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문로에 있는 서울교육청사. 이곳에서는 3월 들어 1주일 동안 이색적 풍경이 연출됐다. 서울시내 일선학교 행정직원으로 구성된 ‘일반직 공무원 노조’의 1인 시위가 이어진 것. 곽노현 교육감의 인사정책이 ‘전횡’이라는 게 이유다. 진보좌파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이 지지기반으로 삼아야 할 노조로부터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일반직노조가 소위 ‘보수우파’ 색채를 띄는 것은 아니다. 이점희 노조위원장은 1인시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에 발족했고 조합원이 1000명 정도다. 상급단체도 없고 정치적 색깔도 없다. 힘없는 일반직 공무원들에게만 살인적 업무를 가중시키고 인사정책도 수긍할 수 없는 게 많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고(머니투데이와 인터뷰).
한마디로 정치적 요구보다는 인사와 근무환경 개선 등 ‘경제주의 노선’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보수’ 성향의 전임 공정택 교육감 시절에도 측근 인사특혜는 상상도 못했던 것”라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불만은 비단 행정직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장 교사 학부모 등도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당선을 ‘신의 선물’이라고 칭송하는 전교조만 논란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찬성의사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교육청의 교육 및 인사정책을 둘러싼 갈등 이면에는 ‘최대한 빨리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조급함이 자리잡고 있다. 비록 1심 판결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3000만원 벌금형 실형판결로 2년 조금 남은 잔여임기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항소심 여건도 1심보다 우호적이지 않다. 검찰은 지난 6일 시작된 2심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판결을 받아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법원도 1심판결에 대한 비판여론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다 한국교총과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는 퇴진압력을 공개적으로 가하고 있다.
조급함과 초조함이 빚어낸 무리수로 곽 교육감은 중간, 지지세력 이탈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 강행과 측근인사특혜시비로 중립적인 성향의 교사나 일반직 공무원들의 외면은 뼈아프다.
그렇다고 당장 곽 교육감이 중도세력이나 반대진영의 의견을 수렴,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다. 오히려 서울시의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합심해서 공약을 밀어붙일 태세다. 진보좌파진영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여 새로운 사회질서 즉 ‘2013년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서울교육감’이라는 핵심 교두보를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인정하더라도 서울시내 150만 학생들의 교육수장이 상대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해 돈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정책은 법적 정당성은 물론 도덕적, 윤리적 권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임 공정택 교육감이 1심에서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자 전교조가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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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을 선고받은 교육감이 논란이 되는 교육정책과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권력남용’의 시비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재임중 제반 정책에 대한 전면재검토 주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 자녀들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중도와 반대세력의 의견을 존중, 정책에 반영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어른들의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으로 자녀들의 학습권이 훼손당하고 상처받는 것을 서울의 어느 학부모도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