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동향 정부정책 평가 등 수집...경찰정보 귀착점은 '청와대'
서울지역 모 경찰서 직원 A씨는 '정보경찰'이다. 경찰서 내 정보과 소속이다. 오전에 잠시 '회사'(경찰서)에 들린 뒤 이내 정보수집을 위해 외근에 나섰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고, 관내 집회 시위 등을 챙기면서 첩보 수집에 주력한다. A씨는 정보과 경찰관이지만 사회파트에 소속돼 있다. '회사'는 경제·사회 등 파트별로 나눠져 첩보를 수집한다.
경찰의 정보력은 정평이 나 있다. 10만이 넘는 인원이 있는 경찰은 정부조직 가운데 '군'을 제외하고는 최대다. 각 동네에 뻗어있는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정보가 모인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정보과 직원에 따르면 각 경찰서 정보과는 국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보수집을 한다. 경찰 표현대로라면 '정부의 말초신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찰 정보과의 역할은 지역 모니터링과 정책 피드백으로 나뉜다. 정보과는 우선 해당 경찰서 관내 지역현안을 파악한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집회 및 시위를 관리하는 일. 집회 시위 현장에는 정보과 직원이 나와 지역의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켜보기도 한다.
때로는 갈등과 관련해 중개자 역할도 맡는다.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일도 정보과 경찰관의 주요 업무다.
이처럼 경찰이 정보과를 두는 표면적 이유는 '치안유지를 위한 정보수집'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파악한 형사 및 강력범죄 등은 내사를 거쳐 관련 부서에 넘겨 범죄를 막는 일도 한다.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거기에 대한 평가를 수집하기 위한 활동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국민들이 원하는 사안이 있으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보수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정보 경찰관이 수집한 정보의 최종 목적지는 '청와대'이다. 수집된 정보 가운데 '쓸만한 것'은 정보계장-정보과장-경찰서장-지방경찰청-경찰청-청와대로 집결된다. 청와대에는 경찰이 모은 정보와 경찰 활동 등을 대통령에게 보고 하기 위해 지방경찰청장급 직위를 가진 치안비서관이 상주한다.
경찰 정보는 '종'으로 위로 올라가지 '횡'으로 옆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예컨대 서울 서초경찰서가 모은 정보를 종로경찰서가 들여다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상위기관으로 올라가지 각 경찰서별로 수평되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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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경찰관들에게는 할당 구역이 있다. 구역과 더불어 파트도 있다. 구청과 지역 내 관공서 담당이면 해당 지역의 구청과 주요 기관의 관계자들을 만나며 정보를 모은다.
할당 구역이 지식경제부라면 관계기관인 전경련 등도 모두 챙기는 형식이다. 코엑스를 챙긴다면 무역협회뿐 아니라 무역협회 조직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불만 등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다른 점은 국정원이 국내외정보 모두 탐색하는 정부 기관이라면 경찰서 정보과는 경찰서가 관할하는 지역의 정보만 취급한다고 여기면 된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원 선거로 발걸음이 바쁜데, 총선과 관련해서는 선거에 누구누구가 출마한다는 것까진 알 수 있어도 일절 선거에 관여하거나 터치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끔 과도한 정보 수집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연예인 사찰의혹처럼 의욕이 앞선 나머지 직원들이 합법적인 '감찰'을 떠나 '사찰'을 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합법적인 감찰과 불법인 사찰은 종이 한장 차이다. 최근 KBS 새노조는 최근 공개한 국무총리실 사찰 보고서에서 사례 2600여건 중 2356건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통상적인 경찰 보고서'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문제제기한 '현대차 전주 공장 노조 동향' '전공노 집회 동향' '화물연대 선전전 동향' 문건을 보면, 노조 집회 일정과 목적, 예상 참여 인원 등 기본적인 경찰의 정보활동이라는 이야기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전공노 공무원연금법 개정 관련 반발 동향' 문건에는 '1.13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총액인건비제 반대, 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전국공무원노조 투쟁 문화제(5,000명 동원목표)' 예정' 등 개괄적인 문화제 일정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KBS 새노조는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박근혜 피습 관련' '고양경찰서 비위 경찰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경찰의 통상적인 보고서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피습 관련' 문건에는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거리 유세를 하던 중 피습당한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담겨있다. 시간대별 경찰 조치 내역과 경력배치 및 운용 적정성 여부, 경찰의 현장 관리 및 신고사항 조치 등이 합법적이면서 기본적인 경찰 정보활동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