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입대금 10억 전달 여부, 이동율씨와 연결고리 등 확인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의 시선이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일부 시인한데다 브로커 이동율(61·구속)씨의 운전기사 최모씨(구속)가 촬영한 협박 사진을 확보하는 등 최 전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 전 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부터 박 전 차관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는 검찰 조사와 언론을 통해 "2008년 1월 박 전 차관의 아파트 구입대금 10억원을 브로커 이씨 계좌로 송금했다"고 밝혀 앞으로의 검찰 수사는 돈이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와 성격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 이씨는 지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송금한 10억은 로비를 해준 대가로 판단했다"며 "자녀들 전세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일단 부인한 셈. 일종의 '배달사고'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돈이 오간 시기에 박 전 차관이 서울 용산구에 아파트를 취득하고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들과 접촉한 점 등 이 전 대표의 돈이 박 전 차관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또 이 전 대표는 "2005년 1월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박 전 차관을 처음 만나, 수차례 도움을 받았다"며 "브로커 이씨가 정기적으로 박 전 차관에게 줄 금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계좌를 통한 10억원 외에도 정기적인 로비 여부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과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추적해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등 이 전 대표의 돈이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됐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 전 대표에서 브로커 이씨로 이어지는 돈 거래내역이 비교적 명확한 만큼 이씨와 박 전 차관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혐의 입증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는 최 전 위원장의 구속여부가 판가름나는 대로 박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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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차관은 중수부 외에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선상에도 올라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과 CNK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는 두 사건에 박 전 차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수팀은 지난 25일 중수부와 동시에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박 전 차관이 개입했다고 보고 관련자의 진술과 증거를 캐고 있다.
다만 파이시티 수사와 비교할 때 느린 수사 진척 속도 탓에 서울중앙지검은 중수부의 수사 이후에나 박 전 차관을 조사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중수부는 지난 26일 2007년 5월부터 1년여동안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