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사건팀]최근 추첨통해 자리 재배치한 노량진수산시장에 엇갈린 희비

"왓 이즈 디스(What is this)? 하우 머치(How much)?"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무더운 날씨에도 낮부터 스페인과 멕시코, 중국 대만 출신의 많은 외국인들이 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400미터 가량 되는 길에 늘어선 가게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산낙지 같은 해산물에 호기심을 보였다.
영어로 묻고 한국말로 답변이 오갔지만 '신기하게도' 흥정이 이뤄졌다. 한 마리라도 더 팔려는 상인과 그냥 한 마리만 사서 맛만 보려던 외국인 사이에 즐거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외국인들을 맞이한 상인 김모씨(45)는 지난달까지 '목이 좋지 못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 하지만 최근 추첨을 통해 자리를 바꿨다. 지나가는 고객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구입하든 하지 않든 고객을 대하는 모습 자체가 흥겨워 보였다.
김씨는 "아직까지 매출이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자리 재배치 이후 하루 몇만원이라도 더 팔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지난 5월16일 3년마다 이뤄지는 자리 재배치 추첨이 이뤄졌다. 이후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자리를 바꿨다. 자리 재배치 이후 보름이 지난 노량진 수산시장은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새롭게 배치된 자리에 따라 상인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자리배치가 매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 잘 뽑으면 좋은 자리에 눌러 앉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복불복'. 상인들은 추첨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추첨은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찰관 감독 하에 진행된다.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모두 769곳의 가게가 있다. 가게는 업종별로 나뉜다. 도미나 광어 등 횟감을 파는 '고급'△고등어 등 반찬류를 판매하는 '대중' △냉동제품을 취급하는 '냉동'△조개 등을 다루는 '패류' 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고급과 대중이 각각 213곳과 284곳을 차지한다.
그래서 수산시장 가게 간판마다 업종에 자리숫자가 붙은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를테면 '고급123'은 횟감을 판매하고 있는 123번 자리라는 뜻이다.
독자들의 PICK!
업종이 나뉘는 만큼 수산시장 규정상 고급으로 분류된 가게에서 냉동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대중으로 분류된 가게에서는 회를 뜰 수 없다. 실제로도 간판에 대중이나 냉동이 붙은 곳에선 회 뜨는 도마를 찾아볼 수 없다. 만약 다른 업종 장사를 하다 적발될 경우 시장에서 퇴출이다.
수산시장의 자리 재배치는 업종을 바꾸지는 않고 고급은 고급끼리, 대중은 대중끼리 이뤄진다. 하지만 같은 산지에서 가져온 해산물을 다루더라도 자리 배치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
강석원 노량진 수산시장 시설관리팀 과장은 "접근성이 높은 수산시장 입구쪽과 자리를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코너쪽이 명당"이라며 "이 자리가 한두사람이라도 더 많이 접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지난달까지 가장 목이 좋지 않은 자리에서 이번에 가장 좋은 자리로 옮긴 H상회의 경우 하루 10만원 남짓 벌었지만 바뀐 이후 100만원이 넘게 10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지난달까지 좋은 자리에 있다가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긴 정모씨(50)는 좋은 자리에 배치받은 상인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호객을 하지도 않았고 어항도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일단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고객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정씨처럼 자리배치가 좁은 곳으로 옮기게 되면 어항을 놓을 곳도 사라져 좋은 자리를 차지한 상인들에게 팔거나 임대한다.
이에 대해 지난달까지 좋지 않은 자리에서 횟감을 팔던 최모씨(42)는 단골고객 유치를 강조했다. 최씨는 "아무리 좋지 못한 자리에 있다고 해도 노력해서 단골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자리배치 여부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