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부장판사 "에버랜드CB 무죄판결 죄형법정주의 따른 것"
지난 16일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1심 선고를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민병훈 부장판사는 17일 "면죄부를 준 것은 우리가 아니라 국세청과 검찰, 특검"이라며 "국세청과 검찰이 기소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부장판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관련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의 공소시효 소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민 판사는 이어 "소속 회사에 손해를 끼친 법인주주도 배임의 공동정범"이라며 "자기가 자기 거 싸게 주는 게 배임인가. 그렇게 증여하면서 탈세 의도는 있을 수 있어도 배임으로 볼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넌 인수만 해라' '이사회도 대충 열어라' 이렇게 해서 넘겼다고 하자. 그럼 아들과 지분이 5대5가 된다. 그럼 이게 그 회사에 배임인가. 손해가 있나"며 판결을 옹호했다.
그는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도 배임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 주주들이 배정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실권하게 한 방조범이나 공동정범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SDS BW 저가발행으로 인한 손해액을 최고 44억원으로 계산한 것에 대해 "내가 계산한 방법이 다 맞았다, 혹은 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며 "다른 방식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서 유죄로 한 판결문도 써봤다"고 털어놨다.
민 부장은 "보통 판결문을 보면 '이익 있지만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그냥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다"며 "그렇게 할까 생각도 했는데 이게(새로 손해액을 계산하는 것이) 법원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심에서는 삼성SDS 주식가치에 대해 감정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민 부장은 "제일 좋은 방법은 회계법인 3∼4곳에 감정하게 해서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해보고 논쟁시켜 평균 내 수치를 객관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 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 '삼성사건' 피고인 8명과 황태선 전 삼성화재 대표이사 등 '고객미지급금 횡령사건' 피고인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