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印尼특사단 사건' 경찰이 사는 방법은

[기자수첩]'印尼특사단 사건' 경찰이 사는 방법은

오승주 기자
2011.02.24 09:30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괴한이 침입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경찰청 출입기자와 간담회에서 "국정원이 그랬으면 수사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졌을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는 게 아니냐"고 말을 흐렸다.

사건이 발생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관할하는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도 윗분들 뜻을 헤아려서인지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 서장은 지난 21일 "아직까지 폐쇄회로티브이(CCTV) 자료와 수사한 내용으로는 얼굴이 정확하게 나오는 것은 없다"며 "일부 보정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정원 직원인지 산업스파이 인지, 단순 절도범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은 이미 '국정원의 실패한 작전'으로 규정짓고 국정원장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정황상 '국정원이 어설픈 작전으로 침입했다 실패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사를 책임진 경찰은 '묵묵부답'이다. 특사의 숙소에 침입한 괴한이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히기도 난감하고, 그렇다고 '아니다'고 말하자니 수사력 부족이라는 질타가 두렵기만 하다.

경찰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경찰의 딜레마도 일견 이해가 간다. 설령 국정원 직원의 행동으로 밝혀지면 스스로 한국 최고 정보기관을 '바보'로 만들어 2번 죽이는 셈이 되니 난감하다. 그렇다고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괴한 일당을 잡지 못하고 수사를 접을 경우에는 의혹만 부추겨 경찰의 신뢰에 흠이 갈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경찰은 명백하게 사실을 밝히고 수사하는 것이 '정도'다.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 조정' 문제가 언젠가 다시 불거져도 현재처럼 수사를 미적거리게 되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일단 범인을 검거'하는 편이 맞다.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속시원한 수사로 범인을 잡을 때 국민들이 경찰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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