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쇼! 대한민국 ⑨]보트 제작 기술자 최준영 올리버보트 대표

"지금이 더 좋은 직장인데요?"
굴지의 대기업 교육기관, 그것도 교수라는 좋은 자리를 왜 박차고 나왔느냐고 묻자 올리버보트 최준영 대표(46)가 의아하다는 듯 대답했다.
최 대표는 대기업 디자인스쿨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의 교수로 8년 반 가량 재직 하다 2005년 사표를 던지고 지금은 보트 제작 기술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교수로 갈 때부터 마흔 전에 사표를 내고 어릴 때부터 꿈꿨던 보트 제작자의 길로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고, 실제로 실행했다. 휴대폰 디자인 등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로 일하는 동안에도 혼자 작은 배를 만들어보고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차세대 디자인 리더를 선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다행히 프레젠테이션 끝에 대상자로 발탁돼 미국으로 홀연히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안정적인 회사로 들어갈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은 모험을 택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부모님 집을 개조해 '올리버보트'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리고 주문 제작 보트를 생산했다. 그런 그에게 한 회사 선배는 "넌 돈 벌 팔자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 대표는 "물론 같은 돈을 투자한다면 차라리 도넛 가게를 하는 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남들에게 내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다"며 "배를 만들어 팔기만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기술 교육 쪽에 집중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배 만드는 기술도 일정 수준에 오르니까 수익으로 이어졌다"며 "굳이 크고 좋은 회사에 다니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기술 만으로도 충분히 자긍심을 갖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기술 예찬론자'다. 최 대표는 "노동의 대가를 계산할 때 보통은 시간을 기준으로 매기지만, 기술은 남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시간과 상관이 없어진다"며 "기술은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는 자신만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이 당장 밥이나 빵으로 바뀌지 않고, 뜸들이는 시간이 길어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갈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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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그는 "자동차는 없어도 길을 걸어가면 되지만 배가 없으면 바다를 돌아다닐 수 없다"며 "배는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해주는 바다 위의 집"이라고 배의 매력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안정만을 쫓는 경향이 짙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그는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등이 되기 위해 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비극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 한번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2007년 서울 종로에서 강원도 원주로 터를 옮겨 현재 '선박 학교'를 함께 운영 중이다. 선박 학교에서는 학위를 주지 않을 뿐 이론과 실습을 모두 배울 수 있다. 매년 9월 학기를 시작하며 수업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8명만 받는다. 졸업까지 총 3척의 배를 만들게 된다.
최 대표는 "기술자는 돈에 급급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혼자만 독점할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기술자의 사명이다"라고 덧붙였다.
