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재판, '이것'등장에 법정 빵터져…

곽노현 재판, '이것'등장에 법정 빵터져…

뉴스1 제공
2012.01.19 13:07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2억원을 건넨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억원을 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그리고 2억원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재판에는 보통의 재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나왔다. 이 장면들의 8할은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김형두 부장판사의 역할이 컸다.

◇ "법정이 냉랭해질 수 있으니 재판 진행에 협조 바랍니다"

지난 9월26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부장판사는 방청객을 향해 "지금처럼 하면 방청을 제한할 수 있고 누군지 가려내 유치장에 감치할 수밖에 없다"며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법정이 냉랭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재판 진행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재판은 다소 정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재판이 마무리되자 조용하던 방청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수의 차림의 곽 교육감을 향해 박수를 치며 "힘내세요!"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곽 교육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답례한 뒤 법정을 나갔지만 김 부장판사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돌아가려는 방청객을 잠시 불러 앉힌 김 부장판사는 "재판 중에 손짓을 하는 것도 사실 허용되지 않지만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그대로 (재판을) 진행한 것"이라며 정숙을 요청했다.

◇ 법정에 등장한 '로드뷰'에 터져나온 탄성

"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사당동 M카페가 여기 맞습니까?"(김 부장판사) "우와"(방청객)

지난 11월3일 재판에는 법정 안에 있던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와" 탄성을 내질렀다. 갑작스레 한꺼번에 터져나온 탄성에 곧 웃음이 이어졌다. 변호인, 방청객, 취재진을 불문하고 탄성을 지른 이유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뷰' 서비스 때문.

이날 김 부장판사는 단일화 과정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곽 교육감과 박 교수 및 관련자들이 만난 장소를 실제 거리 사진을 보여주는 '로드뷰' 서비스를 활용해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띄워 일일이 확인했다.

여느 재판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광경인데다 몇 번의 검색 끝에 곽 교육감 등이 회동을 가진 장소가 정확히 화면에 나타나자 법정 안이 일제히 놀란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외에도 여러 차례 로드뷰 서비스를 이용했다. 만남을 가진 장소, 위치 등에 대한 증인의 기억이 뚜렷하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로드뷰 서비스가 등장했다. 오랜 재판 과정에 지쳐있던 방청객들도 김 부장판사가 로드뷰를 실행할 때면 다들 관심을 갖고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 '뒷돈 합의' 당사자 3인의 진실게임

지난달 8일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 교육감측 회계책임자 이모씨,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측 선거대책본부장 양모씨, 합의의 '보증인' 역할을 맡은 최갑수 서울대 교수 등 3명으로 후보 단일화를 협의하면서 돈을 주고 받기로 약속한 이들이다.

누가, 언제 돈을 주기로 합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세 명의 증인은 저마다 다른 기억을 꺼냈다. 돈을 마련하는 주체에 대해 이씨는 그 주체를 '진영'이라고 기억했지만 다른 두 명은 "당시 '진영'이 주기로 했는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시점에 대해서도 양씨는 "선거비용을 보전 받는 8월말까지 5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씨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양씨의 말에 펄쩍 뛰었다. "2010년에는 돈을 줄 수가 없다. 줬다간 당선 무효"라는 것이다.

◇ '법정 녹음'하다 혼쭐난 로스쿨 지망생

지난 11월16일 재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중이라는 정모씨가 재판 내용을 녹음하다 발각됐다.

법원조직법 제59조에 따르면 재판장의 허가 없이는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 이를 몰랐던 정씨는 "법정 녹음이 죄인지 몰랐다. 반성하고 있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정 녹음은 상당히 무거운 죄"라며 "이대로 처벌 없이 돌아가도록 하기에는 죄가 무겁다"고 지적했다.

감치냐, 벌금 부과냐를 두고 고민하는 재판부를 향해 정씨는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걱정하실 부모님과 여유롭지 않은 생활형편을 생각해 되도록 부모님께는 알려지지 않도록 감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서 안타까움의 한숨 소리가 나왔다. 곽 교육감의 변호인은 잠시나마 정씨의 변호인이 돼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의 생활환경, 서울에 올라온 이유, 녹음을 하게 된 경위, 로스쿨을 지망하게 된 이유 등을 두루 살펴본 뒤 깊은 고민에 빠진 재판부는 결국 정씨에 대해 "감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해 선처한다"며 과태료 20만원을 선고했다.

◇ 치열한 법정공방에 '심야재판'도 여러 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집중심리제로 진행된 재판은 당초 지난해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해를 넘겨 마무리됐다. 공판중심주의의 모범사례를 보여준 김 부장판사와 치열한 법정공방을 보여준 검찰과 변호인 때문이다.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곽 교육감 등에 대한 재판은 때때로 저녁 시간을 넘겨 밤 10시, 11시까지 이어졌다. 가장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재판은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 및 피고인의 최후변론이 이뤄진 결심 공판이었다.

지난해 30일 열린 결심 공판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됐다. 곽 교육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한 검찰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가며 곽 교육감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에 세 명의 피고인과 각각의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4개월간의 법정공방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자 2011년 가장 마지막까지 이어진 '심야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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