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20분쯤 5명이 캐리어와 박스1개 들고 찾아, 질문엔 "…"
1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제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는 아파트 관리원들과 짧은 반팔 옷을 입고 산책 나온 주민들이 걷고 있었다. 하지만 취재 차량 10여대가 주차된 한 아파트 동 앞에는 '전쟁 전의 고요함'이 묻어났다.
그 동 14층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집이 있다. 윤씨는 '창중 사태'라 불리는 성추문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 아파트로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해명 기자회견 이후 김포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로 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먹거리를 들고 60대 여성이 들어간 것으로도 확인됐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새로 취재진이 올 때마다 초인종을 눌러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막함뿐. '뻗치기'라고 불리는 기다림은 여러 취재진을 지치게 했다.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방송기자도 있었다. 서로 언제 열릴지 모르는 문을 번갈아 봤다.
엘리베이터는 주로 1층과 14층을 번갈아 오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그 순간 취재진의 표정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순간 포착'을 위해 기다리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앞에는 방송용 카메라의 트라이포드와 사진기자들의 사다리가 정렬돼 있었다. 언제든 윤씨가 내려오면 찍을 수 있도록 만반으로 준비했다. 이 옆을 지나가는 주민들은 조금의 관심만을 보일 뿐 대체로 무관심했다. 한 방송기자는 한 주민이 자신을 향해 '할 일 정말 없나 보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담당 아파트 경비원은 "취재 차량의 주차 질서를 이야기하는 민원은 있지만 그 외 이야기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방송사의 화면에 순찰차량의 방문 장면이 잡혔다. 해당 파출소에 문의하니 "개인 용무의 방문으로 간 것일 뿐 전혀 무관한 일이다. 주민들로부터 이번 사건과 취재에 대한 민원은 전혀 없었고, 민감한 사항이기에 조심히 대처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20분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열렸다.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 4명이 나타났다. 꿈쩍 않던 현관문이 갑자기 열렸다. 당황한 취재진을 앞에 두고 이들은 캐리어 1개와 박스 한 상자 등을 들고 윤 전 대변인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연 아들은 이들을 지켜보았다.
취재진과의 일련의 충돌 후 문은 닫혔다. 남성 2명은 집에 들어갔고, 다른 남성 2명은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취재진과 남성 2명이 부딪쳤다. 번쩍이는 셔터에도 묵묵부답이었던 남성들은 닫히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달려갔다. 추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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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전해주셨나요?" "소속은 어디입니까?" 그들은 대꾸하지 않았다. 쫓고 쫓기는 추적 전에 취재진이 나가 떨어질 정도로 체력이 강한 남성들이었다. 취재진은 이들을 포기하고 다시 14층 윤 전 대변인의 집으로 향했다.
오후 3시35분쯤 들어갔던 남성 2명도 마저 나왔다. 아내와 아들이 문을 열었다. 아내의 얼굴이 창백해보였다. 두 남성도 계단을 이용했다. 다시 한 번 추격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주차돼있던 승합차로 향했다. 취재진은 문을 잡고, 마이크를 대며 질문을 쏟아냈다. 남성들은 "떠나겠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차에 탑승한 인원은 남성 4명. 이들은 떠나려는 시도만을 반복했다. 차 앞에는 무궁화가 그려진 그림과 '정부청사관리소장'라는 직인이 조그맣게 붙여있었다. 또 다른 남성 1명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남성을 쫓아가 물었지만 그 역시 도망가기 바빴다.
취재진이 얻어낸 것은 '신원미상의 남성 5명 정도가 방문해 캐리어 등 물품을 윤 전 대변인의 집으로 전했다'일 뿐. 문 앞의 취재진은 다시 돌아온 기다림이 길어질 것을 직감했다.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