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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각종 특별검사법안과 검사 탄핵소추 등 뜨거운 현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스타일도 한몫한다. 야권이 검사 탄핵에 드라이브를 걸고 정 위원장이 힘을 보태면서 법사위는 국감 시작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검사 탄핵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국감 준비는 사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는 일상이다. 의사일정부터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여야 간사간 협의를 통해 운영되는 상임위의 전통은 실종됐다. 민주당 간사실이 통보하면 끝이다. 형식적인 여야 간사방 간 교류조차 끊겼단 얘기가 나온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 일정도 야당 간사 측에서 9월23일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올려 10월2일 개최키로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일정 자체에 동의하지 않지만 일정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 청문회 증인·참고인도 민주당 주장대로 채택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첨단 전력을 무장해도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취지다. 김 장관이 군인의 급여·수당 인상과 초급 간부들의 의식주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올해 1호봉 하사의 기본급에 수당을 더하면 약 230만원이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200만원 안팎이다. 당직 수당은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으로 일하는 시간에 견줘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국가가 초급·중견간부의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한 뒤 국가를 지켜달라고 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호소다. 나폴레옹도 "전쟁에서 사기와 정신력이 4분의 3을 차지하며 수적 요소는 단지 4분의 1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병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선 만큼 개별 군인들의 기강해이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요즘 군대는 싸워서 이길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부대 내 사고 방지에 초점을 두는 '행정
#1. 노동자도, 의사도 아닌 황제가 파업을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것도 무려 30년 동안이나. 땅이 넓고 물건도 많은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대륙, 수 천 년 역사의 중국에서도 이 정도로 오래 파업을 한 황제는 단 한 명 뿐이다. 바로 명나라의 만력제, 묘호는 신종이다. 만력제는 47년의 재위기간(1563~1620년) 중 27년 이상을 놀고 먹었다. 어전회의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매일 전국에서 수천 건의 상소가 올라왔지만 만력제는 그 위에 엎어져 잤다고 한다. 이른바 '만력태정'이다. 신하들은 나무 하나 없는 자금성의 땡볕 아래 엎드려 황제에게 돌아오라고 읍소했다. 열사병에 쓰러지는 이가 속출하자 환관들이 물이라도 갖다주려 했으나 황제가 막았다. 나름대론 비장하고 결연한 의지의 농땡이였던 셈이다. 만력제가 파업을 선언하면서 든 핑계는 건강이었다.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던 게 만력제는 고도비만에 등과 다리가 굽어 혼자선 걷지도 못했다. 명나라 최악의 암군으로 불리는 만력제지만, 그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24세 청년 정치인의 학교폭력 징계 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이예찬 영등포구의회 의원이 2018년 고3 시절 동급생의 아버지를 모욕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같은 반 학우 A씨의 아버지의 직업이 현역 검사라는 점을 들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선거에 나가는 것처럼 허위 공보물을 만들고 "부패검사"와 같은 비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사건을 조사한 휘문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이 의원에게 학급 교체와 △출석정지 10일 △서면사과 △사회봉사 40시간 △특별교육 15시간 이수 등 중징계를 의결했다. 6년 전 사건이지만 A씨 측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측은 "학폭 사실을 인정해 강제전학 바로 아래 단계 징계를 받았음에도 학생회장 출신인 이 의원은 학교 추천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구의원 공천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예찬 의원에게 연락하자 A4용지 5장짜리 소명자료를 보내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지인의 증언 구체적 기록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다"고 운을 뗀 소명자료는 "물리적·지속적·집단적 폭력 및 욕설사용이 없었음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쓰여 있었다.
"그거 다른 상임위원회 소관 아닌가요?" 티몬·위메프 사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무렵 의원들에게 국회 차원의 대응 계획을 묻자 상당수가 이같이 되묻곤 전화를 끊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듯 했다. 이후 보도가 쏟아지자 일부 의원은 태도를 바꿔 특정 상임위만의 일이 아니라며 본인이 속한 상임위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이 주최한 간담·토론회에 부지런히 출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놓고도 정치권은 뒤늦게 팔을 걷어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주문한 지난달 27일이 기점이었다. 여당 소속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딥페이크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예고했고 복수의 야당 의원들은 각각 딥페이크 관련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사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오래 전에 시작됐고, 우리 주변에서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음란 사진에 연예인 얼굴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연금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윤 대통령이 발표할 정부안에는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이 공개되면 또 다시 백가쟁명식 논쟁에 불이 붙을 것이다. '더 내고 더 받기' 또는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등 국민연금 모수개혁만으로도 의견이 분분한데, 세대별로 보험료율을 차등하거나 출산·군 복무 등에 대해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방안까지 한꺼번에 합의하는 게 쉬울 리 없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은 장년층에게 연금보험료를 더 많이 부과하는 제도다. 예컨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씩 올리고, 청년층은 절반인 0.5%포인트씩 올려 목표치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50대부터 단계적 인상이 아닌 인상 목표치를 즉시 적용하는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과 군 복무 등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에 보상을 주는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출산
#"미국 대통령의 대다수는 '승산 없는 대통령(No win presidency)' 문제에 시달렸다. " 저명한 행정학 권위자인 폴 C.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닉슨 카터에 이르기까지 39명의 대통령을 분석한 저서 '대통령학'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라이트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영향력과 효율성을 모두 갖춰야 하지만 이를 임기 내내 유지할 수 없다. 임기 초반 영향력이 높을 때는 전문성이나 정보력 등이 부족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낮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효율성은 증대되지만 영향력은 약해진다. 대통령이 실패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영향력과 효율성이 교차하는 시점(골든크로스)은 대략 재선 1년차로 본다. 5년 단임제인 한국의 경우 집권 3년차를 교차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이 구상하고 이루고자 하는 국정과제를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행할 최적의 시점인 셈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승산 있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작금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은 심히 곤궁하다.
