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감찰과 불법사찰 경계 모호...'공권력 남용·견제 처벌규정 필요' 공감
지난해 4월 서울고법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57)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56)에 대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대표의 지분을 뺏고 KB한마음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한 혐의(강요)만 유죄로 인정했을 뿐 '불법 사찰'을 처벌하기 위한 법조항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1차 수사팀이 이 전지원관에게 적용한 법조항 중 불법사찰에 해당하는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사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의미다.
법원은 김 전대표가 민간인이므로 그에 대한 사찰은 공직자를 감찰하기 위한 이 전지원관의 '직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김 전대표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인정하고도 결론은 무죄가 된 셈이다.
이 같은 법 해석은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검찰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추가 민간인 불법 사찰 사례가 확인되더라도 1차 수사팀과 유사하게 법적용을 할 경우 김 전대표의 사례처럼 강요 등 추가 불법행위가 없는 이상 무죄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공개된 점거1팀의 문건들을 불법사찰로 규정해야하는지, 합법적인 감찰로 규정해야하는지도 논란이다.
법원은 지난 재판에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업무 및 비위 점검'을 지원관실의 직무권한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공무원 비리에 관련된 민간인을 상대로 이를 확인하는 것도 지원관실 업무에 속한다고 봤다. 즉 지원관실 직원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정보 수집을 하더라도 공직자 비리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면 합법적인 감찰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불법 사찰과 합법 감찰을 구분 짓기 위해선 공공기관 종사자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정보수집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이 수집활동의 과정 혹은 그 이후 재산권과 사생활 보호권 등 개인권을 침해했는지도 쟁점이라는 조언이다.
법률 전문가 A씨는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과정에서 도청이나 감청, 불법침입 등 위법행위가 있거나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면 명확하게 불법"이라면서도 "이 전지원관처럼 정보수집 권한이 없다면 처벌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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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무범위에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찰행위를 처벌하려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를 규정한 법 등에서 처벌 혹은 징계조항이 있어야 한다"며 "그 외 다른 법률로 처벌이 가능한지는 사실관계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 B씨는 "공무원에 대한 비리 감시는 필요한 만큼 직권남용을 확대해석하면 합법적인 감찰이 위축될 수 있다"며 "다만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처럼 공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사건의 본류는 지난 수사당시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사찰을 보고 받은 윗선"이라는 수사방향을 고수 중이다. 그러면서도 수사과정에서 다른 민간인 사찰 피해가 드러날 경우 확인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에 따라 이번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것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불법 사찰이 어디까지인지, 이를 어떤 규정으로 처벌하고 제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