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직원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양 그룹은 모두 이번 사건이 그룹 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며 갈등설 자체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CJ그룹을 둘러싼 지난 과거에는 일부 풀리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1994년 10월
당시 삼성그룹 이학수 비서실 차장이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의외의 인사였다. 이미 제일제당은 1993년 6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이재현 당시 삼성전자 이사도 제일제당 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제일제당 독자 경영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1993년 10월에는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씨가 보유한 안국화재(삼성화재) 주식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제일제당 주식을 교환하며 지배구조도 정리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 최측근인 이학수 차장이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발령 낸 것은 삼성측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무성하게 했다. 당시 이학수 대표는 이재현 상무와도 갈등을 겪었다. 급기야 이재현 상무는 서울타워호텔에서 임직원들을 모아 "제일제당을 살리자"는 결의문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이학수 대표는 갈등이 불거지며 부임 한 달만에 삼성으로 돌아갔다.
1995년 3월
삼성그룹이 서울 장충동 이재현 회장 자택의 이웃집 옥상에 CCTV를 설치해 이재현 회장을 감시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CCTV는 원격조정이 가능했는데 삼성측이 임원 명의로 매입해 계열사인 한국안전시스템(세콤)과 호텔신라 직원들의 교육장소로 활용했던 곳이다. CJ그룹은 당시 "사전 통보 없이 CCTV가 설치됐고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렌즈 앞 유리를 썬팅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곳에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하겠느냐"며 한국안전시스템이 계열사 사장단 이상 거주하는 집에 경비시설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CCTV를 즉각 철거했다.
2011년 5월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삼성그룹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2011년 3월 삼성증권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으로 삼성증권과 자문 계약을 맺은 것이다. 만약 삼성그룹 계열사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CJ그룹은 경쟁자의 소속 계열사에 자문을 맡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에 계열사의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가 없다고 했던 것과 달리 삼성SDS가 뒤늦게 포스코와 손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다. CJ그룹은 인수전에 임하는 자신들의 정보를 자문사인 삼성증권이 잘 알고 있어 이 정보가 삼성SDS에도 제공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삼성증권과의 자문계약도 즉각 해지했고,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양 그룹은 이 같은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했고, CJ그룹도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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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13일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부친이자 삼성가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맹희씨는 선친인 이병철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주식이 다른 형제들에게 고르게 상속되지 않고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갔다며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 등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주식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7000억원대 소송이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이 소송은 당사자 간에 민사소송이어서 그룹 차원에서 논평할 문제가 아니다"며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CJ그룹은 이 소송이 삼성그룹과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송의 중재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012년 2월21일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인 김모 차장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다 발각됐다. 이맹희 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CJ그룹은 해당 미행 직원을 형사고소 해 사건의 진위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은 이와 함께 삼성측에 해명과 사과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