼버무렸다.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여당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의견이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가진다. 어차피 장관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국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각 국민의 대표들이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다. 국회의원들에게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신해 날카로운 ‘검증’을 하라는 뜻이다. 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은 기자회견장의 질문과 힘과 무게부터가 다르다. 조 후보자의 이날 ‘기자간담회’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