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임시규 부장판사)는 24일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 등 7명, 대통령긴급조치1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종대씨 등 5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덕적 완결성을 유지하지 못한 국가는 설사 규범적 질서가 서 있더라도 존재 이유가 없다"며 "국가는 헌법에 명시됐듯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존재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번 재판의 판단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뺐을 수 있는 가혹행위는 일체 허용할 수 없다"며 "가치관이 변하고 역사가 발전해도 변할 수 없는 가치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민주국가에서는 서로의 생각이나 이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존중하면서 절충해야한다"며 "이는 결국 국가로서의 존재 이유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혹행위에 대한 엄격한 입장을 양보하더라도 허용할 수 없는 여러가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피고인들은 반론권 및 변호인 접견권도 없었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검찰로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 경찰 등에서 피고인들이 작성한 진술서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민청학련의 단체성 및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 행위를 했는지 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역사적 경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피고인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이를 사실로 기록해둬야 한다"며 "1974년 1월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내린 1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강철 전 특보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서 기쁘다"며 "내 청춘 7년을 감옥에서 보낸 만큼 이번 판결은 앞으로 국가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이란 1973년 학생· 종교인 등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하자 박정희 정권이 이듬해 그 배후로 지목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관련 180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