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
- 올 여름 340억 투입 야심작 게임 첫선
-"좋은사업? 좋은 사람이 먼저"

"이 사람이 정말 그 '사장'일까?'
'IT업계 마이다스의 손'이라 알려진 1000억원대 자산가 장병규씨. 현재 그는 벤처투자사인 본엔젤스 대표이자 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CSO)을 맡고 있다. 그의 첫인상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칭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딘 패션감각. 검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밝은색 스트라이프 남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조합된 회색 청바지는 부자연스러웠고, 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무성했다. '고급 정장을 입은 번드르르한 얼굴의 사장님'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각종 '최신 기술'에 친숙할 것 같은 IT업계인의 전형적 이미지도 찾을 수 없었다. 휴대폰은 구입한지 몇 년이나 지났다는 구형이었고, 그나마도 험하게 사용한 탓인지 칠이 벗겨진 곳이 많았다. '채팅 사이트'나 '검색엔진'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라면 응당 스마트폰 하나쯤은 들고 다니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IT업계 사장이면 '얼리어답터' 쯤은 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이런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나는 자동차가 고장나도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궁금해 하지 않아요. 그냥 A/S 날짜만 받고 시간 맞춰 가면 고쳐주는 것에 만족할 뿐이지요"
전형적인 'IT맨'의 인상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장 의장이지만, 그의 캐릭터가 원래 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대구과학고를 2년만에 마친 뒤 카이스트 91학번으로 진학하고, 대학원에선 '자연어 처리'라는 생소한 분야를 전공할 때에는 나름 '수퍼 프로그래머'라는 평도 후배들에게 듣던 '공돌이'였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네오위즈 시절이었다. 박사과정 1년을 마친 뒤 "공부가 정말 내 길인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뛰어들었던 창업은, 그의 직관을 '확신'으로 바꿨다.
"회사생활을 해 보니 나는 개발로는 세계최고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방면에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것도 바로 내 앞에. 그런데 제가 팀워크를 맞춘다거나 사람들을 모으는 방면에는 나름 재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지요"
그 후 장 의장은 관리자로서의 소질을 십분 발휘하며 '대박' 신화를 연이어 쏘아 올렸다. △네오위즈 시절 히트쳤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원클릭'과 △회원수가 1600만명을 넘었던 인터넷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350억원에 NHN에 매각한 검색엔진 '첫눈' 등 내놓는 작업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약 700억원으로 추정되는 네오위즈 지분과 첫눈 매각액을 합치면 그의 재산은 1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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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장은 이 아이템들이 원래 자신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가령 원클릭은 나성균씨(現 네오위즈 대표)가, 세이클럽은 당시 아르바이트생이, 첫눈은 신중호씨(現 NHN 근무)의 아이디어였다는 것. 그가 맡은 역할은 이 아이디어들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장 의장은 과거의 성공을 함께한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고, 자신은 단지 우수한 인재들을 모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업이란 생각보다 단순한 겁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성공의 가능성이나 그릇의 크기가 보이게 마련인데, 그 중 우수한 이들을 팀으로 모으고 조율을 잘 하면 사업은 크게 돼 있습니다. 저는 그 역할을 했을 뿐이고요."
"노동은 대체할 수 있어도 인재는 대체할 수 없다"를 지론으로 삼는 장 의장이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꽤나 각별하다. 점심은 늘상 회사 직원들과 함께 먹고, 자동차도 일부러 큰 것을 몰지 않는다. 그의 자가용은 폭스바겐 골프 GTI, 배기량 2000cc 이하의 중형차다. 위용을 과시하기보다는 직원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로열티'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팀 플레이'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장 의장은 일종의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하기도 한다. 예컨대, 블루홀스튜디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사회를 일종의 합의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그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지만, 5명의 이사가 모두 합의(consensus)를 이루지 못하면 회사의 큰 방향(예산 등)을 누구도 바꿀 수가 없다.
직원들에게 물질적인 인센티브도 확실히 제공한다. 첫눈을 350억원에 매각한 뒤 105억원을 직원들에게 분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60명의 직원들이 평균 1억7500만원씩을 손에 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업계에서는 장 의장이 가는 곳이라면 '기를 쓰고 쫓아가는' 이들도 나타났다.
현재 장 의장은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한 뒤 MMORPG '테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개발기간 3년에 투자금액 340억원이 들어간 '올인성' 작품이기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지만 망할 경우의 타격 역시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잘 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좋은 사람과 손잡으면 사업은 잘 된다"는 지론을 다시 펼친다. 테라의 개발자는 엔씨소프트(142,500원 0 0.0%)에서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히트작 '리니지'와 '리니지2'를 개발했던 박용현 실장. 게임에 별 생각이 없던 장 의장은 그를 만나본뒤 게임 사업에 뛰어들기로 전격 결정했을 정도로, 박 실장에 대한 신뢰가 크다.
최근 블루홀스튜디오는 2010년 영업이익의 절반을 임직원들에게 분배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이 파격적인 대우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1년 안에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장 대표는 "올 여름 테라의 비공개 시범서비스(CBT)를 실시할 것"이라며 "MMORPG의 명가로 탄생할 블루홀 스튜디오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