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PB 반덤핑 관세 연장 저지는 '상생'을 위한 길

[기고]PB 반덤핑 관세 연장 저지는 '상생'을 위한 길

뉴스1 제공
2011.12.02 08:18

=

경규한 한국가구산업협회 회장  News1
경규한 한국가구산업협회 회장 News1

지난 11월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가구산업협회,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회원들로 현재 가구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PB 반덤핑관세 연장저지'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현재 정부의 PB 반덤핑 관세가 가구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며, 더 이상의 반덤핑 관세 연장은 없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이 이렇게 모이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국내 가구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될까.

◇ PB 반덤핑관세,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인가

반덤핑관세는 수출국의 기업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 이로 인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보았을 때 수입국 정부가 정상가격과 부당염가 가격의 차액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즉 반덤핑관세의 핵심은 '자국 산업 보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PB(파티클 보드)에 매겨지는 반덤핑관세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덤핑관세의 부과요건인 산업피해발생여부를 살펴보면, 국내 PB 생산업체는 반덤핑관세 부과 이후 가구업체의 영업이익률을 월등히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PB의 국내 소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해오고 있는 상황이고, PB 생산업체의 공장가동률 또한 2007년 이후 완전가동에 가까운 90%에 이르고 있다.

더불어 동기간 동안 태국 및 말레이시아 PB의 국내 재판매가격이 국내생산품 연평균가격보다 항상 높았던 바, 이는 국내생산품이 수입품으로 인해 판매가격인상이 저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볼 때 태국 및 말레이시아 산 PB로 인해 국내 PB 생산업체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PB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더 이상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명분은 이미 그 효력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 PB 반덤핑관세 철폐로 인해 PB 생산업체가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제 가구 단체들은 지난 10월 초부터 한국합판보드협회를 방문, 국산 PB 적극 구매 및 판로확보, 가구공장 폐자재 및 폐가구 재활용 수집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시장판매 품목 조사를 통한 부적합한 수입가구류 유통 근절, KS 기준미달 수입 PB 수입규제 법제화, 공공조달제품 국산 PB 사용 권장 등 가구업계와 보드업계의 상생협력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보드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생협력방안에 대해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견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상생협력방안을 관세 문제와 별개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상생'이라는 것은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이 아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공동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드업계에서는 'PB 반덤핑 관세 연장'에 대한 논의를 제쳐둔 채 가구업계의 상생방안을 이야기하자고 하는데, 이는 '상생'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PB 반덤핑 관세 연장 저지는 가구업계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가구업계가 국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 반덤핑 관세 철폐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 철폐 논의를 제쳐두고 상생 방안을 논의하자는 보드업계의 입장은, 결국 같이 공존-발전하자는 ‘상생’의 원칙을 어그러뜨리는 처사라 생각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수입산 PB는 더 이상 덤핑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PB 생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덤핑방지관세가 종료되더라도 국내 생산업체는 여전히 큰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가구산업이 쇠락한다면 결국 생산자-소비자의 긴밀한 관계에 있는 보드업계 또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반덤핑관세 철폐는 단순히 가구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보드업계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반덤핑관세만 철폐하면 가구업계가 살아남을 것인가

반덤핑관세는 가구산업 생존의 시작 지점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가구업계가 처한 어려움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 가구업계는 PB 사용량의 40~50%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수입 PB에는 기본관세 8%에 반덤핑관세가 7.67%가 더 부과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입가구 완제품은 무관세로 국내에 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중고에서 국내 가구업체는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덤핑관세 철폐는 이러한 불합리한 이중고를 벗어나기 위한 가구업체의 염원이다.

국내 가구업체는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에 맞서 유통구조 개선, 디자인 경쟁력 확보, 신사업 개척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공정성만 유지된다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등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또한 가격경쟁력이 확보된다면 국내 제품들이 현재 중국에서 들어오는 저가, 저품질의 가구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FTA 통과로 인한 가구산업 향방

한 EU FTA에 이어 최근 한미 FTA도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국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EU FTA를 통해 유럽산 주방가구(Knock-Down 방식)는 기존 6.6% 관세에서 점차 관세율이 낮아져 2016년에는 무관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 등이 합류하면 국내 가구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국내 가구산업 또한 해외진출에 대한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거대한 규모의 미국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 호재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사무가구 시장의 경우, 현재 중국산 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국내 사무가구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가구 원자재인 PB의 관세율 인하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가구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국내 가구산업이 수입 가구와 공정한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면, 국내 가구 산업 또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10인 이하 사업장이 전체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가구업계의 특성상 이러한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가구산업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소 기업들이 협력하여 향후 대책과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PB 반덤핑 관세 연장저지는 제 가구업계가 단결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의대회의 성과를 모아 제 가구업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가구업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가구업계와 PB업계 간 상생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가구업계와 PB업계는 ‘순망치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 그렇기에 자 업계의 이윤만을 위해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닌, 같이 공존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FTA의 비준 및 발효, 이케아의 한국 진출 등에서 볼 수 있듯, 국내 가구시장은 이제 국내 가구-PB 업체만의 것이 아니게됐다. 이런 때일수록 가구와 PB 업체 간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 시야를 통해 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 또한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듣는 것이 아닌, 양자의 목소리에 같이 귀 기울이면서 국내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 뉴스1 바로가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