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판사' 이 前회장 집유 판결 이유

'소신 판사' 이 前회장 집유 판결 이유

오동희 기자, 류철호
2008.07.16 19:3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부장판사 민병훈)가 16일 '삼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적용된 3가지 혐의 중 2건에 대해서는 무죄 및 면소를 선고함에 따라 삼성은 10년간 발목을 잡았던 족쇄에서 벗어나는 길이 열렸다.

법조계에 '원칙론자'로 정평이 나있는 민병훈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데다 조준웅 특검이 이 전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예측불허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의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와 면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차명주식 거래에 인한 조세포탈 혐의의 일부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 지분을 넘겨받도록 하기 위해 기존주주들에게 인수권을 포기하도록 했다고 하더라도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경영진이 경영판단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느냐 하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저가 발행에 따른 손실분이 회사의 손실인가, 아니면 기존 주주의 손실인가를 우선 가늠했다. 결론은 회사가 아닌 주주의 손실이라고 판단했고 주주 스스로가 손실을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 하락을 용인한 것으로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재용 전무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부여한 것에 대해 증여세 등의 조세 면탈 측면과 기존주주의 부를 이전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조세법상의 문제에 불과할 뿐 형법상 배임죄의 규율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차명계좌 주식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포탈 부분도 양도소득세법 개정 이전 행위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삼성SDS의 BW의 경우 가격이 적정했느냐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1999년 2월 26일 SDS 주식 거래의 가격이 5만 5000원 상당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식 유통량이 적고 거래가격 왜곡 가능성도 있는데다 이를 검찰이 입증해야 하나 특검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또 SDS의 주식 가치를 상속 및 증여세법의 미래수익가치 평가법과 삼일회계법인의 평가서에 나오는 주당 순이익액 및 증가율을 고려해 평가해도 손해는 각각 44억원과 30억원으로 특경 제3조 제 1항 제1호의 50억원 이상의 이득액이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고, 업무상 배임의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한다고 결정했다.

 한편 '삼성사건' 1심 재판부를 이끈 민 부장판사는 지난 200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재직 당시 '론스타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4차례나 기각해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촉발시켰던 인물로 '소신파'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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