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아줌마 타임/ 新풍속도&마케팅
요새 우리 엄마는 안팎으로 바쁘다. 아빠 출근하고, 나 학교 갈 때까지는 집안일로 바쁘다. 그 다음은 엄마들끼리 만나느라 바쁘다. 이른바 '아줌마 타임'을 즐긴다.
일정한 시간에 카페나 음식점에서 모임과 수다를 즐기는 아줌마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모시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뜨겁다.
남편도 아이도 없는 사이, 아줌마들만의 자유로운 시간. 아줌마 타임의 현장 곳곳을 들여다보았다.

◆이른 아침, 카페는 아줌마들의 아지트
서울 서초구의 반포 자이 아파트.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이곳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아침 9시쯤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아파트 주택가, 이른 아침부터 커피 전문점을 찾는 이들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줌마’들이다.
이른 아침, 이곳은 유모차를 끌고 자유시간을 만끽하려는 젊은 새댁들의 아지트가 된다.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도운 뒤, 아직은 걸음마를 못 뗀 아이를 유모차에 앉히고 아파트를 산책할 겸 집을 나섰다가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이들이 대부분.
“유모차를 옆에 두고 카페에 비치된 잡지책을 뒤적이거나, 가지고 온 책을 보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수경 탐앤탐스 반포자이점 점장은 “이곳에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아이에게는 챙겨온 이유식을 떠먹이는 모습이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한다.
학구열에 불타는 아줌마들도 적지 않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경우 아침 시간을 이용해 직접 영어 공부에 뛰어드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영어 책을 한아름 싸들고 카페로 와서 책에 얼굴을 파묻고 열중하거나, 외국인 선생님과 떠듬거리면서 열심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엄마가 영어를 잘해야 아이 영어공부도 제대로 시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정 점장은 “아이들 때문이 아니어도 요즘 아줌마들은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다"며 "오전 시간을 이용해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수강하고 복습을 하거나 각자 자신의 공부거리를 갖고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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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쯤이면 혼자서 카페를 찾는 이들보다는 무리 지어 카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자녀를 다시 학원으로 보내고 나면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바탕 ‘수다 타임’을 벌인다. 아이들 학교생활이며 근처의 학원 정보, 때로는 시집살이 한탄까지 수다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정 점장은 “주택가여서 더 그렇겠지만 오후 2시 정도까지 손님의 10명 중 8명은 아줌마들이다”고 밝혔다. 그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아줌마들이 카페에 오면 왠지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더 자유롭고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문희 탐앤탐스 홍보팀 대리는 “아줌마 단골고객들은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으로 직원들과도 살갑게 지낸다”며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현장에서도 가족 같은 느낌으로 친밀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화관 또한 아줌마들이 자유 시간을 누리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 CGV도 그런 곳이다.
이상규 CGV홍보팀장은 “조조 영화가 끝나는 시간이 초등학생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얼추 맞기 때문에, 이 시간을 이용해 영화를 보는 아줌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CGV는 이같은 아줌마 고객들을 잡기 위해 ‘미즈 스토리’라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전용 멤버십 제도를 따로 운영 중이다. 미즈스토리 가입 회원은 CGV멤버십 기본 혜택 외에 평일 2,3회차 관람시 더블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등의 혜택이 있다.

◆점심시간, 음식점엔 아줌마 모임이 한창~
동네 음식점은 점심시간 아줌마들의 모임 장소로 제격이다. 서울시 강서구 발산동에 위치한 떡삼시대. 평일 정오 무렵이면 보통 10여팀 이상의 아줌마들이 이곳을 찾는다.
떡삼시대의 김진승 마케팅 본부장은 “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곳이어서 오픈 초기 점심 시간엔 파리만 날리는 때가 많았다”고 기억한다.
그는 “점심 고객을 끌기 위한 방안을 궁리하다가 아줌마들의 점심 모임이 많아진 트렌드에 주목했다”며 “점심 시간 아줌마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메뉴나 마케팅 방법 등을 개선한 결과 요즘은 점심시간마다 식당이 꽉 찰 정도로 성황이다”고 말했다.
아줌마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샐러드 바 만들기. 김 본부장은 “아무래도 점심메뉴로 고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건강에 민감한 아줌마들의 입맛에 맞춰 샐러드 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간대에 모임을 갖는 아줌마들의 대부분이 차를 끌고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주차장 시설을 만든 것도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떡삼시대 직원들은 아줌마들에게 식당을 알리기 위해 근처 아파트의 부녀회장을 직접 찾아갔다. 식당 소개와 함께 여러 차례 쿠폰도 배포했다. 이후 부녀회장이 주관하는 아파트 모임에서부터 입소문이 퍼지더니 학부모회 모임, 동창회 친목 모임 등으로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이 시간에 식당을 찾는 아줌마들은 한번 앉으면 3시간 정도씩 장시간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중간중간 웃고 떠들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무언가를 논의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그는 “아줌마 고객들은 분위기에 민감한데다 음식 맛에서도 까다로운 편이라 응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줌마들의 마음을 한번 잡기만 하면 그 효과는 대단하다. 아줌마마다 다양한 목적의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이곳에서 만족스런 모임을 가져 본 아줌마가 또 다른 모임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외식업은 저녁 장사가 아무리 잘돼도 점심 장사가 받쳐주지 않으면 타격이 크다"며 “요즘에는 아줌마들이 식당 문을 나서면서 ‘여기 괜찮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나도 모르게 주의 깊게 듣게 된다”고 말했다.

◆아침에 헬스 오후엔 에스테틱, 아줌마라고 안 꾸밀 수 있나요
헬스클럽이나 에스테틱과 같은 뷰티 업체에서도 아줌마 타임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경기도 일산에서 봄날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는 양승범 대표는 “오전 10~12시, 오후 3~5시까지는 대부분 아줌마 손님”이라며 “아이들 보내고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 한 뒤 한가한 시간대에 자기관리를 위해 헬스 클럽을 찾는 주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줌마들이 선호하는 ‘태보댄스’ ‘요가’ 등의 단체 강습 시간을 아줌마 타임에 맞춰 아침 10시로 배치했다. 오후 6시 이전 시간대에는 알뜰한 아줌마 고객들을 위해 헬스클럽 이용료를 20% 할인해 주는 혜택도 따로 주고 있다.
양 대표는 “예전에는 주요 고객이 남성이었다면, 2000대 후반부터 몸짱 열풍이 불면서 아줌마들이 자기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요즘엔 운동이 몸에 배어 몇 년 동안 일정한 시간에 꾸준히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아줌마 고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침에 땀 흘려 운동을 마친 아줌마들의 다음 코스는 에스테틱.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에스테틱 전문숍 레드라이프의 임재실 실장은 “대략 오후 2~6시쯤을 아줌마 타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상당수가 오전에 헬스클럽에 먼저 들렀다가 이곳으로 와 가볍게 몸을 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임 실장은 “에스테틱은 특성상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아줌마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입소문을 듣고 왔다며 다른 고객의 이름을 대는 아줌마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줌마 고객이 많아지면서 예전과는 다른 고민거리도 생겼다. 아줌마들끼리 워낙 모임이 많고 정보가 빠르게 도는 만큼 어느 손님에게 조금만 특별대우를 해줘도 금방 소문이 나서 곤혹을 치르게 된다는 것.
임 실장은 “아줌마들은 자신의 소비에 대해 까다롭게 비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아줌마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더 제공하고 특별대우를 하기 보다는 고객 한명 한명을 더 조심스럽고 공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