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아들 "할아버지 '대기업 가지마' 조언"

고건 아들 "할아버지 '대기업 가지마' 조언"

중앙일보
2011.04.11 09:32

“고리타분하게 대기업이나 학교에 가지 마라. 앞으로의 세상은 다르다. 일찍 창업하는 게 좋을 게다.”

국내 동영상 압축 기술 기업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의 뉴미디어사업부를 이끄는 고진(50·사진) 사장. 그는 지난 주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고형곤(2004년 작고) 박사의 조언을 소개했다. 고 사장은 고건 전 총리의 아들이다.

고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즈음 미국에선 ADSL(초고속 인터넷)과 동영상을 압축·복원하는 기술 표준인 MPEG가 주목 받았다. 그는 이 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 고건 전 총리가 반대했다. 아버지는 “창업하면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 교수를 하거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좋다”며 만류했다. 이때 고 사장을 지지해준 사람은 할아버지 고형곤 박사였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전북대 총장을 지낸 할아버지는 당시 8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벤처창업 붐을 예견한 듯 고리타분한 길을 걷지 않아야 한다고 응원했다. 고 사장은 “할아버지가 나를 과감하게 지지해줬다”며 “하지만 내 사업이 잘 되는 건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사장은 18년간 동영상 압축 기술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1994년 MPEG 기술을 국내로 들여와 바로비전(2009년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로 회사명 변경, 2008년 효성그룹에 편입)을 창업한 뒤 줄곧 관련 분야를 개척해온 것이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SK텔레콤과 함께 일하며 동영상 압축 기술을 바탕으로 ‘준’ ‘멜론’ 서비스 등을 만들었다.

한때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고건 전 총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그에게 부담이 됐다고 한다. 고 사장은 “아버지가 정말 영업에 방해가 됐다”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은 제가 고건 아들이니까 저를 깐깐하고 고지식할 걸로 봤다”며 “그래서 외려 손해를 많이 봤다”고 했다. 아버지가 서울시장·국무총리 등 요직에 오르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11~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방송기자재박람회 에 참가한다. 회사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인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서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방송용 인코더인 ‘갤럭시아 인코더’를 개발했다. 고 사장은 “앞으로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스마트TV가 활성화되면 인코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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