#. 2021년 5월 초 미국은 한국 외교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 인공위성 등 정찰자산을 보완할 역량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이 집요하게 확인하려 든 게 우리 우주정찰 역량이었다. 외교부 내 대표적 '북미통'으로 꼽히는 1급(실장급) 고위인사가 지난달 말 기자와 점심 자리에서 밝힌 뒷이야기다. 한국에 적용되던 미사일 지침(사거리 800㎞ 제한)을 해제하더라도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할 눈이 없으면 북핵 위협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그해 5월21일 해제됐다. 우리 외교관들이 2년 넘게 물밑에서 소통해 온 결과였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총 5차례에 걸쳐 개정되고 종료됐는데 주목할 점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직후 들어선 신임 행정부가 우리 정부와 전향적 협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10개월 뒤인 2017년 11월 '3차 개정'(최대사거리 800㎞,
"육아휴직 1년6개월 되긴 할까요?" 340만 회원을 보유한 임신·출산 관련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엔 "멍청한 싸움들 그만 하고 해야 될 일 좀 하지", "기한 안에 못 돼서 폐기된 거 아닌가. 혈세로 월급 받고 일 참 못한다", "기대 접었다. 희망고문이다" 등 워킹맘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기자의 지인인 30대 워킹맘도 육아휴직 연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며 법안의 동향을 물었다. 육아휴직 1년과 1년 반은 천지 차이라 했다. 그는 "육아휴직 연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며 "1년 반으로 연장되면 애를 낳을 만할 것 같다.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육아휴직을 현행 1년에서 6개월 더 늘리는 방안은 정부가 2022년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최초 발표했고, 이듬해인 2023년 1월 고용노동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같은 해 2월 해당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남녀고용평등법)'도 발의됐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18일 단 한 차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을 뿐, 21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지난 27일 오후 7시30분, 경남 창원시 창원중앙역. 역사 안에서는 전당대회 순회경선 일정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와 보좌진들이 한데 모여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후보들은 고생했다며 서로에게 격려를 전했다. 추억을 남기려는지 삼삼오오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소 떠들썩해 보였을까. 휴가를 마치고 상경길에 올랐다는 한 남성이 내게 물었다. "창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불과 두어시간 전의 열기가 가득했던 전당대회장의 모습이 한 시민의 무관심과 엇갈려 겹쳐 보이며 씁쓸함이 남았다. 이날 부산과 울산, 경남 창원에서 연달아 개최된 전당대회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연상케 했다.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당원들은 후보들을 도열해 맞이하며 각자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연신 연호했다. 후보들의 정견 발표 땐 환호성과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언제 어디서 전당대회를 여는지 아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건 당원과 강성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정치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와, 점심 처음 먹네요. "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보좌진과 점심을 먹으려는데 별안간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점심시간에 자신이 식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보좌진은 이번 국회가 개원한 후 두 달 가까이 식사를 거르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영감(보좌진들이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이 안 먹으니 우리도 먹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또 다른 보좌진은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정평이 난 그였기에 의외의 발언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출·퇴근길마다 아이가 눈에 밟힌다고 했다.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아이에게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 때문이다. 밤낮없이 영감의 의정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보좌진의 업무 특성상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려면 영감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란다. 아이가 내 얼굴을 잊어버릴까 늦게라도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려 한다던, 비슷한 사정의 보좌진 얼굴들도 떠올랐다.
#1. 퀴즈 하나. 다음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젊은 시절 큰 고난을 겪는다. 먼 곳으로 떠나 방황하다 조력자를 만난다. 거듭 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한층 성숙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거의 모든 영웅이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영화 '듄'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본 아이덴티디'의 제이슨 본,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렇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안나와 '쿵푸팬더'의 포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이런 도식을 따르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엔 주인공 혼자 악당들을 압도하는 이른바 '먼치킨' 유형도 있고, 영화 '어벤져스' 같은 '팀워크' 유형도 있다. '슈렉'처럼 설정을 살짝 비튼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영웅물이라면 대체로 이런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 영웅서사의 도식은 할리우드나 월트디즈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서사의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