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범죄자 대책 호들갑

[기자수첩]성범죄자 대책 호들갑

류철호 기자
2010.03.15 07:40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또 난리법석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법무부도 복역 중인 사형수 57명에 대한 형 집행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도 성범죄자 전자발찌 소급 적용 방안 등 다양한 법안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처에 썩 믿음이 가질 않는다. 과거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이나 '조두순 사건' 때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냄비 끓듯 법석거리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이내 식어버리는 모습은 '호들갑'에 비유해도 과하지 않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다. 불과 수개월 전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 각종 성범죄 예방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고작 1건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즉 흉악범 신원공개 법안을 포함한 수십여 건의 관련 법안들이 먼지만 뒤집어 쓴 채 방치되고 있다.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전자발찌제도도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허점이 노출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민심달래기' 식의 무책임한 미봉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속을 개운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지금 시행 중인 제도는 유명무실화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보다 충실히 하고 새롭게 내놓은 법안이나 제도는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그물 짜듯 촘촘히 법을 정비해 흉악범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성범죄자 사후 관리의 문제점을 되짚어 개선함으로써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녀사냥' 식의 사형집행 논란에 앞서 예산을 투입해 성범죄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교정시설을 늘리고 재범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교화행정의 내실을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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