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부상한 한국..세계 192개국 발전을 이끌어야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2008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그동안 G8 국가들이 주도해오던 국제사회의 논의 구조가 빠르게 G20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거대국가들이 포함된 G20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경제규모의 85%, 무역의 80%를 차지한다.
G8이 주로 선진국의 입장에서 의제를 채택하고 논의했다면, G20은 관심 의제도 다양하고 국가별 입장의 편차도 크다. 이런 거대 논의구조에서 한국이 G8 비회원국으로서는 처음으로 G20 의장국이 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중점의제는 위기관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종 자연재난이 속출하면서 위기관리의 필요성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에서는 재정위기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IMF 등 재원을 대폭 확충하고 개도국에 대한 지원규모를 유지하자는 내용이 결의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약속이 조기에 이행되지 못하기 때문에 개도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G20 논의에 개도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힘써야 한다. 의장국으로서 한국 정부는 G20 국가들의 다양한 관심의제를 조율하고 공감대를 조성하는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최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한국이 어떤 입장을 갖고 G20을 준비하는지 세계가 자못 궁금해 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지난해 말 선진 원조 공여국 모임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터라 올해 G20에서 한국의 의장국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
국가의 리더십은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실천에서 나온다. 그동안 G8 정상회의가 거듭되면서 결의된 내용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도국들은 실망하고 있다.
지구촌 주요문제를 더 이상 G8에만 맡겨놓을 수 없기 때문에 G20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G20 정상회의가 겉으로는 성공적인 국제행사로 끝날지라도 개도국의 고통 받는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G20은 결국 말잔치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세계 192개 국가가 아닌 20개 국가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결국에는 G20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G20 의장국인 한국은 우선적으로 스스로 국제사회에 공약한 내용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부는 2015년까지 국민소득의 0.25퍼센트를 공적개발원조(ODA)로 제공하겠다고 공표했으며 이를 개도국의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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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난한 나라 주민의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도록 글로벌 파트너십에 동참해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적극 기여해야 한다. 또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전환하는데 적극 기여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지원하고 피해 국가를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며칠 전 미국문화원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한미 파트너십'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미국의 원조 경험과 한국의 개발 경험을 갖고 협력한다면 개도국에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측 발제자가 '공여국 간 파트너십'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한때 국제사회의 도움에 의존했던 우리가 어느 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원조공여국의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선진국과 나란히 한 우리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한 때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교량역할을 담당하기란 말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