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함께 서울 중랑구에서 부녀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이 붙잡히는 등 성폭력 관련 보도가 연일 사회를 뒤덮었다. 경찰도 국민의 불안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방범 특별령까지 내려가며 치안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사건사고 뿐 아니라 자연도 경찰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최근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휩쓸고 갔다. 서울 경기 등 전국 각 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서울 길거리에는 태풍 소식에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겨 마치 유령도시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형광색 우의를 입은 교통경찰들은 길 한가운데서 분주하게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수도권의 경우 우려만큼 큰 피해는 없었지만,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경찰관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반면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제한된 인력 때문에 밤낮없이 동원돼 근무하는 현장 경찰관들이 혹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하루를 보냈다.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이외에도 여성과 어린이 대상 성폭행 범죄, 묻지마 범죄 등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치안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더욱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담반 신설, 112신고 시스템 개선, 정책부서 근무자들의 현장 배치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책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한정된 인력과 예산 내에서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다 또다시 큰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과 국민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는 현재 501명이다. 프랑스 300명, 미국 354명 등에 비하면 턱없이 담당인구가 많은 수준이다. 또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중 치안예산 비중은 우리나라는 0.42%이다. 일본 0.83%와 미국 0.87%, 영국 1.43%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찰관들은 항상 강도 높은 근무를 요구받으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들이 발생하면 치안부재와 무능력함에 대한 모든 책임과 비난의 화살이 경찰에게만 쏟아지고 있다. 이 대목에선 온전히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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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찰의 책임도 존재하지만 경찰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환경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동안 치안투자에 대해 ‘경찰에 대한 배려’ 또는 ‘경찰활동에 필요한 소모경비’ 정도로만 치부해 왔다.
도로와 항만, 철도 등 산업기반은 인프라라고 생각하지만 ‘치안’이 ‘인프라’이자 ‘복지’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안은 범죄와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다.
치안이 불안정할 때 극소수의 사람들은 경호원이나 사설 경비업체를 고용하면 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 특히 서민들은 그대로 범죄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치안은 서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복지’라고도 할 수 있다. 치안이 확보됐을 때 비로소 국민들은 마음 놓고 경제활동과 문화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결정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난 5년간 정부예산 연평균 증가율이 12.5%인데 비해 경찰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3.5%로 비중이 계속해 감소하는 추세다.
관계부처에서는 그동안 인식을 전환해 '치안이 곧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인프라'라는 점을 인지하고 현장 경찰인력 증원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에서도 치안인프라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