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영장 청구 않기로, 30일 일괄기소
한화(133,400원 ▲900 +0.68%)그룹과 태광그룹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남기춘(50·사법연수원 15기)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서부지검은 이날 한화·태광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승연 회장 영장청구 않기로= 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김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그룹 임직원들을 오는 30일쯤 일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기소 대상에는 김 회장 외에 홍동옥 전 채무책임자(CFO), 김현중 (주)한화건설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3차례 소환한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임원들에 대한 잇단 영장기각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화유통 등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결과적으로 한화그룹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한화 측은 '적법한 경영판단이 배임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9월 시작된 한화 수사는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한화 측이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이호진 회장을 구속수감한 태광그룹 수사는 이 회장 모친인 이선애 상무의 사법처리 여부가 마지막 관심사다. 검찰은 모자 구속의 전례가 없고 고령인 점을 들어 이 상무를 불구속 기소할것으로 보인다.
◇남기춘 지검장 사의표명 왜=남 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를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의 사의표명은 한화 그룹 부실 수사 지적과 이날 발표된 법무부의 검사장급 고위 인사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임원들에 대한 잇단 영장기각으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고, 지검장 교체설이 나오는 상황에 큰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 지검장 교체에 대해 법무·검찰이 갈등을 겪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서부지검 수사와 관련, 지검장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검찰 수뇌부는 남 지검장의 수사방침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안다"며 "강직하고 유능한 검사가 일찍 옷을 벗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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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지검장은 법정 스님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사퇴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의 작은 그릇에서 비롯된 편협한 생각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신 여러분들께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몸은 떠나더라도 검찰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검장은 서울 홍익대부속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활약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강력· 특수통으로 타협보다 원칙을 앞세우는 '강골'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